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 영원의 탑>메카리포트]
이번 편은 새해 소망에 적어놓은 아이템이 눈 앞에 떨어졌을 때의 직업별 탐구생활이에요. 먼저 검성이 장검을 만났을 때 편이에요. 아이온을 시작할 때부터 검성 외길 인생의 남자는 오늘도 `암흑의 포에타`로 향해요. 위풍당당 캐릭터가 착용하고 있는 `아누하르트 정예병의 창`이 번쩍번쩍 눈이 부시지만 가슴 한 구석이 쓰려요. 검성에게 있어 `미늘창`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해요. 그럴거면 창성이라고 부르지, 왜 검성이냐며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요. 서러움에 눈물을 훔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요. 그래요, 이 굴욕을 하루빨리 씻어야만 쾌적한 아이온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자기 집 안방 같은 `암흑의 포에타` 모습이 보여요. 흉물스러운 암흑의 포에타 모습이 친근하게 보이는 것이, 오늘이라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검이 하나 나올 것만 같아요. 이제는 `창성`이 아닌 `검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소망 10가지 목록에 `아누하르트 검 세트 먹기`라고 썼는데, 어느덧 2주째에 접어들었어요. 교회라도 다니지 않으면 영영 못 볼 것 같아요.
75,432번 정도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암흑의 포에타의 `군단장 아누하르트`가 오늘도 방긋 웃으며 남자를 반겨요. 아무리 봐도 `레삐-던트 이블 시리즈`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생김새가 분명해요. 어디가 `용족`인지 모르겠지만 아이템만 준다면 `소녀시대` 라는 이름으로 불려도 상관없어요. 아니에요. 취소해야겠어요. 역시 소녀시대는 안되겠어요.
치유성이 남자를 욕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애써 무시해요. 드디어 아누하르트가 누워요. 항상 이 때가 되면 콩팥이 벌렁벌렁하고 허파가 쫄깃해지는 것이 묘하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요.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이번에도 아이템이 안나오면 앞으로 7만 번 정도는 더 와야 먹을 것 같아요. 알고 있는 모든 신에게 기도를 해요. 반짝반짝 빛나는 아누하르트의 몸뚱아리에 손을 가져가요. 누워있는 아누하르트의 자태는 전성기 마돈나의 뺨을 후려칠 만큼 섹시하다며 비굴하게 말해요. 자비로운 아누하르트에게 눈물로 애원한 결과를 기다려요.
너무 흥분해서 타자가 꼬이고 있지만 지금 그런 사소한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장장 76,183번 만에 아누하르트가 비늘검을 뱉었다는 것이에요. 이건 지구에 외계인이 침공해온 것만큼의 이슈가 될만한 일이 분명해요. 그런데 저 살성은 왜 흥분하는지 모르겠어요. 레기온 창에도 자랑질을 흩뿌려줘요. 부러움에 겨운 레기온 원들의 발악이 보일 것이 뻔해요.
이런 사악한 저주를 걸다니, 저 더러운 녀석은 전직 마녀가 분명해요. 분노의 강냉이 세례로 치아 구조를 개혁시켜줘도 모자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고작 레기온 사람의 조잘거림이 아니에요.
둘의 시선이 마주쳐요. 이런 할렐루야, 갯지렁이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살성이 온 몸으로 먹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요. 살성이면 살성답게 단검이나 먹을 것이지, 왜 장검을 처먹냐며 눈빛으로 말해요.
눈으로 대화하지 못하는 못난 인간이에요. 개념을 안드로메다행 특급 편도에 태워서 관광 보낸 것이 분명해요. 그렇지 않다면 검성 앞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먹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거에요. 장`검`은 이름부터 `검`성전용 이라는 뉘앙스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편모충 같은 녀석이에요. 결국 주사위를 굴리기로 해요. 나검성 님이 주사위를 굴려 숫자 97이 나왔습니다(최대 100).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온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이 순간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생각나요. 자신은 이 세상에서 운이 가장 좋은 검성인 것 같아요. 얼른 암포를 끝내고 복권이라도 사야겠어요. 박살성 님이 주사위를 굴려 숫자 98이 나왔습니다(최대 100). 아. 망했어요.
"풀이요" 오늘도 남자의 하루는 버라이어티하게 시작해요. 아이온 라이프가 고독하다는 이 느낌은 비단 혼자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자는 분명 200만 살성 실업시대에 돌입했다고 확신해요. 번개가 땅에 꽂히는 속도보다 빠르게 귓말을 하지만 그 누구도 답변을 주지 않아요. 문득 나 혼자 아이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지만 그럴 리는 없어요. 지금도 파티 찾기 창에는 수없이 많은 광고글이 올라가고 있어요. 남자를 위한 파티는 없나 봐요. 담배를 물어요. 담배가 유독 써요. 남자는 겨우 파티를 구했어요. 그것도 레기온 사람 덕분에 난 자리에요. 자리를 만들어준 레기온 사람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게 싸보이는 살성으로 보일 수 없다며 쿨한척 인사를 해요.
