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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고양시청·보해 소주에도 게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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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다변화하는 사회에서 대중의 관심을 사로 잡고 싶다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즉 ‘게임화’가 필수다.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게임처럼 만드는 것.” 이것이 게이미피케이션이다. 게임업계 최고의 연설자 중 하나인 제인 맥고니걸이 ‘게임이 세상을 구원한다’라고 말하듯, 게이미피케이션 연구가들은 ‘게임처럼 생각하고, 게임처럼 만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3년 전 시작된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단어는 유행처럼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듯도 하지만, 2012년 즈음부터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비즈니스 마케팅 컨퍼런스나 스타트업 강연 등에서 종종 등장할 정도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창의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사업 전방위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교육용 게임이나, 금융 파생 상품 등 이해하기 어렵고 따분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게이미피케이션 마켓 성장 예상도 (자료 출처: 게이브 지헤르만 사이트)

비즈니스나 교육의 새로운 트랜드로 ‘게이미피케이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미미하다 보일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는 많지 않다. 학업이나 비즈니스 목적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게임 같은 재미를 가미해도 업무는 고되고, 공부는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을 가미해서 덜 지루해 졌을 뿐, 원칙적인 지루함은 피할 수 없다.

정말 게임적이면서 창의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의 예제는 국내에 없을까? 한 금융업체에서 광고하는 ‘게임처럼 재미있는 파생상품 배우기’처럼 굳이 가슴팍에 ‘게이미피케이션을 강조한 상품’은 아니더라도, 진짜 게임처럼 재미있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한번 찾아 보았다.

웹 사이트의 회원 운영 제도에서 시작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자리 잡은 브랜드 페이지, 그리고 유명 TV 광고까지 게이미피케이션은 존재한다.

게임사는 게임에 몰입감을 더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레벨이나 경험치, 혹은 명예 훈장, 직위 등을 부여한다. 일부 보상이 주어질 때도 있어 참여자들이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러한 게임 디자인을 본떠 만든 것이 포털 사이트 회원 레벨 제도이다. 게임메카의 포털 사이트를 보더라도 게시판에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기사에 댓글을 달면 일정의 경험치를 지급한다.

게임에서 경험치를 쌓아 레벨이 오르는 것처럼 게임메카 사이트에서 레벨이 높은 유저의 아이디에는 색색의 아이콘이 배급된다. 개성 넘치는 색깔로 아이콘이 꾸며지면서 자신의 의견이 누구보다 눈에 띄는 작용을 한다.


▲ 이상하게 레벨이 높은 유저의 댓글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근 엄청난 관심을 받은 고양시청의 SNS도 마찬가지다. 한국 민속촌의 민속촌 낭자, 대검찰청의 나으리 모두 게이미피케이션의 일종이다. 이들은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처럼 각각의 역할에 분하여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다. 고양시청의 SNS 지기는 분명 고양이는 아닐 것이며, 민속 낭자도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옛 사람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받아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 트위터 상에서 이미 스타가 된 '한국민속촌' SNS 담당자, 낭자라고 불린다


▲ 민속촌 낭자와 검찰청 나으리를 대상으로 한 웹툰까지 등장할 정도


▲ 블로그에서 공개한 소셜 드라마 제작의 이유

고양시청의 고양이와 대화하면서, 사용자들은 고양시의 일원이라는 충성심(Loyalty)가 높아지고, 유대감, 신뢰를 쌓게 된다. 단순히 사는 곳과 주소로 지나지 않았던 공간에서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중요한 원칙이기도 한 성취감이나 보상, 경쟁 부문 누락되어 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와 상호작용에서 심리적인 보상을 얻는 것이라 본다. 검찰 나으리와 민속 낭자의 연애 줄다리기 모습을 보거나, 쉽게 볼 수 없는 고양 시장의 망가진 모습을 보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바이럴 마케팅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이다.

해외에서 주로 언급되는 가장 큰 스케일의 게이미피케이션 활용 예제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선 캠페인이다. 오바마의 선거 캠프인 OFA(Obama For America)는 이번 대선에서 게임과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특히 ‘오바마와의 저녁’이라는 이벤트는 오바마 지지자들의 열렬한 후원을 받고, 다른 유권자들에게도 큰 칭찬을 얻었다.

오바마와의 저녁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3달러 이상의 자선 기부를 한 사용자에게 추첨을 통해 오바마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할 기회를 주는 단순한 행사다. 참여자들은 국가의 일원으로 선거 운동에 참여했다는 권리 의식을 느끼고, 십시일반으로 거두었던 돈이 큰 모금액을 이루고, 또 보상으로 오바마와의 저녁 식사까지 꿈꿔볼 수 있었다.


▲ 2012년 대선 당시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SBS의 대선 방송

국내에서도 지난 2012년 대선 때 한 방송국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 사례가 있었다. SBS는 예능 프로그램, 스포츠 게임, 영화 등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으로 실시간 득표율 정보를 꾸몄다. 각 후보가 달리거나, 펜싱 경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후보와 함께 뛰는 것 같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많은 기능이 삭제된 사례긴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영감을 준 방송이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게임적으로 디자인된 예제이지만, 정말 게임처럼 만든 게이미피케이션도 있다. 사실 이 기사를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이 광고 때문이었다. 

보해의 새로운 브랜드 ‘월’은 작년 국내 광고 업계와 주류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월’의 디지털 광고는 과거 뭇 남성 게이머들의 가슴을 두방망이치게 만들던 ‘두근두근 메모리얼’이나 ‘센티멘탈 그래피티’같은 연애 시뮬레이션의 게임 메커니즘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화면을 마주한 사용자는 술집에 들어섬과 동시에 대화형으로 진행되는 다이얼로그 세계에 빠지게된다. 종업원의 질문과 자리에 착석한 후 히로인으로 등장하는 인기 배우 한가인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에 맞춰 원하는 대답을 선택하게 된다. 영락없는 대화형 시뮬레이션 게임 방식이다. 

오랜만에 만난 여자 친구처럼 한가인은 귀엽게 투정도 부리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사용자가 어떤 대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은 조금씩 변해 가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일에 지친 남자 친구를 위해 힐링 음악을 틀어 주며 마무리된다.








▲ 연애 시뮬레이션을 연상케 하는 보해 '월'의 디지털 광고

제일기획에서 제작한 보해 ‘월’의 디지털 인터랙티브 광고는 제품에 관련된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음에도, 단번에 남성 유저들의 머릿속에 제품을 각인시켰다. 그 결과‘2012 한국광고대회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사이버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보해 담당자는 ‘힐링’ 콘셉트가 잘 맞았다고 밝혔지만, 사실 그 위력은 게임이 가지는 전달력과 몰입감에 있다고 본다. 게임 디자인을 덕분에 '힐링' 콘셉트가 즉각적으로 전달됐던 것.

이처럼 게임을 이용하면 쉽게 사람들과 공감각적인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일반 기업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근래 교육, 미디어, 마케팅, 기업 문화까지 게이미피케이션은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효율성, 재미 모두 잡는 재미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사례가 2013년에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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