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리포트 > 아키에이지 > 2차CBT 체험기] ‘포스트 울온’을 꿈꾸며 개발 중인 송재경의 신작 ‘아키에이지’가 두 번째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 간 지켜본 결과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정말 최고였다고 극찬하는 반응도 있는가하면, 이건 뭐 ‘언플언플 열매’를 통째로 잡수신 게 아니냐는 의혹을 품으며 실망의 눈초리를 쏘아 보낸 반응도 있었다. 참 재밌는 현상이다. 사실 기자의 입장에서도 중립적인 평가가 참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공개된 시스템이나 콘텐츠는 완성도가 확실히 미흡한 수준이었다. 모든 프레임의 연결 이음새도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미완성 개체를 가지고 감히 누가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테스트라니, 게임의 여정은 조급한데 송재경 대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 지면에서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바로 게임의 방향과 가능성이다. 송 대표와 XL게임즈는 시스템과 콘텐츠 따위는 언제든 완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거 같다. 대신 그들이 ‘상상’하는 게임의 최종 모습에서 지금 우리가 넣은 것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까, 또 가능성은 있을까, 바로 이 부분을 평가받고 싶어 하는 거 같다. 만약 그것이 의도였다면 다행히 성공했다.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자랑하고 싶은 것이었다면 이 리뷰는 본격 ‘신나게 까봅시다’가 될 게 뻔했으니 말이다. 눈치 빠른 독자 분들이라면 본문의 내용이 어떻게 구성될지 이미 예측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 내용을 충분히 보고 과연 ‘아키에이지’는 혁신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계몽에도 못 미칠지 판단해보도록 하자.
근래에 출시된 MMORPG 몇 가지를 잠시 떠올려보자. 어떤 모습인가? 대강 이렇다. 캐릭터 생성하고 접속하면 일단 알록달록 수놓은 그래픽을 약 10초 정도 감상한다. 캐릭터 선택창이나 인벤토리를 열어 무엇이 어떻게 돼 있는지도 파악해본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작감도 익힌다. 이 과정까지 불과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럼 다음은 뭘 할까? 그렇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퀘스트다. 그냥 설명대로, 지도에 나와 있는 그대로 동선을 짜 이동하며 퀘스트만 하면 된다. 막힘없어 술술 풀린다. 10분이 지나면 마침내 졸음이 몰려온다. 기자는 ‘아키에이지’를 하며 2레벨이 되기 전에 감동을 했다. 그래픽에 반한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캐릭터의 눈부신 몸매 때문도 아니다. 한 유저의 질문 때문이다. 게임을 하며 “저기 길 좀 묻겠소.”라는 말은 참 오랜만에 들어봤다. 개시 후 4시간이 지나서야 첫 손님을 맞이한 식당주인의 기분으로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게 왜 이리 즐겁던지. 단순하다고? 천만의 말씀. 그만큼 근래의 MMORPG가 얼마나 삭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확실히 ‘아키에이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게임이었다. 이유를 분석해보면 게임의 난이도와 상호작용 시스템에 그 밑천이 깔려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퀘스트 완성도에 직결된 버그의 존재는 이번 ‘아키에이지’ 테스트에서 오히려 빛을 발휘했다.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버그 때문에, 혹은 난이도 때문에 고생했던 유저는 다행히 다른 유저의 울먹거림을 절대 모른 척 하지 않았다. 참으로 훈훈한 분위기 아닌가. 이런 것도 있다. 길을 걷는데 갑자기 기자의 캐릭터가 비누방울 같은 이펙트에 갇히면서 서서히 위로 둥둥 떠올랐다. 어? 이건 뭐야? 이와 함께 어디선가 “ㅋㅋㅋ”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한 유저가 기자에게 메즈 스킬 하나를 사용한 것. 몬스터에만 사용되는 것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유저에게 사용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기자에게 “님 재밌죠?”