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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모니터 밖의 그녀들, 미소녀 게임 관련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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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각종 놀라운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미소녀 게임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의 방 사진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천장까지 가득 쌓인 미소녀 게임 패키지와 각종 관련 상품으로 발 디딜 새가 없을 정도의 빼곡한 방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또한 각종 미소녀 게임 행사에서 한정 물품을 구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소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게임 뿐 아니라 관련 상품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이 밤을새며 구하고자 했던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의 방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요? 이번에는 미소녀 게임 관련 상품들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 전체를 미소녀 물품으로 꾸민 방


▲ 엄청나게 몰린 사람들

수집에 적합한 카드

가장 무난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품에는 ‘카드’가 있습니다. 카드 한 면에 미소녀 그림이 들어가 있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마니아들에게 ‘카드’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카드’ 중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전화카드’입니다. 사실 ‘전화카드’는 미소녀 게임 시장 뿐 아니라 일반 수집가들도 많이 모으고 있습니다.


▲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전화카드'

‘전화카드’는 단품 판매보다는 코믹마켓과 같은 이벤트 한정 배포나 잡지 부록 등을 통해 배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집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상점이나 옥션 사이트 등을 통해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화카드’는 금권이기 때문에 상품 크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과 휴대폰 보급으로 인해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QUO 카드’나 ‘도서카드’ 등 비슷한 성격의 카드로 대체하거나 트레이딩 카드 회사와 연계하여 ‘트레이딩 카드’나 카드를 보관하기 위한 ‘Sleeve’ 등을 출시하는 등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전화카드’는 수집성이 강한 상품이기 때문에 사이즈 등에서 차이가 있는 다른 카드는 마니아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습니다.

‘카드’는 종류도 다양하고 대중적이지만 미소녀 게임 관련 상품의 본질은 ‘그림의 감상’이란 점에서 다른 상품에 비해 ‘크기가 작다’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크기와 수집성을 타협해서 책받침이나 깔개 등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습니다.


▲ 도서카드(전)와 전화카드(후)의 비교, 크기와 두께가 미묘하게 다르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수집가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다


▲ 또 다른 카드 중 하나인 'QUO 카드'

당신의 숙면을 도와드립니다. 다키마쿠라

‘다키마쿠라’는 본래 우리나라의 ‘죽부인’과 같이 수면을 도와주는 침구를 의미하는, 매우 건전한 도구였습니다만 미소녀 업계가 이 쪽으로 진출하면서부터 변태적인 제품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불행한(?) 상품입니다.


▲ 건전한 다키마쿠라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다키마쿠라가 존재한다

본격적으로 ‘다키마쿠라’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등신대 포스터’에 대해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등신대 포스터’는 ‘다키마쿠라’를 포함한 등신대 계열 아이템의 시초이기 때문입니다. 등신대 포스터의 시초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94년 ‘세일러 문’의 등신대 포스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도키메키 메모리얼’,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같은 인기 작품의 등신대 포스터가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경우 ‘향이 나는 포스터(香り付ポスタ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키마쿠라’는 이러한 등신대 계열 상품의 일종입니다. 이것 역시 어떤 선구자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명해진 계기는 ‘투 하트’ 관련 상품으로 등장하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Leaf 동인지 판매회 ‘LeafFan’에 참가한 마스다 마나부(増田学)는 당시 ‘투 하트’ 히로인 중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멀티’의 다키마쿠라를 출품했습니다.


▲ 마스다 마나부가 출품한 '멀티 다키마쿠라'

하지만 시기상조였던 걸까요? 이후 ‘다키마쿠라’는 미소녀 게임 상품 주류로 올라서지 못한 채 일부 마니아들의 상품으로 남았습니다. 1990년대 저명한 미소녀 게임 제작사 엘프에서도 히트작 ‘동급생 2’의 인기 히로인 ‘나루사와 유이’와 ‘스기모토 사쿠라코’의 다키마쿠라를 내기도 했습니다만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6년이 되어서야 업계에서 ‘다키마쿠라’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하였고 오늘날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다키마쿠라’의 크기는 보통 160 cm x 50 cm 정도입니다. 다만 전연령 미소녀 게임이나 잡지 부록으로 나올 경우에는 150 cm x 50 cm 크기로 출품됩니다. 저렴하게 제공되는 잡지 특전을 제외하고 ‘다키마쿠라’에는 양면에 그림이 들어갑니다. 한 캐릭터가 양면에 들어갈 경우에는 뒷면에 조금 더 야한 그림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에서 함께 잔다는 컨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한 ‘다키마쿠라’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평평한 가슴에 입체감을 넣어 ‘가슴 달린 다키마쿠라’가 발매되는가 하면 ‘다키마쿠라’에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도록 만든 상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외에 팔이 달린 다키마쿠라 ‘抱かれ枕’를 내는 가 하면 이용자가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성 CD를 ‘다키마쿠라’와 함께 제공하기도 합니다.


