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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유럽 Tarren Mill서버의 레이드 길드인 Ensidia의 포럼에 한 유저가 길드장인 Kungen의 길드 등급이 8등급까지 낮춰져 있는 이유를 문의해 왔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Kungen이 와우를 은퇴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으로 발전했다. 혹자들은 반신반의하며 길드의 몇몇 주요멤버들도 8등급으로 조정된 것을 지적하고 속단은 금물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인 4월15일, ‘그 이유는 내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관뒀기 때문!’(‘I quit World of Warcraft that`s why!’)이라는 답변이 Kungen에게서 들려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거나 잠깐의 휴식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은퇴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5월9일, 마침내 Ensidia를 후원하는 마나플라스크 사이트 측은 `첫 해는 5점 만점에 5점, 두번째는 4점, 세번째는 3점(The first year the game was a 5 of 5 to me, the second a 4 of 5, the third a 3 of 5)`으로 점점 재미가 떨어져가는 와우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즐길 수 없음을 느끼고 휴식을 결정했다는 Kungen의 말을 인용하며 그의 은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어서 5월15일, Ensidia의 새로운 공대장 Ekyu가 Kungen의 결정은 심사숙고 끝에 이루어진 것이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의욕상실(Demotivation)’임을 다시 언급했다. 더불어 Ekyu의 전사 캐릭터로 Kungen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밝혀 공백이 짧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발표 이후, 국내에도 이 사실이 와우 관련 커뮤니티들의 게시판을 장식하였고 많은 유저들이 아쉬움과 충격을 표했다. 2004년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하나의 유저가 빠져나가는 일이 이처럼 지역과 서버를 초월하여 화제가 된 일이 있었을까? 과연 Kungen의 은퇴가 주목 받는 이유와 출시 이후 7년에 접어드는 현 시점의 와우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Kungen의 주인공은 스웨덴 출신의 1983년생 남성 Thomas Bengston으로 캐릭터 이름의 뜻은 스웨덴어로 왕(king)을 의미한다. 2005년, 유럽의 ‘Magtheridon’서버에서 ‘Nihilum’길드를 창설하여 레이드를 진행하기 시작한 이래, 와우 속에서 수많은 업적들을 남겨 왔는데 세계최초 업적만 나열해도 다음과 같다.
이처럼 독보적이었던 Nihilum에도 라이벌이 있었는데 같은 유럽지역의 ‘Curse’라는 공대가 그 중 하나였다. Curse는 후에 스폰서를 교체하면서 ‘SK-gaming’으로 이름을 변경, 불타는 성전의 마지막 레이드 던전인 태양샘 고원의 최종 보스, 킬제덴을 Nihilum보다 빠르게 잡아내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두 공대의 유명한 일화로는 2008년 독일에서 열렸던 한 게임 컨벤션 행사에서의 ‘줄아만 타임어택’ 대결이 있다. 결과는 Nihilum의 승리로 당시 일반 유저들이 1시간 남짓 걸려야 클리어하던 줄아만을 29분에 클리어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 출시와 함께 두 길드는 통합을 결정, Nihilum의 멤버들이 SK-Gaming의 서버인 ‘Tarren Mill로 이전하여 새로운 길드 ’Ensidia’를 탄생시키게 된다. Kungen은 계속해서 길드장 겸 메인 전사탱커로 활약해 나갔고 지난 3월28일을 마지막으로 그의 활동 내역은 더 이상 추가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던전이 공개되면 머지않아 Nihilum과 Ensidia의 보스 첫 킬 소식이 게시판을 장식했고 이어서 그들이 수많은 트라이를 거치며 얻은 공략 정보를 공개했다. 이 정보들로 인해 다른 공대들은 트라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었으며 이외의 공대라도 세계 첫 킬을 달성하는 경우 전통처럼 똑같이 행해주었기 때문에 Nihilum을 레이드 컨텐츠의 선구자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업적이 쌓여갈수록 유저들의 관심과 찬사가 더해져 갔음은 두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개인유저들도 Kungen을 비롯한 Nihilum 공대원들의 장비 셋팅, 스킬 배치, 단축키 설정, 딜사이클 등을 교재처럼 참고했는데 대표적인 예로 탱커들이 장비의 보석홈 색깔을 무시하고 파란색의 체력 보석만을 이용하는 셋팅을 들 수 있다. 현재 이와 같은 셋팅은 탱커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최대 체력이 탱커의 스펙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을 정도지만 보석 시스템이 처음 나온 불타는 성전 초기에만 해도 ‘완방도 중요하지 않느냐’, ‘보석홈 색을 맞춰서 보너스를 받는게 낫지 않느냐’는 논란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Kungen이 Nihilum게시판에 전사 직업 가이드를 작성하며 ‘전사 탱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며 뒤는 힐러를 믿으면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결국 체력 셋팅이 대세로 굳어가게 되었고 그 후에도 전사게시판에서 Kungen의 셋팅이 오르내리는 경우는 흔히 나타났다. Kungen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Kungen의 캐릭터 이름을 따라하게 됐다. 전투정보실에서 Kungen을 검색하면 유럽지역에 186명, 북미 지역에 185명, 한국에서 20명을 찾을 수 있으며 전사가 그 중 대다수를 차지함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리치왕의 분노 후반부터 두각을 드러내면서 현재 대격변 레이드에서 가장 빠른 올하드 올킬 기록을 낸 ‘Paragon’의 공대장 ‘Sejta’의 검색 결과가 그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와우저들 사이에서의 Kungen 인지도가 어떠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Kungen의 영향력은 제작사인 블리자드까지 닿았다. 블리자드가 와우를 바탕으로 만든 TCG(Trading Card Game)에 Kungen의 카드가 있을 정도랄까? 또한 상위 레이드 컨텐츠를 가장 빠르게 접했던 탓에 블리자드는 Nihilum과 Ensidia의 레이드 과정을 주시하며 버그 수정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는 관점에 따라 본서버에서 유저를 테스터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여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데, 일반 유저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진 계기는 리치왕의 분노 시절 일어난 어느 사건 때문이다.
