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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화가 네 명의 인생을 담은 퍼즐게임 ‘스프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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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디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프레디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매일 수많은 퍼즐게임이 스팀에서 출시되며,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개성을 뽐내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어떤 게임은 독특한 기믹을 선보이며, 퍼즐과 전투를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풍 일러스트를 통해 특정 유저층을 겨냥한 타이틀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퍼즐게임 중 최근 눈길을 끈 타이틀은 국내 인디 개발팀 스피처게임즈가 작년 10월 출시한 ‘스프레디(Spready)’다. 동화적인 스토리가 더해진 퍼즐게임으로, 파스텔톤의 그림체, 예술 도구와 퍼즐의 결합, 챕터별로 펼쳐지는 화가들의 스토리가 특징이다. 지난 5월에는 플레이엑스포 2025에 참여해 각종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그런 스프레디를 개발한 스피처게임즈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 스프레디 공식 영상 (영상출처: 양서현 PM 유튜브 채널)

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 소속 개발팀 '스피처게임즈'

스피처게임즈는 세종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 판도라 큐브에 소속된 소규모 개발팀이다. 초창기부터 게임을 개발한 양서현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양서현 PM), UI·스토리 보드 등을 담당한 서수민 개발자, 컷신 일러스트 및 배경 일러스트 등을 담당한 최영서 개발자(이하 최영서 아트 담당), 스토리·UI 기획을 맡은 한희선 개발자(이하 한희선 스토리 담당) 총 네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양서현 PM은 "전부터 '모뉴먼트 벨리', '슈퍼리미널'과 같이 착시 현상을 이용한 게임을 좋아했고, 참신한 착시 요소를 담은 3D 퍼즐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고 전했다. 때문에 대학교 진학 후 판도라 큐브에 입부해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스프레디는 초기 양서현 PM 1인 개발로 시작됐고, 스토리는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한 게임쇼 시연 현장에서 퍼즐 기본 규칙과 기믹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게이머가 많았고, 이에 게임을 챕터 방식으로 변경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게임에 스토리를 도입하게 됐고, 아트와 스토리 팀원을 영입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스피처게임즈 공식 BI 이미지 (자료제공: 스피처게임즈)
▲ 스피처게임즈 공식 BI 이미지 (자료제공: 스피처게임즈)

왼쪽부터 서수민, 최영서, 양서현, 한희선 개발자 (사진제공: 스피처게임즈)
▲ 왼쪽부터 서수민, 최영서, 양서현, 한희선 개발자 (사진제공: 스피처게임즈)

크래파스로 캔버스를 칠하는 퍼즐게임 ‘스프레디’

스프레디는 한 붓 그리기가 연상되는 독특한 퍼즐게임이다. 퍼즐 풀이의 핵심은 크레파스를 움직여 주어진 캔버스(하얀 면)을 모두 색칠하는 것이다. 크레파스 윗면에는 해당 크레파스로 칠할 수 있는 면 수가 그림으로 표현되며, 한 번 칠해진 곳은 다시 지나갈 수 없다. 양서현 PM은 "주어진 미술 도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퍼즐 풀이의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게임은 4개의 서로 다른 챕터로 구성되며, 각각 서로 다른 화가의 ‘화풍’이라는 콘셉트를 토대로 구성된다. 챕터마다 새로운 퍼즐 기믹이 더해지고, 그만큼 퍼즐도 복잡해진다. 크레파스로 칠할 수 있는 면 역시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구성되며, 일반적인 사각형뿐만 아니라 육면체, 휘어진 띠, 중앙이 빈 계단형 등 다양한 형태를 선보인다.
 
첫 챕터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규칙을 소개한다. 한 개 이상의 크레파스가 등장하거나, 지우개를 사용하는 퍼즐도 나온다. 일부 퍼즐에서는 곡면이 등장하며, 평면과 달리 크레파스가 멈춰 설 수 없어 한 번에 많은 공간을 칠해야 한다. 간단한 기본 구조에 여러 규칙이 더해지며 퍼즐도 복잡해지는 셈이다.

초반에는 단순한 퍼즐로 시작하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반에는 단순한 퍼즐로 시작하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여러 기믹과 모양이 쌓이면 난도가 올라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공간을 다루는 독특한 퍼즐

스프레디의 퍼즐은 챕터를 나아갈수록 새로운 기믹이 추가된다. 이 기믹은 모두 공간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참신함을 더한다. 첫 챕터에서는 곡면이 등장하며, 두 번째 챕터에서는 바퀴로 공간을 뒤집는 기믹이 등장한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크래파스를 복제하는 요소가, 마지막 챕터에서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공간을 연결하는 '착시'가 활용된다.

