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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을 요하는 100% 유저 친화적 행사! PAX 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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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을 위한 축제의 장, PAX 이스트 2013이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보스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됐다. 세계 3대 게임쇼로 손꼽히는 E3와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그리고 국내 게임쇼 지스타 등 다른 행사와 비교했을 때, PAX 이스트의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100% 유저 친화적 행사’라는 것이다.

 

즉, PAX 이스트의 중심은 게임도, 주요 관계자도 아닌 현장을 방문한 게이머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시연 및 프로그램이 물샐 틈 없이 빡빡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PAX 이스트 현장이다. 주요 업체들이 마련한 시연 부스는 신작을 플레이하길 염원하는 유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시연을 기다리는 동안 가방에서 휴대용 기기를 꺼내 또 다른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연출됐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본인이 즐기고자 한 열망을 강하게 드러낸 코스튬 플레이어 역시 현장 곳곳에 출몰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기자는 PAX 이스트 2013 현장에서 그 어느 게임쇼보다 ‘자유롭게 내 맘대로 즐겨보자’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꼭 신작이 아니라도, 기대작에 손꼽히지 않아도, 현장에 전시된 수많은 게임 중 끌리는 것에 손을 대고, 원 없이 플레이하자는 의지를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되는 만만치 않은 인고(?)의 시간과 행사장 내에 제대로 앉아서 쉴 공간이 없는 환경을 감내해낼 수 있었던 힘은 ‘게임’에 대한 진정한 애정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한다.

 

게이머들의 본능에 정말 충실했던 PAX 이스트 2013, 기자는 개막일부터 하루 반나절 동안 체감한 PAX 이스트 2013의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입추의 여지 없이 빼곡히! 테트리스를 보는 듯한 부스 배치

 

▲ 사람과 사람과 사람으로 가득찬 PAX 이스트 전시홀


PAX 이스트 2013의 핵심 무대는 출전 업체들의 부스가 한데 모인 전시홀(Exhibitor Hall)이다. 주요 업체들은 물론 총 50곳의 인디 개발사들이 모여 구축한 인디 메가부스, 그리고 관련 상품 판매 코너가 한 홀에 집결되어 있다. 따라서 행사장 전체 크기는 국내 게임쇼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의 B2C홀보다 약간 넓은 수준이지만, 워낙 다수의 부스가 자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간 구성이 빽빽하다.

 

특히 블리자드나 유비소프트, 소니, MS와 같이 주요 업체 부스는 여유 공간 없어 서로 딱 붙어 있는 모양새로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수용하는 인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동 통로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PAX 이스트의 전시홀은 행사가 시작된 22일 오전부터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신작 시연대를 마련한 주요 업체들의 부스에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대기 행렬이 형성될 정도로 많은 인파를 불러모았다.

 

▲ 기대작 부스에는 이러한 대기열이 생성되었다

 

▲ 시연을 위해서라면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


인원 규모를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는 장소는 입구와 출구였다. PAX 이스트의 전시홀 입구는 에스컬레이터 혹은 계단을 타고 한 단계 더 내려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즉, 입구와 출구에서 전시홀을 내려다보면 입추의 여지 없이 사람들로 꽉 찬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홀을 바라볼 때면 내가 정말로 저 장소에서 저 많은 인파와 부대끼며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었다.

 

또한 전시홀 내부에는 참가자를 위한 공식적인 ‘휴식 공간’이 없어 장시간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신발은 걷기 좋은 운동화가 제격이다. 실제로 PAX 이스트에 코스튬 플레이를 준비해온 여성 참가자들도 운동화에 편한 옷차림으로 와서 화장실에서 의상으로 갈아입는 방식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이처럼 ‘긴급 탈의실’로 변모한 화장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 경찰관이 상시로 입구를 지키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따라서 일반 참가자들은 전시홀 외곽에 남은 빈 공간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컨벤션 센터로 진입하는 입구 근처, 건물 곳곳에 배치된 간이벤치에서 피로를 달랬다. 행사장 입구에는 미국 현지의 No.1 에너지 드링크로 손꼽히는 리빙 에센셜스 5 아워 에너지(Living Essentials, 5-hour Energy)를 무료로 나눠주는 부스가 운영될 정도로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행사였다. 기자도 한 병 마셔보았는데, 정말 5시간 동안 말처럼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문제는 내일 쓸 체력까지 오늘 한 번에 끌어다 사용하는 고금리 대출과 같은 음료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PAX 이스트는 100% 리얼 생고생의 현장처럼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러한 환경을 참가자들이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붐비고, 오래 기다리고, 수많은 게임 안에서 허우적대는 그 자체가 일종의 ‘재미’ 혹은 ‘문화’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것은 아미 ‘게임에 미쳐보는 사흘을 만들어보자’라는 행사 자체의 취지와 참가자 간의 짙은 교감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러한 공감대가 없었다면 유명 만화가 2명이 주최한 행사가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며 유지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다함께 즐겨보자는 인상을 강하게 준 PAX 이스트 2013


기자의 경험을 토대로 ‘PAX 이스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5가지 머스트 아이템’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보스턴의 변덕스런 기후를 견디기 위한 질 좋고 따뜻한 코트와 편안한 신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기 시간을 보내기 위한 킬링타임용 게임, 언제 어디서나 손에서 떨어뜨릴 수 없는 핸드폰 충전기, 마지막으로 충분한 ‘자금’이다. 이 중, ‘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이후 코너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토록 하겠다.