Ensidia는 일반모드 리치왕 25인을 분명히 세계최초로 잡는데 성공했고 수많은 와우관련 커뮤니티들이 그 소식을 전파했지만 다음날 공대원들은 72시간의 계정 블록 조치를 당하고 드랍템과 업적도 모두 취소당했다. 블리자드 측이 제시한 이유는 리치왕의 전투에서 3페이즈가 되면 외곽의 바닥이 무너지면서 발키르들이 등장,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공대원들을 붙잡아 무너진 바닥으로 내던져 추락시키는 패턴으로 되어있지만 Ensidia는 2페이즈에서 계속해서 사로나이트 폭탄을 바닥에 던지면 버그로 바닥이 무너지지 않는점을 이용하여 3페이즈에 발키르를 하나도 처리하지 않고 리치왕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Kungen은 강력한 항의의 뜻을 드러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오리지널 시절부터 최종 레이드 보스들은 버그 투성이였다. ◆ 그러나 우리는 공략에 의도적으로 버그를 이용한 적은 없다. 리치왕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버그가 사용된 것은 우연일 뿐이다. ◆ 오히려 우리는 버그를 발견하면 블리자드에게 보고하여 수정하도록 도왔다. 일리단을 트라이하던 시기엔 블리자드가 트라이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가 인지하기 어려운 버그는 긴급 수정 해주기까지 했다. ◆ 리치왕의 트라이도 블리자드는 당연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그 우리가 모르는 버그라도 그들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을 테지만 예전과 다르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뒤통수를 쳤다. ◆ 우리는 블리자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일은 분명히 그들의 잘못이다.
항의에도 불구하고 조치는 철회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를 비웃듯 계정블록이 해제되자 부캐들을 이끌고 다시 한번 리치왕을 잡아냈다. 그러나 이미 공식적인 세계최초 타이틀은 Paragon에게 넘어간 뒤였으며 그 이후부터 거의 Ensidia의 몫이던 세계최초 타이틀도 그들의 차지가 되어갔다. 모두들 이제 진짜 세계 최고의 공대는 Paragon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Ensidia는 현존 레이드 보스 중 최고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시네스트라를 처음 트라이에 한 명의 공대원도 죽지 않고 잡을 경우 주어지는 ‘물론, 난 천재니까!’업적을 지난 3월 28일, 세계 최초로 달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날이 Kungen의 마지막 레이드가 되었다. Kungen은 와우에서 누구보다도 앞서 나갔고 열정적이었으며 많은 일들을 행하고 겪어왔다. 그 점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찬사를 받게 했으며 와우에서 영향력있는 유저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이제 와우를 떠났다.
와우의 컨텐츠는 PVE의 던전과 레이드, PVP의 전장과 투기장으로 이미 불타는 성전 시절에 이미 틀이 확립되었다. 패치와 확장팩을 거듭하며 지속적인 컨텐츠의 추가가 이루어졌지만 항상 그 속내용은 비슷했기 때문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이 점은 최근에 준비중인 대규모 업데이트, 4.2패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빨라져 갔고 계속해서 달릴 공간을 필요로 했지만 블리자드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기 보다 유저들을 반복되는 트랙에 가두었다. 다행히 그 트랙은 잘 관리되어 쾌적한 환경을 유지했고 즐길 거리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리 달려도 같은 곳을 맴돈다는 것을 알게된 유저들은 Kungen처럼 와우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서론에 언급된 Kungen의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는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말은 분명히 시사점이 있다. 블리자드도 이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5월 10일,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2011년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이하 모하임) 대표는 2010년 10월, 1200만에 달했던 ‘WOW’의 유료 가입자 수가 1140만 명으로 약 5% 하락했다고 밝혔다. 서비스 이래 최초로 유료 가입자가 감소했다는 이슈에 맞닥뜨린 것이다. 모하임 대표는 “자사의 플레이어들은 지난 몇 년간 ‘WOW’를 플레이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빠르게, 더욱 많은 콘텐츠를 소모하고 있다.”라며 “게임의 3번째 확장팩인 ‘대격변’을 통해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용자 감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블리자드는 노련한 숙련자를 따라잡지 못하는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가 ‘WOW’ 이용자 수의 감소를 야기시킨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으며, 모하임 대표는 플레이어의 콘텐츠 소모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전 확장팩에 비해 이용자들의 레벨이 점점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즉, 플레이어가 ‘리치왕의 분노’와 비교했을 때, 더 낮은 레벨에 게임 속의 모든 콘텐츠를 소화해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블리자드가 내놓은 해결책 역시 ‘WOW’의 제작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하임 대표는 “자사는 앞으로 확장팩 사이의 공백기를 줄여 플레이어에게 좀 더 빠르게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개발 프로세스의 속도에 박차를 가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게임메카 기사에서 인용, 원문 보러가기) 여전히
와우의 유저 수는 천만 명이 넘는 가운데, 모하임의 발표는 엄살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Kungen의 은퇴 발표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지면서 유저 감소의 이유를 대변하는 인상을 주었다는
점이다. 열정적이며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Kungen같은
유저가 식상함을 느껴서 와우를 떠나는 것이 감소의 원인이라면 숫자의
문제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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