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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과거의 흔적만이… 폐업한 성지급 게임센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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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지순례의 Ryunan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건대의 성지 ‘게임천국’ 을 탐방하면서 최근 급격히 줄어든 아케이드게임 시장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많은 게임센터들이 유저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폐업의 길을 택한 게임센터도 매우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성지순례는 그 이야기의 연장선상으로, 한때는 아케이드게임 매니아들의 성지로 추앙받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폐업한 게임센터’ 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려 합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게이머들로 바글대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유저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수많은 성지들. 그 터를 다시 찾아가 지금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며 추억을 되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예전부터 오락실에 자주 다녔던 분들이라면 ‘아 이곳!’ 하는 장소도 많을 겁니다. 지금은 없어진 성지 특집, 시작합니다.

수유 음악 게임장

서울 북부 지역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10년 이상 즐겼거나, 동호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셨던 분이라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 음악 게임장’ 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의 성지이자 수많은 동호회의 모임 장소로 사랑받던 ‘수유 음악 게임장’ 은 지금 ‘성지’라 불리는 게임센터들의 대부와도 같은 곳으로, 수많은 기록과 국내 유일 게임들을 보유하고 있었죠. 대표적인 기록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최초로 ‘Beatmania 2DX’ 기기 직수입 가동
-‘Beatmania 2DX’ 전성기를 이끈 기기 ‘Beatmania 2DX 5th style’ 및 ‘DDR 5th mix’ 아케이드 머신 국내 최초 가동 (추후 Beatmania2DX 6th style과 DDR MAX도 유일 가동)
-‘EZ2DJ 3rd’, ‘4th TRAX’ 의 인컴테스트 개최
-국내 유일의 ‘DDR solo bass mix’ 직수입 가동
-압구정 ‘조이플라자’ 와 더불어 국내 유일의 ‘paraparaparadise 2nd mix’ 가동
-국내 유일의 ‘전차로 GO’ 프로페셔널 아케이드 머신 가동

위에 나열된 기록들처럼 ‘수유 음악 게임장’ 은 그 이름답게 음악게임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 규모도 타 게임센터의 3~4배에 달할 정도로 넓었고, 덕분에 수많은 아케이드 게임 유저들의 모임 장소 1순위로 각광받았습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지요.


▲ 수유역 1번 출구에서 바로 지하로 내려갈 수 있었던 게임센터 전용 계단 (과거모습)
당시 저 계단만 보여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던 사람 많을 겁니다


▲ 영업 당시 '수유 음악 게임장' 내부는 넓은 공간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 각종 동호회 정모가 열리면 이 넓은 곳에도 사람이 가득 차곤 했습니다


▲ 게임센터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던 과거 풍경, 최근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죠

그러나 ‘수유 음악 게임장’ 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폐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찾아간 ‘수유 음악 게임장’ 터는 옛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특히 많은 게이머들이 수유역 1번 출구로 나와 바로 보이는 계단을 내려가 게임장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그 계단은 아래 사진과 같이 개조되어 현재는 2층의 피자헛 레스토랑으로 올라가게끔 바뀌었습니다.

이제 건물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2번 출구 부근의 건물 출입구만 남아있는데, 이 곳으로 내려가 보니 과거 게임센터 출입구였던 곳이 벽돌로 막혀 있습니다. 사실 옆쪽에 안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하나 있긴 했는데, ‘외부인 출입금지’ 라는 푯말만이 남아있을 뿐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던 곳은 공사로 막히고 이젠 2층 피자헛으로 가는 길로 바뀌었습니다


▲ 옛날 이 곳이 게임장이었다는 흔적을 담은 간판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게임장 입구로 들어가는 곳은 벽돌로 막혀있네요, 저 안에는 대체 무엇이?

아래 사진은 구 게임센터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공터. 게임센터에서 정모(단체모임)가 있어 게임을 즐긴 뒤 밥을 먹으러 가거나, 혹은 게임 이외의 다른 이벤트를 할 때 항상 대단위의 사람들이 이 곳으로 모여 인원을 점검하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당시 커뮤니티 모임의 규모는 아케이드 게임 전성기를 풍미하듯 그 규모가 대단해서 몇십 명이 한번에 모이는 것은 기본이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케이드게임의 전성기 시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때 있었던 공터는 여전합니다


마들역 청소년 DDR 게임장

두 번째로 소개할 폐업성지는 지하철 7호선 마들역 내에 위치한 ‘DDR 청소년 게임장’ 입니다. 마들역 지하 대합실 상가 내에 위치해 ‘지하철역 안에 있는 게임센터’ 로 큰 관심을 받곤 했죠. 더불어 위의 ‘수유 음악 게임장’ 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이 지역 유저들의 모임 장소로도 유명했습니다.