라며 깔깔대는 통에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바로 이 부분을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상관없이 상호작용의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상호작용 시스템은 ‘아키에이지’의 모든 콘텐츠를 뿌리 채 잡고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이로운 것이든, 해로운 것(공격 제외, 이것은 PK)이든 스킬을 같은 유저에게 쓸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지난 테스트에서 내세운 나무심기나 집짓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상호작용한다. 기자는 지금까지 나무심기와 집짓기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어왔다. 하지만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부분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집짓기의 경우 혼자의 힘으로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력은 모든 캐릭터가 지니는 고유의 에너지로 최대 100개까지 모을 수 있다. 이는 게임의 모든 노동에 필요로 한다. 집은 최초 설계도를 구입한 뒤에 건설을 시작하면 공사판 형태로 구현된다. 이를 클릭하고 삽질하기를 누르면 노동력 1이 감소하고 차차 완성된다. 해상에 필요한 선박 작업도 마찬가지. 게다가 규모가 가장 작은 집도 최소 100 이상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인에게, 혹은 지나가는 고렙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발생한다. 나무심기는 이와 같은 커뮤니티를 부추기는 부가 콘텐츠다. 집 주변에 예쁘게 나무를 심어놨는데 누가 와서 몽땅 베 버렸다. 이거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아니 오빠 저놈이 내 나무를 싹 베 버렸어!”, “헐 그래? 그럼 죽여 버려야지.” 욕설을 하던, 싸움을 하던, 좋게 합의를 보던 일단 여기서 커뮤니티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근사하면서도 친근한 딱딱함이다.
XL게임즈는 이에 그치지 않고 PK 시스템은 물론, 악성 PK 유저를 잡안두는 장소인 감옥까지 만들었다. 커뮤니티 적인 측면에서 해석하면 이것도 충분히 흥미롭다. 취미거리로, 혹은 개인과 지인의 원한에 의해 PK를 저질렀는데, 이게 심해지면 감옥을 간다니. “오빠 많이 힘들지?”라며 따뜻하게 면회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올 수도 있고, 악당들이 서로 모여 ‘프리즌 브레이크’ 버금가는 탈출계획도 짜볼 법하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청사진이 그려지는 까닭은 바로 커뮤니티에서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호작용 시스템을 근거한 자유도는 유저들을 즐겁게 하고 커뮤니티를 발생시킨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만족스럽다. 관련된 콘텐츠가 더 추가돼야 할 텐데 꼭 커뮤니티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유발시켜야 하니 앞으로 머리 좀 아프게 생겼다.
해상전투, 독창성은 없는데 아이디어는 있다 이제, 이번 ‘아키에이지’ 테스트에서 처음 공개됐던 해상전투를 짚어보자. 확실히 이슈는 이슈였다. 유저들은 선박을 만들어야 한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인들은 계속 “노동력을 아껴둬라, 채집하면서 날려먹으면 죽이겠다.”는 식으로 기자를 협박했다. 카이사르를 존경하는 기자는 돈을 모이는 족족 날려먹었던 터라 선박제작은 꿈도 꾸지 못했다. 대신 선원 신분으로 전투에 참여해봤다. 몇 번 해본 결과 느낀 점은 ‘꼼꼼하네’라는 것. 해상전투는 기본적으로 선장이 키를 잡아 운전하고, 나머지 파티원은 선박에 장착된 포를 잡아 공격하는 방식이다. 선박에 태울 수 있는 인원은 제한이 없지만 내부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건 파티원 뿐이다. 나머지는 전투 돌입 전까지 그냥 열심히 응원하면 된다.
여기에 약간의 전략 요소도 부여했다. 돛은 선박의 이동속도를 향상시켜주지만 선회력을 감소시킨다. 때문에 전투가 시작되면 한 명이 담당해 돛을 지속적으로 폈다, 접었다 하는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다행히 노동력은 줄지 않는다. 또, 키를 잡은 선장을 공격해 체력을 바닥내 놓으면 자동으로 운전상태 모드가 풀리기 때문에 집중 공격하는 전략도 꾸밀 수 있다. 이렇게 해 적의 선박을 박살내면 전투에서 승리한다. 깔깔 웃음이 나올 정도로 신난다. 겉만 화려한 콘텐츠는 아니라는 것. 쉽게 말해 특급열차 태워준다는 엄마의 말에 속아 포경수술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기분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원래 PvP라는 게 질리지 않는 콘텐츠다. 이 즐거움은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거 같다.