 

입구를 놓치지 마라, PAX 이스트의 묘미는 그곳에 있다

 

PAX 이스트의 묘미 중 하나는 ‘양덕’의 포스가 느껴지는 코스튬 플레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각 코스튬 플레이어의 퀄리티에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안 된다. PAX 이스트 현장의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자기 만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즉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멋지고 재미있다고 판단되면 거리낌 없이 의상을 입는다.

 

 

 

▲ 북미 게이머들의 느낌 있는 코스튬 플레이

 

그렇다고 그들의 문화를 지적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은 당당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그들이 촬영자를 대하는 매너 역시 수준급이다. 어설픈 영어로 다가가 사진기를 가리키거나 흔들면 알아서 포즈를 취해준다. 그럼 다양한 각도로 찍으면 된다. 본인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진기 앞에 드러낼 수 있는 그들의 당당함이 부러웠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연출하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포인트는 의외의 장소에 존재한다. 바로 전시홀의 입구와 출구 지역이다. 앞서 밝혔다시피 PAX 이스트의 전시홀 내부는 사람들로 꽉 차 있어 양호한 촬영 환경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 코스튬 플레이어를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이 꼭 한 번씩 들르며, 상대적으로 덜 붐빈 입구, 출구 지역을 지키고 서 있으면 다양한 의상을 챙겨 입은 사람들을 만나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촬영에 몰입할 수 있다.

 

이번 PAX 이스트 코스튬 플레이의 경향은 ‘리그 오브 레전드’였다. 다른 타이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들로 분한 코스튬 플레이어의 비중이 높았다. 이러한 점은 북미 내에서 이 게임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드러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전시홀 내에 마련된 ‘리그 오브 레전드’의 부스에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전을 관람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사세요, 두 번 사세요! 지르는 재미가 살아 있다

 

앞서 PAX 이스트 2013에서 챙겨야 할 머스트 아이템으로 ‘자금’을 꼽은 바 있다. 그 이유를 기행기의 마지막 장에서 밝히고자 한다. PAX 이스트에는 소위 말해 ‘지르는’ 재미가 존재하며, 구매욕을 자극하는 상품 종류도 다채롭다. 우선 참가 업체들이 발매를 앞둔 신작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현장 사전 예매’가 있다. 실제로 유비소프트는 현장에서 프리 오더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해 예약을 받았다.

 

중고 게임 판매 부스 역시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는 오랜 기간 숨겨왔던 상당한 양의 일본산 중고 게임을 전시 겸 판매하는 코너가 있었다. 중고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교적 가격이 높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왔으나 이처럼 이색적인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이 외에도 TCG와 같은 보드게임과 주사위 등 플레이 시에 사용되는 도구를 파는 상점 등이 지나가는 게이머들을 유혹했다.

 

 

▲ 일본판 중고 게임을 판매하던 부스

 

▲ 보드게임 판매점 역시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 색색의 주사위가 아름답다


게임 관련 상품 역시 참가자들의 두 눈을 사로잡는다. 그 중 가장 눈에 뜨였던 상품은 테이블 게임 전용 책상이었다. 처음에는 게임쇼 현장에 웬 가구점이 들어섰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전용 보드가 떡 하니 자리한 아담한 책상과 몸을 깊이 묻고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의자가 세트로 판매되고 있었다.

 

 

▲ 기자의 구매욕을 자극한 보드게임 전용 테이블


이 외에도 게임 캐릭터를 형상화한 가지각색의 피규어와 재기 발랄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티셔츠, 귀걸이, 목걸이와 같은 액세서리, 직접 그린 그림 등이 진열된 상점들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특히 전시장 중앙에는 게임업체들의 부스를, 관련 상점은 외곽에 배치한 구조는 참가자들이 게이밍과 쇼핑 2가지를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가령 게임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물건을 구매하거나, 상품을 사고 게임을 즐기러 가는 도중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한 주최 측의 배려가 부스 배치에 반영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재미 못지 않게 사는 즐거움이 있는 행사, PAX 이스트 2013에서 받은 마지막 인상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 보는 재미만큼 사는 즐거움이 쏠쏠한 PAX 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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