 청소년 DDR 게임장이란 이름과 당시 유행하던 댄스게임 발바닥이 그려진 네온사인

이 곳이 급격히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Beatmania 2DX’ 최신 버전이 들어오게 된 이후부터였습니다. 2002년 말, 일본에서 ‘Beatmania 2DX 8th style’ 이 갓 출시되었을 당시 국내에서는 오직 ‘Beatmania 2DX 6th style’ 만이 수입되어 있었고, 그마저 국내에서 오직 한 곳 ‘수유 음악 게임장’ 에서만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기기 한 대에 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죠. 당시가 2002년 10월 즈음이었는데요, 예고도 없이 바로 이 곳 마들역 ‘청소년 DDR 게임장’ 에 ‘8th style’ 기기가 ‘똭!’ 하고 들어오면서 이 곳은 성지로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는 당시 고3 수험생이었는데, 수능을 한 달 앞둔 와중에 이 게임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국 몸이 아파 학원을 못 가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마들역으로 달려가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네요. 아직도 제 부모님은 이 일을 모르고 계십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비밀로 해 주세요!

참고로 마들역 ‘청소년 DDR 게임장’ 은 동전 말고도 게임 카드를 이용해 충전-플레이 가 가능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한 성지순례 ‘서현 게임파크’ 편의 카드 시스템과 동일한 것인데요, 이미 이 곳에서는 10년도 더 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카드로 게임머니를 충전하면 본래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충전해주기 때문에 유저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여기는 '수유 음악 게임장' 에서 놀던 사람들의 2차(?) 장소로도 각광받았던 곳입니다


 음악게임 말고도 일반 비디오게임 수요도 상당했던 편

그러나 이 곳 역시 세월이 흘러 몇 년 전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그 흔적을 찾아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지하 1층 상가로 향한 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당연히 지하상가에 새로운 점포가 들어와 상호를 바꾸고 영업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거 게임센터의 흔적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빈 공간만이 남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게이머들이 득실거리던 게임센터 입구 간판은 물론, 닫혀진 유리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면 과거 동전을 바꿔주고 카드를 충전할 수 있었던 카운터, 심지어 게임장 주인의 마지막 인사말까지. 게임기와 유저들만 사라졌을 뿐 모든 것이 10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 점포에 새로운 매장이 들어서지 않고 몇 년째 그대로 남아있는지에 대해선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새로운 상가가 들어오지 않고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마들 게임센터' 옛터
위쪽 영업 당시 사진과 비교하면 쓸쓸한 기운까지 맴돕니다


 동전을 바꿔주던 카운터까지 그대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왠지 마음이 짠해지는 게임장 주인의 마지막 인사


고덕동 제우스 게임장

서울 강동지역 최대규모의 게임센터였던 ‘제우스 게임장’ 은 필자와도 깊은 인연이 있었던 곳입니다. 중학생 시절 이 쪽으로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에 가기 전 잠시 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항상 이 게임센터를 찾아가곤 했기 때문이지요.

당시 ‘DDR’ 의 첫 국내 상륙으로 유명했던 곳이기도 한데요, 매번 갈 때마다 게임센터 입구의 ‘DDR’ 기기는 항상 10~20명의 사람들이 모여 북적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근처에 중, 고등학교와 학원이 많아 유달리 다른 게임센터에 비해 학생들의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이 곳은 영업 당시 정발 ‘BEMANI’ 류 게임이 전부 거쳐간 것은 물론이요, 그 밖의 다양한 체감 게임과 비디오 게임의 라인업을 충실히 갖춰놓고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제우스 게임장’ 은 앞서 설명했듯 강동 최대규모라는 명성에 걸맞게 전성기 때는 건물 한 층을 전부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컸는데요, 이후 아케이드 시장의 불황에 따라 매장 규모를 줄여가며 영업을 계속하다가 결국 2006년 쓸쓸히 역사의 뒤로 사라졌습니다.


 한때 강동구 최대 성지였던, 강동구 최대 규모의 게임센터!

