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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억 들여 'VR' 키운다는 정부, 게임업계가 바라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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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넷마블 권영식 대표, 미래부 최양희 장관, 문체부 김종덕 장관, 개발자협회 윤준희 회장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게임 신시장 개척을 위해 손을 잡았다. 가상현실(이하 VR)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 아직 시장 형성 단계에 있는 신기술을 발빠르게 연구하고, 게임 등 관련 콘텐츠 개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신시장을 빠르게 열어 게임산업의 성장세 둔화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체부와 미래부는 19일(금),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문화와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한 콘텐츠 신시장 창출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문체부 김종덕 장관, 미래부 최양희 장관과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강신철 협회장, 넷마블게임즈 권영식 대표, 볼레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 등 업계 종사자들이 참여했다.

이 자리는 최근 국제 경쟁 심화와 내수시장 포화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게임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지난해 문체부는 2019년까지 중장기 게임사업 육성 계획 ‘피카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이며, 미래부 역시 ‘VR 시장’ 육성에 예산 4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두 부처가 개별적으로 진행 중인 사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합작 사업을 다시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 (왼쪽부터) 미래부 최양희 장관, 문체부 김종덕 장관

과제는 네 가지다. ▲VR과 AI 등 신기술 연구개발 투자 확대 ▲게임산업 규제 완화 ▲해외시장 진출 확대 ▲산업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이다. 특히 가상현실 신산업 선도 프로젝트에는 2018년까지 총 1,849억 5,000만 원을 투자한다. 더불어 2018년 4월까지 기술개발 지원 센터 ‘판교 게임부스트 센터’를 조성하고, 상암 디지털 파빌리온빌딩에 VR 콘텐츠 스튜디오와 게임기술 테스트베드를 마련한다.

이 외에 현장에서 구체적인 진행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업계 최전선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참석한 만큼, 세부 시행안 수립에 필요한 업계 의견이 다수 나왔다.

모바일게임업체 대표로는 넷마블게임즈 권영식 대표가 참여했다. 권 대표는 “전 세계 시장이 모바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사들이 해외 성과를 거두지 못해 국내 게임산업도 저성장세로 접어든 거라고 본다. 결국은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야 예전의 기세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인데, 해외 대형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마케팅 비용이 만만찮게 든다. 시행안을 만들 때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해외 시장 개척을 주요 과제로 든 만큼, 글로벌로 진출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업계의 고충을 전한 것이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윤준희 회장은 직원 수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그래도 마케팅 전쟁에서 버티고 있지만 10명에서 50명 정도 되는 소기업들은 거의 전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는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가 없다. 신규 인력도 유입되지 않고, 중국 업체들의 투자도 줄었다. 실제로 작은 회사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이 좀 더 마련됐으면 한다. 기술 투자 관련해서도 세계 최고 수준, 혹은 신기술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기업들이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 오큘러스VR 코리아 대표였던 볼레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는 시장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VR 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선뜻 뛰어들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미지의 영역인 VR에 뛰어드는 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VR 특성상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경험을 전달하기 힘든 만큼, 일반인들도 VR을 체험 해볼 수 있도록 테마파크나 체험존 등이 더 많이 열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 대표는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소니, 페이스북 등 VR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정말 많다”며 “국내에서도 일반인들이 VR 시대가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미래부도 업계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김종덕 장관은 “국내 기업들이 VR 콘텐츠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는 신기술이 나와도, 이걸 만들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는 가장 먼저 고민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업계 의견을 십분 반영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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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롬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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