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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론칭'에서 다운로드는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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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을 즐겨하는 유저라면, 작년 한 해 국산임에도 국내보다 해외 먼저 출시되는 게임이 부쩍 늘었다는 점을 느꼈을 것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넷마블과 컴투스처럼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대형 모바일게임사들이 주로 그런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가도 캐나다 혹은 호주로 거의 비슷하다. 더 이상한 것은 최종 버전 콘텐츠가 모두 제공되는 데다, 결제까지 가능한데 정식 출시가 아니라고 한다. 그들이 부르는 말로는 ‘소프트론칭’이라고 한다. 대체 '소프트론칭'이 뭐길래,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내로라 하는 업체들이 필수 절차처럼 시행하는 걸까?

'소프트론칭'에 대한 논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GDC 2016에서도 진행됐다. '소프트론칭'은 게임사가 주요 시장으로 정한 국가 외에, 일부 나라에 게임을 먼저 출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전 세계 동시 출시가 대세인 지금, 큰 회사들이 굳이 소프트론칭을 진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게임의 수명과 매출 규모, 유저 반응을 미리 예측하기 위해서다.


▲ 우가 아담 텔퍼 프로덕트 리드

사실상 내용만 보면 테스트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유저들의 반응은 충분히 테스트로도 검증 가능하고, 유저 호응도를 보면 어렴풋이나마 매출 규모도 어림잡게 되지 않을까? 우가 아담 텔퍼(Adam Telfer) 프로덕트 리드는 “테스트와 소프트론칭의 가장 큰 차이는 우선 기간이다. 소프트론칭은 보통 3~4개월 정도 진행되는데, 결제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의 대략적인 LTV(Life Time Value, 유저가 게임을 즐기는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사용하리라고 예측되는 금액의 총합)을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주요 타겟 시장에 출시할 때 집행하는 마케팅 규모를 사전에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TV 외에도 '소프트론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가 있다. 게임에 유입된 유저들이 다시 찾는 정도를 보여주는 잔존율, 그리고 성장성이다. '소프트론칭'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보통 론칭 기간 중에도 콘텐츠 업데이트와 이벤트, 유저 유입을 위한 타겟 광고를 한다. 텔레비전이나 옥외를 통한 대규모 마케팅만 없을 뿐, 정식 출시와 거의 다름없다. 다만 출시된 시장의 규모만 작을 뿐이다.


▲ 모빌라이즈 올리버 켄 부사장

모빌라이즈 올리버 켄(Oliver Kern) 부사장은 “소프트론칭에서 봐야 할 데이터는 진성 유저로 자리 잡은 사람들의 추이다. 몇 명이나 다운로드 받았는지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소프트론칭'은 정식 출시 전,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주요 시장보다 작은 규모의 시장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사실 잔존율보다도 자신이 기획한 유료 상품이 얼마나 구매가 되는지, 수명은 어느정도인지 체크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연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결국 '소프트론칭'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기본적인 마케팅을 집행해야 하고 그에 따른 기회비용도 소모된다. 자본이 넉넉한 회사라면 괜찮지만, 정식 출시 마케팅 비용도 빠듯한 중소 개발사들이 굳이 소프트론칭을 해야 할까? 델타DNA 마크 로빈슨(Mark Robinson) CEO는 “소프트론칭으로 유저들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 놓으면, 잔존율 상승과 튜토리얼 개선 등 많은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 실제로 소프트론칭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정식 버전 유저 잔존율을 20% 정도 상승시킨 사례가 있다.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상당히 훌륭하다. 자본이 많지 않은 회사일수록 정식 출시 후 발생할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을 미리 짜 놓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 델타 DNA 마크 로빈슨 CEO

단, 소프트론칭은 주요 시장으로 상정한 국가와 성향,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구매력이 낮은 나라의 시장에 진행해야 한다. 샘플 시장 선정에 실패한다면 기껏 얻은 데이터를 실제 출시 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매력 역시 타겟 국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면, 기대했던 마케팅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모빌라이즈 올리버 켄 부사장은 “주로 캐나다와 호주를 소프트론칭 국가로 본다. 하지만 왕도는 아니니 주요 타겟 시장으로 정한 국가와 최대한 비슷하면서도, 규모가 작은 곳을 택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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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롬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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