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목적이라면 지긋지긋한 데스크를 피해 잠시 도피했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하겠는데요(웃음), 사실 저는 지금 '축구'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지난 21일, 넥슨의 '피파온라인3' 간담회가 바로 이 런던에서 진행됐거든요. 간담회 내용은 이미 공개가 됐는데 굳이 이 지면을 빌어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넥슨이 후원하는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 구단을 직접 방문한데다가, 22일 진행된 박지성 선수의 출장경기(EPL)을 직접 관람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 선수의 입단으로 QPR이 게이머들에게도 워낙 인지도가 높아졌고 '피파온라인3'와 함께 '위닝일레븐 온라인', '풋볼매니저 온라인'까지 다수의 축구 게임이 시장에 쏟아지려는 시점인 만큼, 축구의 본고장에서 펼쳐지는 열기를 전달하면 참 좋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런던 자체보다, '정말 축구가 이런 거구나' 라는 느낌이 대뇌피질에 강렬히 새겨질 정도로 이 경험은 각별했거든요. 이에 관련 이야기를 좀 다뤄볼까 합니다.
* 현지 네트워크 사정으로 사진 품질이 낮은 점 양해 바랍니다
▲ 런던 화이트시티에 자리잡은 QPR 홈구장 '로프터스로드'
우선 QPR의 홈구장인 로프터스로드는 런던의 서부인 화이트시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런던에는 QPR과 함께 첼시, 아스날, 토트넘, 풀럼, 웨스트햄까지 총 6개 구단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QPR은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합니다. 로프터스로드 구장도 약 18,000석 규모의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40,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첼시의 스탬포드 브릿지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날 정도죠. 다행히 QPR은 향후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5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으로
홈 구장을 옮길 계획이 있다고 하네요. 런던시와 협의가
잘 되길...
로프터스로드의 첫 느낌은 워낙 낡은 건물이라 그런지 구장이라는 느낌이 바로 새겨지진 않았습니다. 축구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축구구장인지 일반 건물인지 헷갈릴 정도죠. 물론 내부에 들어가보면 나름 구조를 잘 갖추고 있는데, 이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죠.
구장을 직접 탐방하기 앞서, 입구에 위치한 QPR전문매장부터 방문했습니다. 여기는 구단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인데요, 기본적인 유니폼부터 시작해 인형, 악세서리, 각종
생활용품 등 매우 다양한 물품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는데요, 가벼운 악세서리의 경우 5파운드 이내에 장만할 수 있고, 소장가치가 있는 물품은 50파운드 이상이기도 했습니다. 뭐, 다 갖고 싶긴 했지만요.
▲ 핸드폰 케이스는 아직 아이폰밖에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QPR구단 매니저의 동행으로 본격적인 구장 탐방이 이어졌습니다. 우선 구장 내부에는 QPR구단의 역사를 담은 갖가지 조형물이 배치돼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입단하면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구단이 바로 QPR인데요, 사실 이 구단은 1882년 창단된 12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구단입니다. 때문에 내부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갖가지 프로그램의 내용을 담은 콜렉션을 한
데 모아놓은 것부터 시작해, 구단 전성기 당시 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죠.
가장 흥미로웠던 볼거리는 구장 내 마련된 관람형 박스였습니다. 바로 이 공간에서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죠. 구단주가 소유한 VIP 박스는 그 규모도 큰데다 안락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정말 여기 있으면 축구
볼 맛이 나겠더군요. VIP박스 외에도 선수의 가족들만 입장할 수 있는 전용박스도 있고요, 갖가지 용도로 마련된 박스도 있었습니다. QPR 구단에는 이러한 박스가 총 25개 정도 있다고 하네요. 작은 규모의
박스는 일반인들에게 대여가 되지만 가격은 무척 비싸다고 합니다.
이후 인터뷰 박스, 선수 샤워실, 식사공간, 구단벤치 등이 알차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구단이 이 정도인데, 더 큰 구장은 어떨지 상상이 안 될 정도였죠. 관중들과 호흡하면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박스 하나 잡고 여유롭게 앉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거 같았어요.
