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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스포일러는 곧 폭력이다. 특히 영화나 게임에서 치밀하게 쌓아 올린 반전이나 감동을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산산조각 내는 것은 정신적 상해에 가깝다. 인터넷에서 혹여나 중요한 내용을 보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스포 방지 필터'까지 쓰는 현대 게이머들에게, 제작사가 나서 게임 결말을 스포일러 하는 행위는 분명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이 스포일러를 게임의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또 다른 재미와 깊은 통찰을 선사하거나, 김 빠진 느낌을 역이용하여 새로운 탄산을 선사한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스포일러로 도배하거나, 전 인류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게임의 서사로 삼거나, 아예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말에서 시작하게 만드는 등, 그 방식도 가지가지다.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게이머들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악랄하고도 천재적인 게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아이 엠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른바 '갓' 게임이라 불리는 '아이 엠 지저스 크라이스트(I Am Jesus Christ)'는 전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 신약성경을 배경으로 삼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1인칭으로 체험하는 이 게임의 전개와 결말은 이미 2000년 전에 완벽하게 스포일러되었다. 세례부터 시작해 광야의 유혹, 오병이어와 같은 30가지 이상의 기적, 그리고 절정에 이르는 십자가형과 부활까지, 플레이어는 이미 모든 정답을 알고 게임을 진행한다. "유다가 배신자라니!"라며 놀랄 수도, "예수가 죽다니!"라며 슬퍼할 수도,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다니!"라는 반전도 없는 숙명적인 여정이다.
사실 이 게임의 목적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아니라, '그 일을 내가 직접 한다면 어떤 느낌일지'를 체험하게 하는 데 있다. 병든 자를 치유하고 폭풍을 잠재우는 신성한 권능을 직접 행사하는 경험은,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에 새로운 차원의 몰입감을 부여한다. 스토리에서는 전혀 놀랄 만한 요소가 없지만, 고통과 희생을 통해 부활에 이르는 길을 걷는 예수의 삶을 따라가며 초월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목적이다. 2019년 첫 공개 이후 수많은 데모 버전 공개에 이어 올해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이미 모든 것을 아는 입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대가 샘솟는다.

TOP 4. 스포일러 애럴트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메멘토'를 아는가? 10분간의 시간밖에 기억할 수 없는 기억상실증 주인공의 여정을, 시간 순서를 거꾸로 돌려 인과관계를 탐구하게 한 명작 영화다. 처음부터 사람을 살해한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해, 어쩌다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역으로 재생하며 반전을 준다. 이와 비슷한 게임이 스팀에 있다. 2014년 출시된 '스포일러 애럴트(Spoiler Alert)'다.
이 게임은 결말부터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이미 보스를 물리치고, 공주를 구출하고, 동전을 모두 모은 상태다. 이후에 할 일은 이 '클리어 상태'를 되돌려 '미완료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동전은 제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하며, 죽인 적은 부활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플레이어에게 '왜?'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고추 같은 녀석은 대체 무엇 때문에 이 난리를 치며 왔던 것일까? 그 시작은 과연 어땠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 과정에서 시작에서부터 보여준 완벽한 결말은 사실 수많은 실수와 우연의 집합체였음을 목격하게 된다. 스포일러는 결말이 아니라,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의 '아이러니한 의미'에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다.

TOP 3. 데드 스페이스
공돌이 주인공 아이작이 우주선 이시무라 호에서 겪는 생고생을 그린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주인공의 연인 니콜 브레넌의 생사 여부가 중요한 반전 요소로 작용한다. 아이작이 갖은 고생 끝에 만나는 니콜은 사실 그가 마커로 인해 보는 환영이었으며, 그녀는 이미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최종 반전이다. 이 중대한 스포일러를 제작진은 아주 눈에 띄는 곳에, 그것도 챕터 제목에 숨겨두는 담대함을 보였다.
총 12챕터로 구성된 이 게임의 각 챕터 첫 글자를 모아보면 'NICOLE IS DEAD(니콜은 죽었다)'가 된다. 이스터 에그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대놓고 결말을 외치는 이 스포일러는, 눈썰미가 좋았던 플레이어들에게 극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제작진은 아이작이 니콜의 환영에 의지하여 마커의 인도를 받는 등, 그녀가 환영임을 추측할 수 있는 복선들을 꾸준히 깔아두었지만, 이 챕터 제목은 그 모든 추측을 단숨에 확정시켜버린다. 이처럼 명백한 스포일러를 제목으로 던져놓고도, 플레이어가 여전히 환영에 속아 니콜을 찾는 아이작의 광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이 게임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보여준다.

TOP 2. 파 크라이 4
파 크라이 4의 메인 빌런이자 독재자인 페이건 민은 프롤로그부터 부하를 펜으로 살해하고 주인공을 납치하는 싸이코패스 악당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악당의 대사 중 거짓말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주인공에게 진실과 결말을 시작부터 스포일러 했지만, 너무나도 절묘하게 조성된 분위기와 빌런의 이미지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이를 단 1%도 믿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이 게임이 스포일러를 이용하는 최고의 방식이다.
사실 페이건 민은 주인공 어머니의 옛 연인이자 양아버지뻘 인물로, 주인공에게 나라를 물려주려 했던 순정파(?) 보호자였다. 그는 주인공이 도망쳤을 때도 "얌마, 나 좀 믿어 봐"라며 진심으로 돌아오길 바랐고, 주인공을 죽일 뻔한 부하를 즉시 처단했다. 심지어 죽은 딸과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순애보로 새장가도 들지 않고 홀로 살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그는 독재자에서 자상한 새 아빠 기믹으로 여론이 180도 뒤집혔다. 시작부터 모든 진실을 말해주는 가장 정직한 스포일러를 던져놓고, 플레이어 스스로 그것을 외면하게 만든 파 크라이 4는, 스포일러의 역이용이라는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점에 서 있다.

TOP 1.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 -최후의 적의 정체는 용사의 아버지-
제목부터 "나는 스포일러다"라고 고해성사하는 듯한 이 게임은 그야말로 스포일러 종합 선물 세트다. 일단 게임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부터 최종 보스가 용사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고, 게임을 켜자마자 "시작 5분 후 동료가 한 명 죽는다"는 불길한 경고가 나온다. 여기에 캐릭터 작명 역시 스포일러 투성이다. 마도사 동료의 이름이 '베시네(배신해)'이기에 배신이 확정되고, 승려 동료는 '바로쥬거용(바로 죽어요)'라서 초반 탈락이 예정되어 있다. 국왕의 이름은 '흑 마크(흑막)'인데, 그는 말끝마다 자신이 흑막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덧붙이는 어설픈 연기까지 선보인다.
이 모든 것을 다 알려주고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게임은 나름의 반전을 숨겨두는 뻔뻔함을 보여준다. 즉,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스포일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스포일러가 얼마나 플레이어를 경악케 하는 지 확인하는 데 있다. 이런 매력이 통한 것인지, 후속작도 나왔다. 제목은 '스포일러가 너무 심한 RPG2 -친구의 본모습은 대마왕-'으로, 역시나 친구와 한 판 붙는 게임이 될 것이 예상되지 않는가? '알려줄 테니 알아서 놀아라'라는 철학을 확고히 가진 이 게임이야말로, 1위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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