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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12월이다.추위를 많이 타는 본 기자는 춥다 못해 마비될 지경이라, 차라리 게임 속 뜨거운 전장으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밖이 춥다고 섣불리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간, 현실의 혹한기 훈련보다 더 냉혹한 '참교육'의 현장을 맛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세상에는 온기 대신 고인물들의 독기만 가득한 곳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곳을 흔히 '마굴(魔窟)'이라 부른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영하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12월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본 기자는 춥다 못해 마비될 지경이라, 차라리 게임 속 뜨거운 전장으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밖이 춥다고 섣불리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간, 현실의 혹한기 훈련보다 더 냉혹한 '참교육'의 현장을 맛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세상에는 온기 대신 고인물들의 독기만 가득한 곳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곳을 흔히 '마굴(魔窟)'이라 부른다. 겉보기엔 추억 돋는 대기실 같지만, 문을 여는 순간 인간의 탈을 쓴 괴수들이 뉴비를 기다리는 소굴이다. 이곳에 발을 들인 뉴비는 3분 만에 자아 성찰을 시작하고, 5분 만에 삭제 버튼을 누르며 눈물을 훔친다. 오늘은 호기심에라도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릴 악명 높은 마굴 TOP 5를 선정했다.
TOP 5. 오락실 리듬게임 - 감히 초보는 옆에 서지도 못하는 마굴
90년대 말, '펌프'와 'DDR'이 오락실을 점령했을 때만 해도 참 훈훈했다. 동네 꼬마부터 중학생, 수능 끝난 고3, 대학생과 직장인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신나게 발판을 밟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시절 말이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뀐 지금, 리듬게임 기기 앞은 그야말로 사이버펑크 그 자체다. 화면에는 인간의 눈으로 식별 불가능한 노트들이 잔상만 남기며 쏟아지고, 고인물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와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채 이를 처리한다.
이제 리듬게임 구역은 가볍게 동전 하나 던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뒤에서 팔짱 끼고 지켜보는 '갤러리'들의 시선을 느끼며 고수들 사이에 섞여 쉬운 곡을 플레이하는 것은 거의 압박 면접 수준이다. 그들의 뉴타입 급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감히 도전장을 내밀 용기조차 증발한다. 괜히 옆 자리에서 게임을 하다가 박자도 못 맞추고 'MISS'를 띄우면 공개 처형당할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물론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고수들이 초보를 배척하거나 눈치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러한 마굴 분위기가 형성돼 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 화려한 곡들을 빠르게 진행 중인 고수들 사이에서 초보는 끼어들기조차 쉽지 않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4. 구작 격투게임 로비 - 철권 태그 1과 스파 2의 석유급 고인물들
대전격투라는 장르는 원래 1 대 1로 맞붙는 게임이니만큼, 사용자의 실력이 크게 좌우한다. 최신 대전격투게임들은 기술이나 콤보 발동을 손쉽게 하는 시스템들을 도입해 가며, 초보 유저도 전략을 잘 짜면 간혹 고수를 이길 수도 있거나 랭크에 따라서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조율하곤 한다. 이는 초보 유저들을 보호하고 적응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온실(?)에서 키워진 유저들이, 구작 대전격투게임 온라인 대전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멘붕'을 겪게 된다. 대표적인 게임이 스트리트 파이터 2, 그리고 철권 태그 토너먼트 1이다. 주로 에뮬레이터, 혹은 'Capcom Fighting Collection' 등에서 섣불리 온라인 대전에 접속하는 순간, 30년 동안 한 게임만 판 '인간 흉기'들의 샌드백이 되기 십상이다.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게임을 아직도 붙잡고 있는 형님들은 0.1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철권 태그 1'의 풍신권은 거의 매크로 수준으로 쏟아내고,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슬슬 격투게임이 아니라 필승법 기준으로 누가 먼저 실수를 하느냐를 겨루는 게임이 되었다. 격투게임 새싹이나 오랜만에 복귀한 게이머가 이 마굴에 잘못 들어갔다간 그대로 황변해 게임을 영영 접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 아프리카TV(현 SOOP)에서는 아예 '고인물 게임대전'이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SOOP 제공)
TOP 3. 다크 소울 1 PvP - 뒤잡기 팬티맨들의 아수라장
프롬소프트웨어의 '다크 소울'은 게임 자체도 매운맛이지만, PvP는 그중에서도 캡사이신 원액 수준이다. 특히 1편의 PvP는 그야말로 망자들의 아수라장이다. 낭만적인 기사들의 결투를 기대하고 침입을 허용했다간, 곧바로 인간의 사악함을 깨닫게 된다. 정정당당한 승부 대신, 핑 차이를 이용해 순식간에 등 뒤로 이동해 칼을 꽂는 '렉 뒤잡기'가 정당한 기술 취급받는 마굴이기 때문이다.