▲ 바로 이것이 관람형 박스의 정체! 경기장이 바로 보입니다
▲ 모든 박스는 이렇게 일자형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 박스 내에서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경기장을 볼 수 있습니다
▲ 분위기부터 다른 구단주 소유 VIP 박스
▲ 여기도 한 잔 가져다 주세요
▲ 확실히 박스에서 경기를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겠더군요
▲ 역대 QPR 관련 프로그램 판촉물
▲ QPR 소속이면서 영국 국가대표를 지낸 선수 리스트
▲ 정말
오래된 우승컵이라는 게 바로 느껴지죠?
▲ 영광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 우중충한 날씨에 공허함마저 일고 있는 경기장 내부
▲ 하지만, 내일이 되면 이 경기장은…
WE ARE QPR!
다음날 한국 기자단은 QPR과 에버튼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다시 로프터스로드로 향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4시에시작하는 경기였는데요, 3시 정도에 도착하니 벌써 어마어마한 군중이 경기장을 향해 진군하고 있더군요. 구장으로 향하는 팬들을 보니 마치 플래시몹처럼 때가 되면 알아서 모이는 그런 분위기가 눈에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런던 시민들에게 축구는 삶의 일부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느낌이겠죠. 아무리 최하위 성적을 기록 중인 QPR 경기라고 해도, 결국 18,000석이 거의 꽉 찰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 경기
시작전 서서히 자리가 채워지는 관중석
일단 관람석은 국내와 달리 경기장이 무척 가까이 보이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앞자리에 앉으면 선수의 땀방울이나 찡그린 얼굴 표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지더군요. 그만큼 생동감이 살아나는 셈이죠. 평소에 TV중계에서 보던 아주 사소한 모습도 바로 앞에서 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슬라이딩태클이 작렬할 때면 짜릿한 기운이 온몸을 감돌고, 선수들이 몸싸움을 하다 나가떨어질
때면 차라리 무섭다고 표현할 정도로 둔탁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이처럼 생동감이 살아나니 경기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더군요.
응원문화는 국내와 조금 달랐습니다. 이는 분야는 다르지만 국내 프로야구와 비교를 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우선 경기장에는 음식물이나 주류 반입이 안 됩니다. 덕분에 치킨과 맥주 콤비 없이 경기에만 집중해야만
했죠. 또, 응원 자체에 강약조절의 편차가 좀 있더군요. 기세 좋게 들이밀면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응원구호가 터져나오며 신나게 진행이 되는데, 살짝 밀리거나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면 정적이 흐를 정도로 싸늘하기도 했으니까요. 특히 골을 먹힌 이후에는 정말 모두의 영혼이 연소됐는지, 한참 동안 아무 소리 없이 침묵이 이어지더군요. 살짝 웃기기도 했습니다. 알아보니 최근 QPR의 성적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았을뿐, 한번 탄력을 받으면 열정적으로 응원한다고 하네요. 반면, 원정에 나선 에버튼 응원석은 종일 소란했습니다. 원정경기까지 찾은 골수 팬들인 만큼 그만큼 호흡이 잘 맞는다다더군요.
분위기가 슬쩍 얌전하긴 했지만, 관중들'WE ARE QPR'을 중간중간 외치며 지켜본 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아차! 박지성 선수에 대한 부분도 언급해야 할 거 같은데요, 한국기자단은 매우 특별히 그를 집중응원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당연한 건가요(웃음)? 워낙 생동감이 있으니 누가 어떻게 활약하는지 바로바로 드러났는데요, 팬심인지 분위기에 무르익은 건지 그가 패스를 받기라도 하면 알아서 엉덩이가 들썩이더군요.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환호를 내지르고 싶은 그런 기분 말이죠. 상대 선수 반칙에 박지성 선수가 나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절로 된소리 발음이 튀어나올 거 같은 울컥함도 있었고요. 정말 TV중계와 달리 선수를 지켜보는 맛도 몇 배가 되더군요.