2013년 현재, 과거 ‘제우스 게임센터’ 가 위치해 있던 자리는 음식점이 되었습니다. 워낙 규모가 컸기 때문에 지금은 반으로 나뉘어 닭갈비와 보리밥 식당이 각각 입점해 있더군요. 이전에 한 번 매장 규모를 축소했을 때 오른쪽의 닭갈비집이 분리되어 나왔고, 보리밥집 매장 자리에서 게임센터로 운영되다가 결국 영업을 종료한 것인데요, 앞서 소개한 수유와 마들의 사례와 달리 이 곳에서는 이제 더 이상 옛날 게임센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우스 오락실의 옛 터에는 닭갈비와 보리밥집이 사이좋게 위치해 있습니다


천호동 해피 게임파크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했던 ‘해피 게임파크’ 는 앞서 소개한 게임센터들과 달리 그 역사가 그리 긴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덕동 ‘제우스 게임장’ 의 몰락 이후 강동 지역에 변변한 게임센터 하나 없었던 암흑기에 크게 활약하며 일약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던 곳이죠. 서울 강동 지역의 유저들을 모조리 끌어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위치선정, 넓은 1층 공간에서의 쾌적한 환경, 지속적인 신작 기계 입하 등이 주된 성장 동력이었습니다. 실제로 ‘펌프 잇 업’, ‘유비트’, 그리고 국내에 몇 대 들어오지 않았던 레이싱 게임 ‘완간 미드나이트 3’ 등 다양한 게임을 적극적으로 입하하며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잘 나가던 ‘해피 게임파크’ 의 전성기는 한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막을 내립니다. 바로 밤 10시 이후에도 미성년자들이 게임센터에서 게임을 하게 하다가 단속에 걸려들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업정지 처분이 게임센터 폐업으로 연결되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마니아 유저는 물론 일반 유저들의 방문도 잦았던 ‘해피 게임파크’ 는 급작스럽게 청소년게임장 사업을 접고 성인 게임장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어쨌든 ‘해피 게임파크’ 사건은 게이머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이때까지 미성년자들의 게임센터 야간 출입을 너그럽게 넘어가 주던 전국의 많은 게임센터들도 이 사건을 계기로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제한을 철저하게 지키게 되었습니다.


 간판은 예전 그대로지만, 청소년게임장이 아닌 성인게임장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찾아가본 천호동 ‘해피 게임파크’ 는 다행히(?) 예전 청소년 게임장 시절의 간판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같은 주인이 그 곳에서 게임센터 영업을 하고 있지요.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 청소년 게임장이었던 곳이 지금은 성인 게임장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 게임장으로서의 역할은 부근에 있는 ‘펀존 게임센터(성지순례 1화 참조)’ 로 모두 넘긴 채, 이제는 아케이드 게임 유저들에게 잊혀진 성지가 되었습니다.


압구정 조이플라자

전설이 아니라 레전드(?)! ‘압구정 조이플라자’ 는 격투, 슈팅, 리듬게임 등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아케이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능히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게임센터’ 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성지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조이플라자’ 사장은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큰 손이었고, 이 곳이 사라진 지금도 전국의 게임센터에 과거 ‘조이플라자’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을 정도로 ‘성지’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방 유저들이 서울에 오면 꼭 들렸던 그 곳

‘조이플라자’ 가 폐업하게 된 계기는 위치 상의 문제가 큽니다. 사실 ‘조이플라자’ 를 찾아오는 주 고객층은 지역 유저가 아닌 전국에서 찾아오는 마니아 유저였습니다. 국내에서 거의(혹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최신 게임들을 발빠르게 직수입하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찾아오는 유저들이 넘쳐났죠. 특히 아케이드 산업이 급속도로 몰락하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다양한 리듬게임들의 정식 발매가 이루어지고, 전국의 다양한 성지들이 생존을 위해 수많은 기기를 갖추기 시작하자 ‘조이플라자’ 만의 희소성은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게다가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는(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로 환승해야 하는) 단점으로 인해 손님이 계속해서 격감. 결국 폐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된 것입니다. ‘조이플라자’ 는 아쉽게도 제가 성지순례 연재를 시작하기 전 폐업한지라 기사로 다루지는 못했지만, 게임메카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폐업 소식이 뉴스기사로 다뤄질 정도로 이 곳의 폐업이 미친 후폭풍은 컸습니다.


 폐업을 앞두고 찍은 '조이플라자' 의 마지막 모습

현재 ‘조이플라자’ 자리에는 메밀요리 전문점이 들어와 있습니다. 사실 이 곳은 예전 게임센터를 운영했던 사장이 운영하는 음식점입니다. 참고로 이 곳에서는 게임센터 시절 보유하고 있었던 다양한 게임 관련 제품들을 유저들에게 돌려주는 의미의 ‘물품방출전’ 이벤트가 세 번 가량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이러저러한 추억들로 인해 옛 유저들은 이곳을 ‘메밀마을’ 이라는 이름 대신 ‘메밀플라자’ 라고 부르곤 합니다.


