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연을 맡은 넥슨 왓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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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뉴욕에 있는 세계 최고의 맛집이 아닌 동네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자기 방에서도 손쉽게 해외 유명 제작사 게임을 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참신함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
그리고 ‘듀랑고: 야생의 땅’ 개발을 이끌고 있는 왓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는 개발진의 '참신함'을 끌어낼 필수 요소로 ‘잉여함’을 꼽았다. 27일 개최된 NDC 2016에서 이은석 디렉터는 쓸모 없는 일이나 비생산적인 활동을 말하는 ‘잉여함’이 제작진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이 ‘잉여함’이 만들어낸 것 중 하나가 ‘듀랑고’에서 의사소통수단으로 활용되는 ‘표지판’이다. 이 표지판에는 간단한 글씨를 적거나 그림, 심지어 ‘움짤’도 넣을 수 있다. 이에 지난 테스트 때부터 공동체를 이룬 유저는 '고기', '무기' 등 울타리 안에 모아놓은 물품 종류를 표시하거나 재미 있는 문구를 넣어 웃음을 주는 용도로 '표지판'을 사용했다.
표지판이 처음으로 등장한 시점은 2014년 공개된 영상 ‘듀랑고 자연사 박물관’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공개된 '표지판'은 간단한 텍스트를 적는 것에서 끝났다. 그 와중 기나긴 개발에 지친 한 프로그래머가 남는 시간에 표지판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회의에서 ‘이거 만들어’라고 시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열심히 일한 뒤 쉬는 시간에 재미 삼아 뚝딱 만들어낸 것이다.
소위 '잉여함'의 산물이었던 '표지판 그림'은 '듀랑고' 내 커뮤니티를 단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공동체 생활이 주를 이룬 '듀랑고'에서는 단란한 커뮤니티가 무엇보다 필요했다. 이러한 게임 속에서 딱딱한 글이 아니라 정감 있는 손그림으로 서로의 의사를 전하는 '표지판'은 유저들을 친하게 만드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 기능 추가에 영감을 준 것은 사내 메신저에 있다. 왓스튜디오 사내 메신저 ‘왓 토크’에는 다양한 그림을 첨부하는 기능이 있다. 처음에는 의사소통 편의를 위해 탑재한 기능이지만, 인터넷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짤방’ 공유 등 재미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게임에도 이미지를 넣을 수 있으면 재미있으리라는 생각에 착안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표지판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듀랑고'의 표지판은 ‘움짤’까지 넣을 수 있게끔 진화했다.

▲ 강연에서도 다양한 '짤방'이 등장했다
이은석 디렉터는 이 과정을 동화 ‘돌죽 끓이기’에 빗대어 설명했다. 실제로는 먹을 수 없는 ‘돌죽’이라도 ‘분명 완성되면 맛있을 것이다’라는 비전을 제시하면,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하나 둘 진짜 재료를 추가한다. 다소 허무맹랑한 생각이라도 조금씩 재료가 더해지며 결국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표지판 역시 영상에 잠깐 등장했던 것이 지금은 훌륭한 콘텐츠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창의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사내문화도 힘을 더했다. 이은석 디렉터는 왓스튜디오 운영을 ‘블랙리스트’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인 예외사항 몇 가지만 두고 모든 것을 허용한다, 취미활동 역시 권장한다. 개발자의 게임 감수성이 결과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게임 디자인 부서는 업무시간에 다른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업무 허용 범위 내에서 제작진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한 업무문화가 개발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창의성을 발휘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참신함으로 호평을 받은 ‘듀랑고’는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다.

▲ 질문에 대답하는 이은석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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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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