이런 젠장, 시작부터 이미지를 구겼어요. 남자는 도시 남자처럼 쿨하고 시크한 살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단 두 마디 만에 죄송이 나오고 말았어요. 갖은 방법을 총 동원해서 13.7초 만에 `암흑의 포에타`로 향해요. `우사인 볼트`보다 남자가 더 빠른 것 같아요. 오늘은 기필코 `사상 최악의 무기 저주 캐릭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해요. 무기 먹자고 암흑의 포에타에 쏟아 부은 시간을 천족 사냥을 했다면 벌써 `대장군`이나 `총사령관`쯤은 되었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해요. `군단장 아누하르트`가 보이는 순간부터 남자는 평타 하나, 스킬 하나 마다 강렬한 염원을 담아 실어 보내요. `단검`, `비수`, `장검`, `셋 중에 아무거나` 등등 영혼을 악마에게 팔 기세로 공격을 해요. 드디어 아누하르트가 죽어요. 안나와요. 좌절해요.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N게임사`는 남자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N게임사도 밉고, 아이온도 밉고 아누하르트도 미워요. 가슴 속에 응어리진 한과 울분을 모두 몬스터에게 뿜어내요. 얼마나 몬스터를 썰어댔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파티원들의 칭찬이 남자에게 쏟아져요.
최대한 간결하게 대답했으니, 이제부터 자신은 쿨하고 시크한 초엣지 작렬 살성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장담해요. 그런데 S랭크라니, 어떻게 가능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무아지경 속에 신내림을 받아 게임을 한 기분이에요. 아, 이제야 아누하르트가 준 스트레스가 몽땅 사라지는 것 같아요. `화염의 지배자 타하바타`가 보여요. 지금의 남자라면 타하바타 정도는 소고기 썰 듯 잘근잘근 칼질할 수 있어요. 살성의 애환과 저주 캐릭터의 울분을 모두 칼 끝에 담아요. 타하바타가 쏘는 `용의 화염구`정도는 뜨거운 남자의 열정보다 못한 담배꽁초에도 안 붙을 불이에요. 가뿐히 무시해요. 결국 화염의 지배자는 쓰러지고 말아요. 승리했어요. 게임이지만 남자는 대기업에서 1200%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기쁘기 그지 없어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이온 홈페이지에서만 존재하는 아이템인줄 알았던 그것이 나왔어요. 남자는 자신의 뺨을 매우 쳐요. 아파요. 꿈이 아니에요. 먹어야 해요. 순간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우스로 아이템을 클릭할 뻔 해요. 손을 벌벌 떨어요.
어떻게 만든 쿨하고 시크한 초엣지 작렬 살성 이미지인데 이렇게 날릴 수는 없어요. 차가운 도시 남자처럼 이모티콘을 넣어주며 채팅을 해요.
이런 쌍팔년도 서울 올림픽, 검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저 검성 녀석은 여태까지 존재도 몰랐을 정도로 묻어간 것 같아서 짜증이 근육을 타고 전신에 흘러요. 검성의 캐릭터를 노려봐요. 모니터에서 검성의 존재를 후려 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어째서 검성이 있는 팟에서 장검이 나오는 것인지, 정말 하늘도 무심해요. 검성이 있을 때만 장검이 나오는 더러운 세상이에요.
저런 성냥팔이 소녀 같은 녀석이 당연한 것을 물어요. 지금 이 장검을 먹지 못한다면 앞으로 평생 구경조차 못할 것이 한국 드라마 스토리처럼 뻔해요. 꼭 굴려야 해요. 먹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해요. 하늘은 스스로 믿는 자를 믿는다고 했어요. 제발 부처님 어머니! 제발 하고 기도를 해요. 나살성 님이 주사위를 굴려 숫자 1이 나왔습니다(최대 100).
오늘도 적대치를 잡으려 갖은 용을 다 쓰느라 진을 빼요. 약이란 약은 다 먹고, 각종 사이트에서 본 팁이란 팁을 참조해도 몬스터는 `살성`을 보고 있어요. `수호성`이라는 이름에 회의가 들기 시작해요. 이제는 그냥 방패드는 격수로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는 열심히 수호성을 해요. 수호성만의 뿌듯함이 있다고 믿어요. 오늘은 네 번째로 `화염의 지배자 타하바타`를 잡았어요.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타하바타가 `타하바타의 장검`을 내놓은 것이에요. 지금이 아니면 영영 먹을 수 없을 지도 몰라요.
그냥… 다음에 먹기로 해요. 글: 게임메카 홍새암 기자(aion@gamemec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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