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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스토리가 있는 미소녀게임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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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미소녀메카의 2013년 첫 번째 주제로 Key의 대표작 ‘에어’를 선정했다. 수 많은 게임을 제치고 이 작품을 선택한 데는 학창시절 ‘에어’를 접하고, 그 감동적인 시나리오에 미소녀게임의 문학성이 평가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울분(?)이 함께하고 있어서다. 말 그대로 미소녀게임이지만, 감동과 사랑이 넘치는 ‘에어’를 많은 사람들이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 여담으로 게임메카와 마찬가지로 ‘에어’도 올해 13살 동갑내기다.



여름은 언제나 이어진다. 푸른 대기 아래서. 그녀가 기다리는, 그 대기 아래서.



미소녀게임에 시나리오는 상당히 중요하다

2000년 첫 선을 보인 ‘에어(AIR)’는 개발사 Key를 상징하는 대표작이자, 미소녀게임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초석 같은 작품이다. 그저 여자 캐릭터 얼굴보고 좋아하고, 베드신(H신)으로 가득한 단순 미소녀게임은 아니라는 뜻이다.

‘에어’가 문학적으로 좋게 평가 받는 이유는 미소녀게임에 핵심적인 요소인 성적인 묘사보다, 시나리오 상에 등장하는 인물간의 이야기,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인연, 가족의 사랑 등 게임상 설정이나 내용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어’의 뛰어난 시나리오는 2000년도 출시되는 미소녀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타사의 미소녀게임에서도 가족간의 사랑이나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집어 넣는 경우가 많이 등장하게 됐다. 그 덕분에 ‘에어’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소녀게임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 그가 집필한 시나리오들은 하나 같이 감동적이다
(위: 카논, 아래: 클라나드)

‘에어’와 같이 시나리오에 감동을 강조한 미소녀게임을 ‘최루계(일어로는 泣きゲ, 마치 최루탄처럼 눈물을 짜낼 정도로 감동적인 작품)’라 불렀으며, 이 작품으로 하여금 수 많은 게이머들을 일명 ‘키빠’로 만들어주었다. 물론, 야시시(?)한 게이머들은 매우 건전한 게임 시나리오와 장면에 슬픔의 눈물을 흘리곤 했다.

‘에어’의 감동 넘치는 시나리오는 Key의 창립멤버이자 ‘카논(Kanon)’, ‘클라나드(CLANNAD)’, ‘리틀 버스터즈(Little Busters!)’ 등 유명 미소녀게임의 스토리를 집필한 시나리오 라이터 마에다 준(麻枝准)의 역할이 컸다.

마에다 준은 가족간의 친목(특히 모녀지간), 히로인의 숨겨진 이야기 등 게임 내적 요소에 더 힘을 주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모티브였던 ‘에어’의 시나리오 작가로 가장 적합했고, 이와 같은 선택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Key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족’이 된 데는 ‘에어’의 마에다 준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지금 들어도 꽤 괜찮은 오프닝곡 '새의 시'
(영상은 애니메이션 버전, 출처 유튜브)

일본 게이머들의 ‘국가(國歌)’라 할 정도로 명곡(?)인 오프닝곡 ‘새의 시(鳥の詩)’를 빼놓을 수 없다. ‘새의 시’는 게임 속 히로인의 슬픈 사연과 몽환적인 음악이 하나로 어울려져 게이머들에게 지금까지도 찬사를 받는 명곡이다. 그 해 수 많은 미소녀게임 오프닝 중에서도 고퀄리티로 손꼽히며, 지금도 미소녀게임 오프닝곡 투표를 하면 꼭 순위권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한 마디로 시나리오와 음악의 절묘한 조합이라 할 수 있겠다.

갸오~ 눈에서 빔이 나올 것 같은 그림체

기자는 여자친구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그림체다. 그런 사람에게 그림체란, 미소녀게임을 선택하게 해주는 1순위 요소다.

‘에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시나리오와 음악뿐만은 아니다. 개발사 특유의 그림체 또한 큰 특징 중 하나다. Key 같은 경우 일명 ‘눈깔괴물(…)’이라 하는 얼굴의 40%가 눈인 특이한 그림체로 유명하다. 아무래도 원화가 히노우에 이타루(樋上いたる)의 영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모에(萌え)가 넘치는 미소녀는 미소녀인데, 무언가 미묘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 눈이 크거나, 얼굴이 작거나(?)

히노우에 이타루는 ‘카논’을 시작으로 ‘에어’를 거쳐 ‘클라나드’에 ‘리틀 버스터즈’까지 마에다 준처럼 꾸준하게(?) Key의 일러스트를 담당하고 있다. 히노우에 이타루의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는 그림체 변경 폭이 크기로 유명하여 ‘리틀 버스터즈’에서는 첫 작품인 ‘카논’과 엄청난 차이를 보여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에어’에서도 경우는 다르지 않아 유명세를 떨치지 못했다. 덕분에 ‘에어’는 미소녀게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그림체로 유명하기 보다, 시나리오, 음악이 더 유명한 것이 됐다. 이를 증명이라 하듯이 2001년 19금 요소는 삭제하고 에피소드와 보이스를 추가한 전연령판이 더 큰 인기를 끌곤 했다.


▲ 특유의 그림체를 그대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은 호불호가 갈렸다

참고로 2005년도에 방영된 TV, 극장판 애니메이션 ‘에어’는 이 전연령판을 토대로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한국어 더빙을 거쳐 방영하기도 했다.