 게임센터였던 조이플라자는 이제 '메밀플라자' 로 바뀌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유저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이렇게 게임 관련 상품을 무료방출하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이수 테마파크

‘이수 테마파크’ 는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는 ‘폐업 성지’ 중 가장 최근까지 영업을 하던 곳으로, 지난 1월 성지순례를 통해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과거 1세대 게임 유저들의 모임 장소가 수유 ‘음악 게임장’, 마들역 ‘청소년 DDR 오락실’ 이었다면, 현세대 유저들의 모임 장소는 ‘이수 테마파크’ 라고 할 정도로 유명했던 곳이지요. 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에서 굉장히 가까운데다 서울 남쪽의 중심부에 있어 어느 지역에서 찾아오든 간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지리적 요건, 그리고 부근의 번화가라는 이점 때문에 타 게임센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거리곤 했습니다. 물론 역사 또한 매우 오래된 곳으로, 과거 전성기 시절엔 ‘조이플라자’ 와 함께 서울권 게임센터의 투톱을 이룰 정도로 많은 유저들의 성원을 받았던 명소였습니다.

그러나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불황 여파로 인해 최근 몇 년 새 계속해서 유저가 감소해 왔으며,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인근에 생긴 사당 ‘모펀 청소년 게임센터’ 의 성업으로 손님이 상당수 줄어듬에 따라 결국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폐업하고 말았습니다. ‘이수 테마파크’ 의 폐업은 위에서 소개한 ‘조이플라자’ 폐업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죠.


 주말만 되면 여기저기서 놀러온 게임 유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그 곳

현재 ‘이수 테마파크’ 가 있던 자리는 ‘스시마이우’라는 이름의 회전초밥 전문점으로 바뀌었습니다. 각종 식당과 술집이 밀집해 있는 번화가 한복판에 위치한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일 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이 곳 역시 ‘조이플라자’ 와 마찬가지로 사장은 그대로인 채 가게만 바꾼 케이스로, 유저들로부터 ‘스시 테마파크’, 이수 스시파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회전초밥집으로 탈바꿈한 이수 게임센터, 옛날의 흔적이 조금도 안 남았습니다


 회전초밥집 내부 모습, 당연하겠지만 게임기의 'ㄱ' 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천 꿈어린 게임장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는 곳 중 유일하게 서울이 아닌 경기도권 게임센터인 ‘꿈어린 게임장’ 은 서울까지 찾아가기가 부담스러운 서울 서부권, 즉 인천 및 부천지역 유저들을 위한 게임센터로 유명했습니다. 특히나 부천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좋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었고, 탁 트인 공간과 2층으로 구성되어 많은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도 유명했습니다. 또한, 국내에 몇 없는 ‘완간 미드나이트’, 그리고 초창기 ‘수유 음악 게임장’ 에 있었던 살아있는 화석이나 다름없는 ‘Beatmania 2DX’ 기기를 가져와 10년 전 버전인 ‘8th style’ 을 가장 마지막까지 가동하는 등 수유와 마들 게임센터 시절을 기억하는 유저들에게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허나 이 곳 역시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영업을 접었습니다. 특히 영업 마지막 날에는 이 게임센터를 오랜 시간 찾았던 유저들이 가게 앞에서 감사의 큰절을 올리는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등, 이 곳이 지역 유저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2층 규모로 되어있는 큰 게임장은 이렇게 탁 트여있어 게임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게임센터가 사라지면 음식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라도 되는 양, 이 곳 역시 음식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확히는 과거 두 개의 층을 사용했던 매장이 분리, 1층은 호프집, 그리고 2층은 노래방으로 운영되고 있지요. 다만 노래방의 이름이 과거 게임센터와 같은 ‘꿈어린’으로 남겨져 있어, 과거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2층의 노래방은 과거 게임센터와 동일한 업주가 운영하고 있는데요, 비록 지금은 어려운 사정으로 인하여 게임센터를 잠시 접었지만 아직도 게임센터 운영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예전처럼 게임센터를 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꿈어린'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갖고 있지만, 이젠 꿈어린 게임장이 아닌 꿈어린 노래방입니다.


 비트매니아와 리듬게임이 있던 1층 자리엔 이제 호프집이...

국내의 아케이드 게임센터는 2000년대 초반 2만여 곳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그 수가 500여 곳으로 줄어들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서 소개한 ‘폐업 게임센터’ 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국한된 빙산의 일각일 뿐, 조금 시야를 넓혀 보면 여기서 소개되지 않은 다수의 게임센터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폐업의 길을 걸었습니다. 지금도 여러분 근처에 있는 게임센터가 폐업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위에 소개한 유명 성지의 폐업 사례만 봐도 느낄 수 있듯, 아케이드 산업의 침체는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구요. 하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많은 아케이드 게임센터 점주들과 마니아 유저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계속 명맥을 유지하고 우리에게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라는 곳을 제공해주는, 그리고 이것을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케이드 게임이 다시 한 번 큰 날개를 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성지순례 ‘폐업성지’ 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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