▲ 아슬아슬한 수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 옷을 갈아입힐 수 있는 '다키마쿠라'도 출시되고 있다

‘다키마쿠라’ 구입 시 가장 주의할 점은 바로 ‘재질’입니다. ‘다키마쿠라’는 다른 미소녀 관련 상품과 달리 회사나 가격대에 따른 재질 차이가 크게 나는 편입니다. 더군다나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는 물건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게임 특전이나 잡지 부록으로 나오는 ‘다키마쿠라’는 1만엔 대의 비싼 상품에 비해 질이 매우 떨어집니다. 올해 2월에 발매된 모 게임의 ‘다키마쿠라’가 2 way tricot (유명 다키마쿠라 제작 회사) 제품이라는 것에 혹해서 필자도 구입했는데요, 품질을 확인한 후 다시는 특전으로 나온 ‘다키마쿠라’는 구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 8단 변신을 보여주는 '다키마쿠라'도 있다

감상과 보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타페스트리

‘카드’와 ‘다키마쿠라’는 크기적인 면에서 서로 극단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보관적인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카드와 등신대 크기에 볼륨도 느낄 수 있는 ‘다키마쿠라’. 이번에 설명할 ‘타페스트리’는 두 상품의 중간쯤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키마쿠라’가 등신대와 관련이 있다면 ‘타페스트리’는 ‘포스터’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종이에서 천으로 재질을 바꿔서 ‘포스터’의 약점인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사용할 수 있는 그림에 제한이 있는 ‘다키마쿠라’나 크기 면에서 제약이 강한 카드에 비해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타페스트리’입니다.


▲ 타페스트리 관련 팜플렛

실용성과의 결합, 가슴 마우스 패드(おっぱいマウスパッド)

‘가슴 마우스 패드’는 실용성과 오타쿠적 상상력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대놓고 ‘가슴 마우스 패드(おっぱいマウスパッド)’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일반적으로 ‘입체 마우스 패드(立体マウスパッド)’로 통칭합니다.

‘가슴 마우스 패드’는 본래 장시간 마우스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손목 보호형 실리콘 마우스 패드’에서 출발한 상품입니다. ‘손목 보호형 실리콘 마우스 패드’는 손목이 닿는 하단에 ‘실리콘’을 채워 보호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요, 그 부분에서 영감(?)을 얻은 사람들이 만들어 냈습니다. 패드 전체에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실리콘이 채워진 부분을 가슴처럼 만들어 어필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마우스를 사용하면서 여성의 가슴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가슴 뿐 아니라 엉덩이 등 다른 부위를 강조하는 마우스 패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 가슴 마우스 패드, 대호평이라 재판매 결정했다고 한다

사인을 받으면 가치가 수십 배로 뛴다, 색지

색지는 일반적으로 사인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일러스트를 인쇄하거나 사인 자체를 복제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당한 크기 덕분에 수집과 감상 측면에서 좋으며, 색지 특유의 느낌과 저렴한 가격, 게임 특전으로 종종 나온다는 점 때문에 ‘색지’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색지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사인이 들어가 있을 때입니다. 이를 위해 각종 행사에 참여하거나 추첨에 응모하는 것이죠. 일러스트에 사인이 들어가면 거래 가격에 자리 수 하나가 더 늘어나며,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추가되면 자리수가 또 늘어납니다. 웬만하면 사기 힘든 물건이 되어 버리죠. 특히 사인회에서는 주최 측에서 사인 받는 사람의 이름(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은 금지합니다)을 적게 함으로써 재판매가 되지 않도록 신경쓰기 때문에 희귀성이 높은 아이템입니다. 역시 무엇이든 직접 노력을 해서 얻어야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 100만 엔 이상의 가격에 낙찰된 색지들

지금까지 미소녀 게임 관련 상품들을 대략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여기 다룬 것 외에도 미소녀 게임 관련 상품은 무궁무진합니다. 긴 내용이 되기에 언급하지 않은 피규어나 미술의 영역에 조금 더 가까운 복제원화 등을 제외하고도 우산과 시계, 티셔츠, 가방, 컵, 노트북, 침구류 등 수많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끔 과도하게 상업성을 중시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미소녀 게임을 즐기는 한 유저로서 이러한 상품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 우산 하나가 9천 엔(한화: 약 10만 3천원).
비 내리면 내가 우산을 보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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