▲ 드디어 경기 시작 전, 선수 입장 시간
▲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캡틴 박지성 선수
▲ 주장답게 팀 동료들을 격려하고
▲ 미안하지만, 형의 포커싱은 캡틴에 맞춰져 있지
▲ 숨막히는 뒷태
▲ 숨막히는 질주
▲ 숨막히는 옆태
▲ 야이! 상대 선수의 파울로 괴로워하는 캡틴
▲ 전반 중반부 동점골을 터뜨리는 에버튼
▲ 에버튼 원정 관람석, 동점골 이후 기세가 살아났습니다
▲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에스테반 그라네로, 귀엽습니다
▲ 옐로카드를 받아도 귀여운 그라네로
▲ 사실 선수들이 몸싸움하면서 나가 떨어지는 건 너무 둔탁해 무섭더군요
▲ 환호를 받으며 후반 교체출전한 지브릴 시세, 그러나
▲ 이 선수는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 아쉽게도
동점으로 끝난 경기
결과적으로 경기는 1:1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QRP에 있어서나, 박지성 선수에 있어서나 1승이 매우 중요한 시점인 만큼, 꼭 이기길 바랐는데 좀 아쉽긴 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아주 많이 아쉬웠습니다(웃음). 그래도, 푸른색 깃발을 손에 쥔 채 '캡틴 박지성'과 'WE ARE QPR'을 외친 기억은 꽤나 오래 여운으로 남을 거 같네요.
최근에 기자는 '피파온라인 3' 테스트를 통해 정말 오랜만에 축구 게임을 접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플레이할 당시에는 선뜻 '이 게임이 왜 이렇게 환호를 받는지 모르겠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축구를 잘 몰랐거든요. 또, '피파' 시리즈 최신작과 '위닝일레븐' 시리즈 두 개를 놓고 봐도 뭐가 크게 다른지 파악하기도 힘들었죠. 그러나 오늘 경기를 보면서 몇 가지가 이해가 되더군요. 왜 엔진이 그렇게 중요한 건지, 선수 개개인의 세밀한 표현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 데이터 반영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등을 말이죠. 축구에 대한 열기라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그보다 상위 범주에 있는 그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이 정체모를 축구의 진한 맛을 하나라도 더 내기 위해 축구 게임도 한 단계 한 단계 함께 발전해 왔다고 생각하니 왠지 숙연한 기분도 들더군요. 언젠가 또 이렇게 유럽축구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올 지 모르겠지만, 게임이 됐든 무엇이 됐든 어떤 형태로든 'WE ARE QPR'을 다시 한번 외쳐보고 싶습니다. 아! 축구에 빠지면 QPR이 아닌 다른 팀이 될 수도 있겠군요(웃음). 뭐, 지금이라면 향숙이라도 외치고 싶은 그런 기분이네요. 이상 런던에서 게임메카FC 장제석이었습니다.
▲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나홀로 객석에 앉아~
- 플랫폼
- 온라인
- 장르
- 스포츠
- 제작사
- EA코리아 스튜디오
- 게임소개
- '피파 온라인 3'는 차세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향상된 전략플레이와 생생한 그래픽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한층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세계 40개 국가 대표팀과 30개 ... 자세히
-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중국어 '비추천' 이어진 이유는?
- 공주는 어려운 게 싫어! ‘실크송’ 이지 모드 다수 출현
- [이구동성] 코유키의 넥슨 안방 침입
- 료스케 PD “디지몬 450종 모델링 리뉴얼, 애정으로 완료”
- 스타듀 밸리 개발자,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에 성우 참여
- [겜ㅊㅊ] 스팀 정치 시뮬 축제, 구매할 가치 있는 신작 4선
- 실크송, 헬 난이도 열리는 ‘코나미 커맨드’ 있다
- 딸 키우기 신작 '머신 차일드' 출시, 스팀도 곧
- 네오플 노조, 임시 업무 복귀 후 9월 중 다시 파업하겠다
- [오늘의 스팀] 노 맨즈 스카이 '제 2의 전성기'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