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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MMORPG 최고의 콘텐츠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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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스튜디오의 여형욱 파트장은 오늘(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넥슨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2012(NDC 2012)’에서 ‘MMORPG 동접 개선을 위한 개발 이야기’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엔씨소프트 ‘리니지’ 개발을 담당하며 4년간 7만 5천 명에서 18만 명으로 증가시킨 경험이 있는 여형욱 파트장은 수많은 온라인게임에서 고민하는 문제인 ‘동접 개선’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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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홀스튜디오 여형욱 파트장

MMORPG의 근간은 ‘사람’이다

MMORPG는 Massive Multiplayer Online(많은 사람들이 접속하여) Role Playing Game(역할을 즐기는 게임)을 합친 단어다. 즉, ‘많은 사람들’이 필수 조건인 게임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유저들이 게임에 흥미를 갖도록 레벨 디자인, 그래픽, 퀘스트, 액션 등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여 파트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게임의 그래픽이 좋다고, 전투가 재미있다고 흥행에 성공하거나 동접률 상승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MMORPG에서는 다양한 집단이 형성되고 ‘사냥>채집>가공>거래>소비’의 순환구조 경제, 복잡한 인간관계와 분쟁 발생 및 조정을 위한 무력, 정치 개입 등이 모두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즉, MMORPG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사회에 가깝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게임을 즐기는 SNS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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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ORPG는 게임이라기 보다 사회에 가깝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콘솔게임처럼 유저가 ‘혼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그러나 여 파트장은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개발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한 번이라도 ‘프리서버’를 돌려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프리서버’에는 해당 게임의 모든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게임을 즐길 것이라면 ‘프리서버’만 해도 되요. 하지만 직접 해보면 재미가 없죠. 온라인게임은 다른 사람과 ‘함께’ 즐겨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MMORPG의 콘텐츠는 ‘커뮤니티’를 거드는 존재이지 게임의 중심이 아닙니다.”

여 파트장은 ‘유저’, 즉 ‘사람’에 대해 ‘우주가 만든 최고의 인과율 제조기’, ‘사회의 동력’이라고 평가하며 ‘사람’ 자체가 최고의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개발사가 만든 콘텐츠보다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가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알아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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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에 접속한다

유저를 계속 머물게 하는 네 가지 수식

동접을 늘리는 간단한 수식은 ‘나가는 사람’보다 ‘머무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신규 유저’를 계속 머물도록 이끌면 된다. 정말 당연한 수식이고 개발자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MMORPG들이 원활한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여 파트장은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을까?

여 파트장은 네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유저를 외롭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MMORPG를 ‘혼자’ 플레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처음 게임에 접속했을 때 가장 외롭다고 느끼고 많은 이탈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시작 장소’다. 신규 게임 뿐 아니라 오래된 게임에도 ‘신규 유저’는 항상 들어온다. 그러므로 유저에 대한 관심어린 애정과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다양한 유저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녀 뿐 아니라 매니아, 라이트, 신규 유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게임에 존재했을 때 여러 가지 만남이 이루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매니아만 존재하거나 소위 말하는 ‘오덕후’만 존재하는 게임에서는 한정된 동접만 유지될 뿐 늘어나지 않는다. 여 파트장은 “다양한 만남이 게임을 지속해야 할 명분과 재미를 만든다.”며 이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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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유저가 있어야 게임이 재미있다

여 파트장은 세 번째로 ‘부가 콘텐츠’를 꼽았다. 국가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기간 산업이 잘 깔려 있어야 한다. 이처럼 게임에서는 결혼, 길드, 테이밍, 요리 등 다양한 유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부가 콘텐츠’가 있어야 앞서 언급한 ‘유저의 다양성’과 복잡한 인간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부가 콘텐츠’는 필요하다.

마지막 네 번째는 게임을 즐기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로 모일 필요가 없는, 전투나 공성전 등 ‘행위’만 재미있는 게임은 콘솔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MMORPG는 온라인게임인데 왜 굳이 콘솔처럼 만드는 지 여 파트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위’는 게임 지속의 ‘모티브’가 될 수 없으며 동료, 사랑, 명예 등 행위를 이끌어 내는 ‘목적’이 있어야 유저들이 게임에 계속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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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모티브가 있어야 유저는 게임에 오래 남는다

통계가 아니라 직접 유저를 ‘분석’하라

여 파트장은 최근 개발자들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많은 개발자들이 ‘유저’, 즉 ‘소비자 분석’은 등한시 한 채 각종 ‘통계’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는 객관적인 자료이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여 파트장은 블루홀스튜디오에서 개발한 MMORPG ‘테라’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사내에서 얻은 통계에 의하면 ‘테라’의 콘텐츠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콘텐츠는 ‘레이드’ 였습니다. 통계 상 레이드 접속률이 가장 높았거든요. 이 때문에 몇몇 개발자들은 레이드 콘텐츠를 늘리는 것에 업데이트 초점을 맞추기도 했고요. 그러나 유저들이 레이드를 많이 즐긴 것은 ‘할 콘텐츠가 적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개발자들이 유저 게시판을 모니터링 했다면 이러한 판단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유저들이 `테라`에서 레이드를 많이 즐긴 것은 즐길 거리가 없어서였다

통계에서는 유저의 ‘마음’, 즉 ‘감정’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은 유저의 ‘감정’을 논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소비자 분석’에 많은 투자를 기울였다. ‘소비자 분석’을 하는 이유는 ‘유저의 요구에 빠르게 응답해주기 위함’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개발자들은 이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발자 스스로가 유저를 끊임없이 관찰해야 합니다. 스스로 분석하지 않으니 경험도 부족하고 문제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수정해야 할 지 모르고 비정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죠. 결과는 유저들의 분노와 실망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업데이트를 두 번만 잘못하면 대량 실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여 파트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먼저 유저에게 사과하고 차후 취할 행동을 설명하며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하여 유저의 상황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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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만 보지 말고 유저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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