각 퍼즐의 기믹은 자유도를 높이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더했다. 양서현 PM은 “퍼즐게임은 자유도가 높을수록 어려워진다”라며, “매 순간 취할 수 있는 동작 선택지가 많고,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바퀴를 활용해 공간이 뒤집는 퍼즐 (사진출처: 양서현 PM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복제, 크레파스를 복제 (사진출처: 양서현 PM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바퀴 기믹은 캔버스를 뒤집으며 양면을 다 칠하는 스테이지를 만들기 위해 구상했다. 복제 기믹은 스프레디를 처음 구상할 때 기획한 것으로, 화면을 돌리다 크기와 모양이 동일한 물체가 가려지는 착시를 구현했다. 착시 기믹은 ‘모뉴먼트 벨리’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로운 각도로 캔버스를 돌리면서 공간을 이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러한 퍼즐은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복잡해지며, 기믹이 더해질수록 풀이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양서현 PM은 “어떤 스테이지는 다양한 풀이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라며, “자신만의 풀이법을 찾아 풀어내는 경험을 통해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게임 내에 힌트는 없지만, 유튜브에 각 퍼즐 클리어 영상을 게재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착시를 이용한 퍼즐 (사진출처: 양서현 PM 유튜브 영상 갈무리)

모든 풀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양서현 PM 유튜브 채널)
▲ 모든 풀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양서현 PM 유튜브 채널)

퍼즐 기믹과 이어지는 동화적인 스토리

스프레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플레이와 스토리의 합치다. 플레이어는 이름 모를 전시관에 들어가 네 화가의 일생과 그림을 감상한다. 각 챕터 별로 서로 다른 작가가 주인공이며,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난다. 특정 스테이지를 완료하면 짧은 컷신이 등장하거나, 예술가의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등장하는 예술가는 아니스, 브라운, 바이올렛 등으로 모두 가상의 인물이며, 이름은 ‘색상’과 연관이 있다.

양서현 PM이 화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게임의 소재인 ‘그림’과 ‘퍼즐을 풀기 위해 고민하는 게이머’에서 더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예술가를 떠올린 덕분이다. 이후 퍼즐을 플레이하며 스토리를 확인할 때마다 시간이 흐르도록 만들어, 새로운 가구나 물건이 등장하거나 방의 모습이 변화하는 것을 묘사하는 등 스토리에 많은 공을 들였다.

▲ 퍼즐을 풀면 공개되는 스토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토리에 일러스트까지 더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각 화가의 스토리는 퍼즐 핵심 기믹과 중요하게 연결되며, 비극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동화적인 그림체로 표현된다. 한희선 스토리 담당은 “각 인물의 화풍을 먼저 설정하고, 어울리는 시대적 배경과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첫 챕터에는 ‘지우개’라는 기믹이 더해지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자주 그림을 수정하는 병약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 챕터 기믹인 ‘바퀴’에서는 공장 노동자 출신 캐릭터를, 세 번째 챕터 기믹인 ‘복제’에서는 그대로 묘사하는 사실주의와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그려내는 초현실주의가 함께하는 혼란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한희선 스토리 담당은 “네 명의 캐릭터 모두 화가라는 점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미술관이라는 큰 스토리라인을 구상했다”라고 전했다.

각 챕터를 전시 공간으로 표현한 시작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각 챕터를 전시 공간으로 표현한 시작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니스와 분수대 컷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니스와 분수대 컷신 (사진: 게임메카 촬영)

차기작을 준비 중인 스피처게임즈

독특한 퍼즐을 구상하고 스토리와 기믹을 결합하기 위해 스피처게임즈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프로그래밍 측면에서는 착시 기믹을 사용할 때, 여러 사물과 표면이 겹쳐지는 과정을 자연스러우면서도 확실하게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초기에는 크래파스 오브젝트와 나머지의 레이어를 분리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이후에는 시점에 따라 크레파스 오브젝트 자체를 쪼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연스러운 퍼즐을 구현했다.

아트 측면에서는 챕터 내 스테이지 선택창을 만드는 부분에 고민이 필요했다. 최영서 아트 담당은 “스테이지를 완료하면 방에 여러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긴 글로 읽는 대신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라며, “때문에 모든 오브젝트가 의미를 갖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스프레디 개발 스크린샷 (사진제공: 스피처게임즈)
▲ 스프레디 개발 스크린샷 (사진제공: 스피처게임즈)

▲ 스테이지 선택 화면, 여러 사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프레디는 작년 10월 정식 출시됐으며, 지난 5월에는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2025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했다. 양서현 PM은 “퍼즐 스테이지 조작감 등 피드백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라며, “동화같고 잔잔한 스토리와 파스텔톤으로 표현된 색감이 호평을 받았고, 연출이나 레벨 디자인에 대한 칭찬도 받았다”고 말했다. 

스피처게임즈는 스프레디 정식 출시 이후 신작 개발도 시작했다. 실물 주사위놀이인 ‘요트 다이스(Yacht Dice)’에서 서양 고딕풍 스토리와 서브컬쳐 아트가 더해진 게임이다. 양서현 PM은 “스프레디와는 많이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새로운 시도지만, 즐겁게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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