'에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소개



일본 미소녀게임을 대표하는 히로인이자 ‘에어’의 진 히로인이다. 주인공이 마을에 들렸을 때 처음 만나는 소녀로, 항상 밝고 명랑한 성격에 어딘지 모르게 맹한 구석이 있는 전형적인 ‘백치미’ 스타일의 소녀라 할 수 있다. 특이사항(?)으로는 공룡을 좋아해서 슬프거나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공룡의 울음소리(갸오~)를 따라 하거나, 병아리가 자라면 공룡이 된다고 믿는다.

사실 설정이나 성격만 행복할 뿐이고, 스토리에서의 역할이나 주인공과의 관계는 매우 슬프고 꼬여 있는 편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히로인 중에 슬픈 사연 없는 경우 없다고는 하지만, 카미오 미스즈 같은 경우는 과거에서의 인연이 이어지는 핵심적인 인물이자 엔딩 조차 해피엔딩이 해피엔딩 같지 않게 끝나기로 유명했다. 자세한 부분은 시나리오에서 다시 이야기 해보겠다.



여담이지만 카미오 미스즈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카와카미 토모코(川上 とも子)는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는데, 그 해에 수 많은 게이머들이 카미오 미스즈의 명대사로 그녀를 추모했다.



주인공을 만나자마자 ‘한가한가 성인’이라는 별명을 붙어줄 정도로 활발하고 밝은 성격의 붙임성 좋은 히로인으로, 항상 오른 손목에 노란 손수건을 차고 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손수건은 주인공과 과거에 얽매인 이야기와 꿈 때문에 현실에서도 이상증세를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한 그녀의 친언니의 조치로, 사연을 알고 나면 자연스럽게 눈물 짓게 만든다.



참고로 국내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 성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무무 성우인 정혜옥이다.



천문부의 부장이자 성적도 1등인 서브 히로인. 앞에 두 히로인과 다르게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이라 주인공을 만나기 전까지 미치루가 유일한 친구였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



사실 어머니가 앓고 있는 마음의 병에는 자신과 이어지는 슬픈 전설(?)이 존재하기에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만약 이 히로인의 베드신을 보겠다고 달려들면 배드엔딩이 나오는 철벽(?) 같은 방어력을 보여준다.



히로인 카미오 미스즈의 어머니로, 오사카 사투리가 매력적인 털털한 성격이 특징이다. 물론 친어머니는 아니고, 죽은 언니를 대신하여 그녀를 맡고 있는 것이다. 술과 오토바이를 좋아해서 늘 음주운전에 폭주가 일상다반사지만 용케 교통사고 없이 잘 지내고 있다.

1부 드림에서는 딸(카미오 미스즈)을 방치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등의 얄미운 행동(?)만 골라서 하지만, 3부 에어에서 어머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다.



참고로 키를 대표하는 어머니 다섯 명 중에 한 명이다.



토오노 미나기의 유일한 친구이자, 주인공을 극도로 싫어해서 맨날 괴롭히는(?) 특이한 성격의 소녀다. 토오노 미나기와 놀거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다.

토오노 미나기와 설정과 뒷 이야기가 이어지는 캐릭터로, 그녀가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 흘리는 게이머들이 많았다고 한다.



참고로 국내 애니메이션 성우는 ‘빨강망토 차차’의 엘리자베스, ‘케이온!’의 코토부키 츠무기를 연기한 정소영.

3부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난해하거나 멋지거나

‘에어’의 감동 넘치는 시나리오는 드림(DREAM), 서머(SUMMER), 에어(AIR), 위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에서 히로인을 만나는 ‘드림’, 과거 1,00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룬 ‘서머’, 그리고 다시 현재로 넘어와 주인공과 히로인의 과거부터 이어지는 인연을 다룬 ‘에어’ 즉, 현재->과거->현재의 순으로 진행된다.

‘에어’에 등장하는 히로인과 주인공 대부분은 과거(서머)에서부터의 인연이 현재까지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다. 대표적으로 ‘하늘의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와 과거의 기억을 비쳐주는 꿈, 환생 등이 있다. 지금에야 흔하디 흔한 시나리오겠지만, 그 당시 미소녀게임이 19금 요소만 강조하고 설정은 덤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문학적인(?) 시도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에어’를 19금 미소녀게임이 아닌 비주얼 노벨 혹은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 천년 전 과거의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현재의 인연은 또 다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에어’의 시나리오는 게이머에 따라 난해하다고 평가 받는 경우도 많다. 이는 1부에 해당하는 드림과 3부에 해당하는 에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어서 그런 것인데, 사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서머->드림->에어(2부->1부->3부)의 순서라 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과거의 인연이 있었고, 그 인연에 따라 주인공이 어느 마을에 도착하고 히로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영화적 기법으로 살짝 꼬아둔 것일 뿐이다. 시나리오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끝까지 즐겨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소녀게임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자

13년 된 작품을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 하느라 많은 부분을 언급 못해서 아쉽다. 특히 19금 적인 부분 말이다(…) 그 당시(2000년) 이 게임 덕분에 미소녀게임에도 가족, 감동을 담은 시나리오가 주를 이루곤 했으니 ‘에어’가 가지는 의미는 꽤 크다고 볼 수 있다.


▲ 이 게임은 이상할 정도로 19금 이미지가 감동(?)적이지 않으니
시나리오를 느끼도록 하자(?)

‘에어’가 가지는 가치는 읽을수록 감동적인 시나리오, 여러 미소녀게임의 귀감이 되는 엔딩,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벤트 등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 받을만한 미소녀게임이었다는데 있다.

‘에어’가 미소녀게임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 받기에는 조금 아쉽다. 우리가 흔히 야설이라 부르는 성인소설도 문학으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19금 미소녀게임도 잘 만든 비주얼 노벨로 평가 받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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