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4월 26일(금) 서울 강남구 논현동 ‘HUB 스튜디오’에서 ‘도타 2 쇼케이스’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도타 2’의 한국어 더빙 진행 과정과 참여 성우들 그리고 평소 유저들 사이에 궁금해하던 사실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었다.
▲ ‘도타 2’의 캐릭터 평균 대사 수가 무려 274가지나 된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다양한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맹활약 중인 유명 성우들이 출연해 ‘도타 2’의 한국어 더빙 작업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날 작업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더빙에 참여했던 성우 ‘이장원’씨와 ‘엄상현’씨 그리고 ‘카오스온라인’에 참여한 ‘조경이’씨가 참가했다.
더빙 작업이 끝난 뒤, 토크쇼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해 평소 게임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방송에서 활동 중인 성우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Q. 애니메이션과 게임 녹음 작업을 할 때 차이점은 무엇인가? |

| 성우 '이장원': 차이점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의 경우 캐릭터의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므로 연기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 어투 하나 바뀌는 것만으로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순발력과 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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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 받는 금액에 차이가 있는가? |

| 성우 '이장원': 차이가 있다. 시간상으로 보면 아무래도 게임 쪽이 조금 더 수익성이 있지만, 주로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으므로 성대 보호 차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게임에서 강렬한 목소리를 맡으면 다음 녹음도 못 할 정도니깐 말이다. 솔직히 남의 돈 받기가 쉽겠는가? 열심히 해야 다음에 또 일을 맡을 수 있으니 별 차이는 없다. |

▲ 대학교 동기로 매우 친한 두 사람
 | Q. 성우 직업에 가장 중요한 건 목소리와 연기력이라고 한다. 둘 사이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

| 성우 '엄상현': 예전보다는 목소리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 60~70년대는 무조건 목소리가 중요하므로 나 같은 경우는 성우가 못됐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목소리보다 다양한 소리가 필요한 시대가 됐고 상황에 맞는 목소리를 내는 연기력이 중요해졌다. 성우는 소리만 내는게 아니라 목소리를 연기하는 일종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
 | Q.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다 |

| 성우 '이장원': 옆에 있는 조경이씨가 우리보다 한참 후배다. 그래서 이 자리가 어려워 말을 잘 못하고 있는데... 어디 해보아라~ |

| 성우 '조경이': 내가 듣기로도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옛날에는 마이크가 안 좋았기 때문에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중요했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의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사람이 성우라고 생각한다. 성우라는 직업을 단지 목소리가 좋거나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바라봐줬으면 한다. |

▲ 후배의 말에 감동하는 선배

| 성우 '이장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직업이 뭐에요?”라는 질문에 “성우입니다”라고 하면 내 목소리와 외모를 보고 “예?”라고 한다. 그럼 “아 농담이고요. 사실 씨름 선수입니다” 이러면 “아 역시? 그렇죠?”라고 한다. 이런 경우가 많다. 그 정도로 내 목소리가 성우 계에서 좋지 않아 일명 ‘썩은 목소리’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연기력은 아마 내가 1위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
 | Q. 담당한 캐릭터를 어떤 방법으로 파악하는가? |

| 성우 '이장원': 나 같은 경우에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편이라 직접 해보고 파악한다.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PD가 해준 설명과 영어 원본을 듣고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가 없으니깐 말이다. |

| 성우 '조경이': 캐릭터를 파악할 때는 물론 이 캐릭터의 생김새도 중요하지만, 대본을 읽어보고 어떤 단어와 어미를 사용하는지 본다. 그리고 생김새랑 나이를 보고 캐릭터를 파악한다. 도타 2 같은 경우에는 원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원어에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어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는 건 아니고 한국말에 맞게 약간 바꿔서 표현한다. |
 | Q. 녹음할 때 애드립 같은 것도 하는가? |

| 성우 '이장원': 애드립 같은 경우에는 재밌으라고 하는 거라서 많이 안 한다. 예를 들면 ‘날렵해지시고 싶은가?’를 ‘날렵해지고 싶으신가요오오~’로 한다든가 뒤에 대사가 ‘그렇다면 힘을 주지’라면 ‘그렇다면 살을 빼세요.’라는 식으로 장난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