확실히 해상전투 자체는 뼈대도 튼실하고 다양한 재미요소까지 내재돼 있다. 하지만 독보적, 혹은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위대하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미 다른 게임에 있는 시스템을 따와 ‘아키에이지’의 스타일에 맞게 변형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XL게임즈는 여기에 ‘자유도’라는 아이디어를 접목시킴으로써 비난과 우려를 아무렇지 않게 초월해 버렸다. 전투 자체에도 자유도를 넣어 특정 조건 없이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아예 선박 위에서 모험까지 할 수 있도록 바다를 넓게 구현하고 중간 중간 무인도까지 만들어 넣어 놨다. 함께 한 파티가 약 1시간 동안 바다여행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몇 개의 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섬들은 내부 구조물들이 이미 만들어진 상태여서 후에 해적들만을 위한 섬, 혹은 집결지로 활용하기 충분해 보였다. 또 한번 청사진이 그려진다.
또, XL게임즈는 송재경 대표의 영향인지 현재 실험정신이 투철하다고 알려진다. 내부 분위기가 어떤 아이디어라도 일단 넣고 보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간다는 것. 실제로 게임 내에서 만난 GM 한 명은 기자에게 “농담 삼아 일하는 유저에게 주인이 채찍질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걸 진지하게 고민하더라.”고 말했다. 기자는 다음 CBT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채찍질 기능이 추가된다면 XL게임즈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거 같다.
돈의 논리로 흘러가는 게임의 분위기 마지막으로 온라인 게임으로써 성공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자. 참고로 일반 전투나 메인 퀘스트, 그래픽 최적화 등의 문제는 완성도나 버그 문제가 꽤 심각했다. 전민희 작가의 참여로 기대를 높였던 세계관도 스토리텔링 방식이 아직은 미시적인 수준이라 밋밋했다. 때문에 “서둘러 고쳐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이번 리뷰에서는 과감하게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겠다.
‘아키에이지’의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레벨 제한이 없다. 고급 아이템을 구입해 착용하면 더 쉽게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자칫 10레벨이 30레벨도 이겨버리는 아리송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셈. 물론 이것이 ‘아키에이지’가 지향하는 자유도의 범주에 해당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만큼 돈의 논리가 자행되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어 우려가 된다.
물론 이 부분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것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의 특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앞서 상호작용과 커뮤니티의 관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 관계는 돈의 논리가 앞서게 되면 가장 먼저 무너질 수도 있다. 훈훈한 분위기가 일단 제시부터 하라는 모 게임처럼 삭막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분위기로 보면 특징 지역을 유저가 점령하고 타 게임처럼 세금을 받는 형태가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함께 ‘아키에이지’ 테스트에 참가한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어본 결과 돈의 가치와 쓰임새가 높다는 건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좋다, 나쁘다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 방식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요컨대, 기자는 돈보다 유저, 즉 커뮤니티 논리가 더 앞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랜만에 커뮤니티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MMORPG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아키에이지’의 미래를 밝게 전망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커뮤니티 논리가 곧 온라인 게임의 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를 끌어올려 게임 내 경제적인 이점도 가져가고 커뮤니티까지 가져가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금상첨화.
완성작은 내년 하반기에 볼 수 있을까? 기자는 ‘아케에이지’를 가리켜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말해줄 수 없다. 그건 사기죄니까. 하지만 게임메카 독자 분들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게이머들에게 “이게 바로 MMORPG다”라는 점은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수 있다. 그만큼 MMORPG로써의 가치는 충분했다. 이번 빌드로 봐서는 아직 완성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았는데, 아이디어를 기반에 둔 새로운 시도를 언제까지 할지에 따라 오픈 일정이 판가름 날 것 같다. 이게 명확해야 다듬는 작업이 가능하니까.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도에 좀 더 비중을 두어 ‘완성’에 더 욕심을 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그러면 최초 내년 하반기는 돼야 나오는 건가(웃음). 그리고 한 가지. 게임 내 예쁘고 섹시한 캐릭터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직접 하든 안 하든 기자는 예쁘고 섹시한 캐릭터를 좋아한다. 그리고 여긴 한국이 아닌가! 글: 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archeage@gamemec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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