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에 전력집중! KT의 우승 전략 제대로 통했다

▲ 승자 인터뷰에 참석 중인 KT롤스터 `스타1` 프로게임단

전반 세트 패배를 각오하고, 후반 세트에 팀의 핵심 전력을 집중하는 강수를 놓은 KT롤스터가 숙명의 라이벌 SK텔레콤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8월 19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능동 숲속의 무대에서 개최된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결승전에서 KT롤스터가 SK텔레콤을 4:3으로 꺾고 이번 시즌 최고의 ‘스타1’ 프로게임단 자리에 올랐다. KT의 이지훈 감독은 “앞 세트에 4명의 저그 선수를 깔고, 후반에 힘을 집중하는 도박수가 통했다. 전반 4세트에서 2:2만 만들어도 우승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번 결승전 라인업 배치 전략을 공개했다.

▲ KT롤스터 이지훈 감독(좌)과 박정석 선수(우)

이러한 KT의 전략은 이번 결승전에서 그 빛을 발했다. 초반 2세트에 팀의 에이스 정명훈과 김택용을 출전시키며 조기에 경기를 끝낼 의지를 보인 SK텔레콤에게 0:2로 밀리며 위기에 봉착했으나, 고강민이 달성한 첫 승을 계기로 KT는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영호와 김대엽, 팀의 원투펀치를 아껴둔 상황에서 5세트를 맞이한 KT는 남은 에이스 카드를 마음껏 활용하며 SK텔레콤에게 연달아 3세트를 빼앗아 냈다.

반면 정명훈과 김택용, 팀의 에이스를 전반에 배치해 초반에 힘을 준 SK텔레콤은 원하는 성과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KT의 막강한 카드에 서서히 무너져 갔다. 초반부의 상승세 역시 5세트 이영호의 승리를 기점으로 점점 하향세로 내려앉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초반에 대부분의 전력을 집중한 SK텔레콤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이번 결승전 MVP로 KT롤스터 이영호

KT 우승의 수훈장은 이번 결승전 MVP로 선정된 최종병기 이영호이다. 이영호는 손목부상에도 불구하고 팀이 1:3으로 몰린 5세트와, 우승팀을 결정하는 마지막 7세트에 출전하여 2승을 거두었다. 특히 상대가 자신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던 SK의 도재욱이라는 점 역시 이영호 본인에게 기분 좋은 요소로 작용한다. 이영호는 경기 전 “컨디션은 매우 좋다”라며 출전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을 선보였다.

▲ 팀에게 결승전 첫 승을 안긴 KT롤스터 고강민

시원스러운 첫 승리로 침체에 빠진 팀 분위기를 다시 뜨겁게 끌어올린 고강민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팀이 2연패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멀티를 빠르게 가져가는 승부수를 띄운 고강민은 지상과 공중을 완벽하게 압도하며 SK텔레콤의 이승석을 격파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을 믿고 과감한 전략을 선택한 고강민의 뚝심이 돋보였다.

▲ 수준급의 저그전 실력을 과시한 KT롤스터 김대엽

KT의 원투펀치로 훌륭히 성장한 김대엽 역시 수준급의 저그전 실력을 보여주며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상대 멀티와 가까운 지역부터 손에 넣고, 이 지역을 전진기지 삼아 진출하기 시작한 김대엽은 상대 어윤수를 상대로 적재적소에 공수를 부드럽게 전환하는 완벽한 완급조절능력을 선보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2010년 8월, 광안리 우승에 이어 KT롤스터는 팀 창단 후 최초로 프로리그 2회 연속 우승을 기록하는 빛나는 성과를 일궈냈다. 진기록을 떠나서 생각해도 이번 우승은 KT롤스터에게 매우 값지다. 박정석의 준우승 징크스, 이지훈 감독의 결혼 징크스, 팀의 정신적인 지주 홍진호의 은퇴, 팀의 에이스 이영호의 손목부상, KT의 대표 프로토스 우정호의 백혈병 판정 등 이번 시즌 KT는 지독한 악재에 시달렸다.

여기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상하이 결승전이 기상상태 악화로 인해 취소된 점 역시 경기를 앞둔 KT에게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KT는 정규시즌 3위에서 우승까지 끝끝내 올라오는 질긴 근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