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테마 > 순정남

[순정남] 붉은 말의 해, 붉은 눈물 쏟는 게임 속 말 TOP 5

/ 2
게임메카 / 제휴처 통합 1,265 View 게임메카 내부 클릭수에 게임메카 뉴스를 송고 받는 제휴처 노출수를 더한 값입니다. SNS에 전송된 기사가 아닙니다. 게임메카 트위터(@game_meca)와 페이스북(@게임메카)의 노출수를 더한 값입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바야흐로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붉은 말'이라 하면 으레 삼국지연의 속 여포와 관우가 탔던 당대 최고의 명마 '적토마'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고 전장을 호령하는 그 용맹함은 시대를 막론하고 '영웅의 동반자'라는 로망을 자극한다. 하지만 우리 게이머들이 모니터 속에서 마주하는 말들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그들에게 적토마와 같은 영광스러운 서사 따위는 사치에 가깝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바야흐로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붉은 말'이라 하면 으레 삼국지연의 속 여포와 관우가 탔던 당대 최고의 명마 '적토마'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고 전장을 호령하는 그 용맹함은 시대를 막론하고 '영웅의 동반자'라는 로망을 자극한다. 하지만 우리 게이머들이 모니터 속에서 마주하는 말들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그들에게 적토마와 같은 영광스러운 서사 따위는 사치에 가깝다.

게임 속 말들은 대부분 '빠른 이동'이 해금되기 전까지 쓰다 버리는 셔틀이거나, 인벤토리 확장을 위한 짐꾼, 혹은 주인 대신 낙하 대미지를 흡수하고 장렬히 산화하는 '요시 쿠션' 취급을 받는다.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묵묵히 다리가 부러지고, 맹수에게 뜯기며, 심지어 주인에게 직접 살해당하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화려한 주인공들의 뒤안길에서 눈물 젖은 건초를 씹으며 고통받아온 게임 속 불쌍한 말 다섯 마리를 선정해 보았다.

TOP 5. 엘든 링 - 별 부수는 라단의 애마

프롬 소프트웨어의 역작 '엘든 링'에 등장하는 데미갓 '별 부수는 라단'. 산덩어리만 한 거구에 산을 깎아 만든 것 같은 대검을 휘두르는 이 거인을 보고 있자면, 그 밑에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깔려 있는 앙상하고 작은 말에게 눈길이 간다. 마치 키 190cm에 체중 140kg쯤 나가는 보디빌더가 치와와를 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출시 초기에는 "말 부수는 라단", "말 허리디스크도 산재 처리 되냐"는 규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사정을 알고 보면 이보다 순애보가 없다. 라단은 자신의 덩치가 커져 자신의 애마가 힘들어하자, 말을 편하게 하기 위해 중력 마법을 익혔다. 즉, 자신의 몸을 가볍게 해 말에게 가는 무게를 극한으로 줄였기에 생각처럼 학대받고 있지는 않다는 것. 심지어 라단은 부패에 미쳐 이성을 잃고 시체를 뜯어먹는 와중에도 말만은 절대 해치지 않았다. 특히 보스전에서 라단이 혜성처럼 낙하하거나 팽이처럼 회전하는 등 광범위한 공격을 펼칠 때, 말을 땅속으로 잠시 피신시키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물론 남들 눈엔 그저 뼈만 남은 말을 짓밟아서 땅에 묻어버리는 학대자로 보일 뿐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말 죽는다! 말! (사진출처: FROMSOFTWARE/Kitao 공식 X)
▲ 말 죽는다! 말! (사진출처: FROMSOFTWARE Kitao 공식 X)

TOP 4. 킹덤 컴: 딜리버런스 - 페블즈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중세 게임 '킹덤 컴: 딜리버런스'의 주인공 헨리가 처음 하사받는 말 '페블즈(Pebbles)'.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지만, 이 말은 공짜인 이유가 확실하다. 저질 체력에 거북이 같은 속도, 겁까지 많아 걸핏하면 주인을 낙마시키기 일쑤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순간, 페블즈를 가차 없이 도축장, 아니 '풀 공장(Glue Factory)'으로 보내버린다. 즉, 더 빠르고 튼튼한 '젠다'나 '슬레이프니르'를 사기 전까지만 참고 쓰다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이 이 녀석의 정해진 운명이다.

후속작에서도 이런 대접은 이어진다. 2편 시작 시점에 주인공 헨리는 전작에서 페블즈를 버리지 않은 채 끝까지 타고 다니며 시작된다. 그러나 NPC들은 대놓고 페블즈를 보며 "못생겼다"며 놀려댄다. 개발사가 유저들의 '페블즈 혐오' 밈을 공식 설정으로 박제해버린 셈이다. 전작에서의 페블즈를 기억하는 이들은 다른 말을 구하기 위해 초반부터 페블즈를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페블즈를 타고 35km를 달리면 '훌륭한 페블즈'로 각성하며 거의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명마로 돌변한다. 주인을 위해 평생을 달렸지만 '똥말'이라는 비아냥을 들어 온 페블즈의 울분이 담긴 각성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낮아서 결국엔 다른 말로 바꿔 타는 유저들이 많다는 것은 반전 속 반전.