▲ 더빙 작업 중에 재미있는 애드립도 많이 시도한다고

| 성우 '엄상현': 애드립은 회사에서 해달라고 할 때도 있고 대본에서 단어 하나 바꾸지 말고 그대로 해달라고 하는 때도 있다. 이렇듯 서로 조율해서 진행한다. |

| 성우 '조경이': 워낙 넥슨에서 준비를 잘해줘서 따로 준비한 애드립은 없었다. |

| 성우 '이장원': 그렇게 이야기하니깐 멘트 같잖아~ |

| 성우 '조경이': (웃음) 웃음소리나 감탄사 같은 부분들은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까지 사전에 준비를 해줬다.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났다. 너무 잘해줘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
 | Q. 성우들의 목소리를 따라 해 2차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 성우 '엄상현': 당연히 좋다. 그리고 관심의 대상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가끔 일부 유저들이 굉장히 잘해서 놀랄 때도 있다. 서로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프로다 보니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정보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일반 유저들이 그런다는 건 아주 좋은 자극이다. 그들에게 배우기도 많이 배운다. |
 | Q. 녹음할 때 평균적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

| 성우 '이장원': 대사 수에 따라 다르다. |

| 성우 '엄상현': 목소리를 어떤 걸 내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바이퍼~!!’라고 소리 지르다 ‘엄마~’하는 아기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힘들다. 이럴 때는 시간이 더 들어간다. |

| 넥슨 PD: 도타2 같은 경우에는 워낙 캐릭터마다 대사가 많아서 평균적으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대사가 많은 얼음폭군 같은 경우에는 400가지 정도 되는데 이럴 때는 더 오래 걸린다. |

| 성우 '이장원': 30분 정도 녹음하고 10분 쉬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
 | Q. 가장 어려웠던 대사는 무엇이 있는가? |

| 성우 '엄상현': '마나가 부족해!'다. 처음에 듣고 깜짝 놀랐다. 녹음하러 갔는데 먼저 온 다른 성우가 계속 ‘마나가 부족해!’만 외치고 있더라. ‘왜 저러지? 뭐 안 좋은 일 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해당 대사를 여러 버전으로 녹음을 하는 것이더라. ‘아 저 사람은 안됐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도 그걸 하더라. 정말 죽을 때까지 못 잊을 대사일 것이다. |

▲ '마나가 부족해'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 Q. 다른 곳과 넥슨의 녹음환경 차이가 있는가? |

| 성우 '이장원': 넥슨의 녹음 환경은 매우 훌륭했다. 녹음실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고 분위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유도해 목소리를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줬다. |

| 성우 '엄상현': 자상하고 아주 꼼꼼했다. |

▲ 차별화 된 넥슨의 녹음환경 차이는 바로 '미녀PD'
 | Q. 마지막으로 도타2와 리그오브레전드의 대결구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

| 성우 '이장원': 사실 리그오브레전드도 하고 워크래프트3 유즈맵 카오스도 해봤다. 그런데 둘 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채팅으로 비속어를 너무 많이 쓰더라. ‘내가 이런 어린 유저들에게 욕을 들어야 해?’라는 생각을 하니깐 게임을 못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넥슨에서 이런 부분을 잘 막으면 충분히 리그오브레전드와 대결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게임 쪽으로 보면 아무래도 도타 2가 원조고 기존에 도타라는 게임을 알던 유저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리그오브레전드와 막상막하로 경쟁하지 않을까 싶다. |

▲ 리그오브레전드와 도타 2 충분히 붙어볼 만 합니다
글: 게임메카 이승범 기자(그란비아, granvias@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