더 악질적인 건 뉴비 학살을 위해 저레벨에 최강 장비를 맞춘 '제초기' 유저들이다. 팬티 한 장 걸친 고인물이 나타나 기괴한 제스처를 취하며 내 캐릭터를 유린할 때의 그 굴욕감이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시작하자마자 '유다희' 양을 영접하는 것도 서러운데, 죽고 나서 상대방이 엉덩이를 흔드는 꼴까지 보고 나면 모니터를 박살 내고 싶어진다.
▲ 절대 침입을 허용하지 말게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TOP 2. 건즈 더 듀얼 - 손가락 관절을 포기한 자들의 전장
국내에 TPS를 대중화시켰다는 평을 듣는 '건즈'는 게임에서 '버그'가 어떻게 정식 시스템으로 굳어지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벽을 타고 날아다니며 칼과 총을 섞어 쓰는 화려함 뒤에는, 손가락 관절염을 유발하는 'K-스타일'이 도사리고 있다. 0.5초 안에 무기 교체와 대시, 공격을 수없이 반복하는 '나비텝'이나 '단텝'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덕목이 되었다.
여기서 텝을 못 쓰는 뉴비가 기관총이라도 들면 '따발 강퇴'라는 기적의 논리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총 게임에서 총을 쏘는데 욕을 먹는 이 기묘한 세계관이라니. 고인물들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공중에서 샷건을 쏴대는데, 뉴비는 바닥에서 구르기만 하다가 의문사당한다. 지금도 가끔 추억에 젖어 접속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여전히 날아다니는 석유들 덕분에 3분 만에 조용히 삭제를 누르게 된다.
▲ 한 손에 손가락이 8개쯤은 있어야 사람답게 싸울 수 있다는 그 게임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TOP 1. 스타크래프트 한국 서버 - "초보만" 방의 새빨간 거짓말
대망의 1위는 우리의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다. 2025년 현재, 배틀넷 한국 서버는 전 우주에서 가장 농도 짙은 고농축 마굴이다. 20년 넘게 미네랄과 가스만 캐온 아재들의 실력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문제는 이 괴물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숨긴 채 뉴비들을 낚으려 한다는 것이다. 배틀넷의 "초보만", "1:1 초보 환영" 방 제목은 대한민국 3대 거짓말 중 하나다.
이 방들에 속아 들어가는 순간, 여러분은 도살장의 어린 양이 된다. 게임 시작 5분 만에 내 본진은 초토화되고, 상대는 유닛으로 맵에 'ㅎㅎ'를 쓰며 인성질을 시전한다. 고인물을 넘어 다이아몬드가 된 이들은 1 대 1은 물론, 3 대 3 빨무에서도 뉴비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희열을 느낀다. 왕년에 스타 좀 해봤다는 자부심은 한국 서버에 접속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니, 멘탈을 지키고 싶다면 유럽이나 U.S. 서버, 혹은 친구들과의 랜 파티에서 노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