똥말이라 비난받다 각성으로 주목받다 다시 버려지는 신세라니 (사진출처: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 똥말이라 비난받다 각성으로 주목받다 다시 버려지는 신세라니 (사진출처: 킹덤 컴: 딜리버런스 2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TOP 3.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 쿠션 말

스카이림에서 훔치거나 이벤트로 얻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말은 1,000골드에 살 수 있다. 나름 거금이라면 거금인데, 도적 소굴을 ATM처럼 털어대는 스카이림의 도바킨들은 이런 말들을 이동수단이 아닌 '등산 장비' 혹은 '낙하산'으로 쓴다. 물리학을 무시하고 90도 절벽을 억지로 기어올라가게 하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추락 피해를 주인 대신 흡수해주는 용도로 쓰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살고 말은 즉사하는 이 잔인한 메커니즘 덕분에, 스카이림의 말들은 오늘도 영문도 모른 채 대기권 밖으로 사출되거나 계곡 바닥에 처박히고 있다.

사실, 절벽 등에서 주인을 대신해 희생하는 동물의 원조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에 나오는 요시다. 원래대로라면 떨어져서 죽을 위기에, 요시를 타고 있다면 마리오가 요시의 등을 밟고 점프해 살아남고 요시는 그대로 절벽에 떨어지는 장면 말이다.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약간 다를 지 몰라도, 스카이림의 말들 역시 요시가 느낀 것과 같은 분노를 똑같이 안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들이 반란을 일으킬 날이 올 지도?

말의 분노가 도바킨을 삼킬 것이다 (사진출처: 스팀 창작마당 Spamez 'Horse Texture Replacer')
▲ 말의 분노가 도바킨을 삼킬 것이다 (사진출처: 스팀 창작마당 Spamez 'Horse Texture Replacer')

TOP 2. 드래곤하운드 - 중화기 무장 말

넥슨 산하 데브캣에서 야심차게 개발하다 취소된 비운의 게임 '드래곤하운드'. 이 게임에 등장하는 말들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차'다. 등에는 집채만 한 대포와 다연장 로켓포를 짊어지고 전장을 질주한다. 어마어마한 반동에 척추가 남아날지 의문인 상황에서 거대 용의 브레스까지 피해야 한다. 스팀펑크 낭만이라고 포장하기엔, 말의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이 겪은 진짜 비극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바로 '존재의 소멸'이다. 2019년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이 중무장한 말들은 유저들에게 제대로 된 채찍질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사망한 데이터의 무덤 속으로 사라졌다. 뼈가 부서지는 훈련을 거쳐 마침내 대포를 이고 달릴 준비를 마쳤으나, 달릴 세상 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차라리 전장에서 산화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를, 태어나지도 못한 비운의 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중화기를 달고 열심히 훈련했건만, 결국 산 채로 무덤에 묻힌 말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중화기를 달고 열심히 훈련했건만, 결국 산 채로 무덤에 묻힌 말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1.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천하무적

대망의 1위는 게임계 최고 패륜아 중 한 명인 아서스 메네실의 애마 '천하무적(Invincible)'이다. 살아서는 주인의 무리한 승마 욕심 때문에 빙판에서 넘어져 앞다리가 부러졌고, 결국 주인 손에 죽임을 당했다. 이후 저승에서나마 편안히 쉬나 싶었더니, 데스나이트가 된 주인이 무덤을 파헤쳐 언데드로 되살려냈다. "이제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 완벽하다"는 사이코패스 같은 논리로 말이다. 썩지 않는 육체를 얻었지만, 영원히 리치 왕의 엉덩이를 받치고 얼음왕관 성채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 신세가 됐다.

여기에, 유저들에게 당하는 고통도 현재진행형이다. 얼음왕관 성채에서 리치 왕 아서스를 잡으면 간혹 이 천하무적을 손에 넣을 수 있는데, 0.75%라는 극악의 드랍률 때문에 10년 넘게 매주 유저들에게 썰리고 있다. 이름은 '천하무적(Invincible)'인데, 하도 안 나오니 유저들이 "눈에 안 보여서(Invisible) 천하무적인가보다"라며 조롱하는 점은 덤이다. 살아서는 주인의 허영심에, 죽어서는 주인의 집착에, 그리고 게임 속에서는 유저들의 수집욕에 영원히 고통받는 이 말이야말로 진정한 '불행의 아이콘'이 아닐까?

죽어서도 안식하지 못하는 천하무적 (사진출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 죽어서도 안식하지 못하는 천하무적 (사진출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6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