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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스타 취재를 위해 들르던 부산 벡스코에 반년 정도 빨리 방문하게 되었다. 블리자드가 21, 22일 주말 양일간 개최하는 ‘오버워치 페스티벌’ 때문이다. 지난해 북미 로스앤젤레스에서 ‘블리즈컨’을 접하고 그 규모와 열기에 감탄하였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블리자드가 대규모 행사를 연다니 내심 기대가 컸다.

▲ '오버워치 페스티벌'이 열린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한국 게이머와 블리자드는 오랫동안 국경을 초월(?)한 애정을 나눴다. 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는 당시 PC방의 폭발적인 증가와 맞물려 국내 최초로 ‘국민 임’이라는 칭호를 받았고, 이는 계속해서 블리자드가 내놓은 ‘디아블로 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이어졌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갓겜’을 선사한 블리자드에 유저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이른바 ‘블빠(블리자드 빠돌이)’의 탄생이다.
그러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점차 노후화되고, 기대를 모았던 ‘스타크래프트 2’ 등 후속작이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국내에서 블리자드의 위상도 흔들렸다. 황폐화된 국내 패키지 시장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블리자드를 향한 기대는 그 이상이었으니까. 이에 맞물려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신작 테스트에 한국이 우선시되지 않자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 한국이 테스트 대상에서 제외되자 어김없이 '블리자드 배신'설이…
물론 시장 규모로 보아서는 특별히 한국을 우선시해야 할 이유가 없지만, 그럼에도 블리자드라면 한국을 챙기리라는 믿음이 컸던 탓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은 ‘오버워치’까지 이어졌는데, 아무래도 지난해 첫 테스트를 북미, 유럽에서만 진행한 여파가 컸다. 그렇다면 정말로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마음이 떠난 걸까? ‘오버워치 페스티벌’은 이러한 의혹에 대한 명료한 대답이다.
아침 일찍부터 벡스코 제 2전시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운집햇다. 일반인 입장은 10시, 개막식은 12시에나 시작됨에도 몇 시간 전부터 기다란 줄이 늘어섰다. '블빠 = 아재'라는 통설과 달리 방문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대로 보였다. 지난 5일부터 진행된 ‘오버워치’ 공개테스트 기간 동안 PC방을 즐겨 찾는 학생들에게도 화제로 떠올랐다는데 소문이 사실인 듯 했다.

▲ 입장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벡스코 인근이 '블빠'로 가득하다

▲ 벡스코 내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장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여기저기 ‘오버워치’ 영웅들의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한쪽 면을 가득 채운 ‘트레이서’ 벽보가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 내부는 마치 블리즈컨에 온 듯한 풍경이었다. 정확히는 블리즈컨의 1/4 정도를 뚝 떼어온 느낌. 게임 속 전장을 모사한 큼직큼직한 부스와 디테일이 살아있는 조형물, 수많은 좌석이 도열한 메인 스테이지는 자체 게임쇼를 다년 간 열어온 블리자드의 행사 노하우가 어느 정도인가를 엿볼 수 있었다. ‘오버워치’ 캐릭터 컨셉을 활용한 아케이드 게임장도 나름의 센스가 엿보였다.

▲ 게임 속 전장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하나무라' 시연존

▲ 이집트풍 '아누비스 사원' 시연존에도 대기 행렬이 늘어섰다
개막식에는 블리자드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 마이클 퐁이 직접 자리했고, ‘오버워치’ 총괄 디자이너 스캇 머서도 연단에 올랐다. 게임 출시를 앞두고 한창 바쁠 제프 카플란 디렉터도 영상으로나마 한국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현장은 수천 명의 방문객과 미디어 관계자로 가득 찼는데, 일본에서 온 기자가 특히 많이 보였다.

▲ 개막식을 비롯해 굵직한 이벤트가 진행된 메인 스테이지의 위용

▲ 블리자드 마이클 퐁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가 직접 참석했다
개막식 열기는 한국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 초대형 ‘파라’ 피규어 공개로 절정에 달했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출시를 기념하여 전세계 단 세 곳에 초대형 피규어를 선물했는데,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그리고 바로 우리나라 부산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집에 가져가지는 못하는 선물이지만 전세계 단 세 개뿐인 피규어가 한국에 있다니 괜히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 전세계 단 세 곳밖에 없는 '오버워치' 4m 초대형 피규어

▲ 과도한(?) 사랑을 받은 끝에 잠깐 고장이 나기도 했다
개막식이 끝나자 모두들 마음에 두었던 장소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아누비스 사원’과 ‘하나무라’를 본뜬 시연존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고, 푸드트럭 앞에서 점심부터 때우는 이들도 있었다. 3,000개 한정 소장판을 구매하려는 유저도 적잖았다. 한 부스가 유독 시끌벅적하길래 살펴보니 만화가 이말년이 함께하는 이벤트 코너였다. 아마 팬들의 호응으로만 치면 ‘오버워치 페스티벌’에서 양일간 가장 ‘핫’한 부스였을 것이다. 역시 말년갑…

▲ 여긴 뭐길래 유독 시끌벅적한가 궁금했는데…

▲ 알고보니 인기 만화가 이말년이 직접 진행하는 이벤트 코너
지난 블리즈컨에서는 제프 카플란 디렉터을 만나 ‘오버워치’의 비전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이번에는 스캇 머서 총괄 디자이너에게 보다 자세한 개발비화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주요 내용은 인터뷰 기사를 통해 소개했지만 개인적으로는 BM(수익 구조)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놀라웠다. 다들 당연하단 듯이 출시 후 과금요소에 대하여 묻는데, 스캇 머서는 모든 업데이트는 무료라고 못박았다. 개발자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 '오버워치' 총괄 디자이너 스캇 머서
그 사이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스파이럴캣츠’ 코스프레 쇼와 아이돌 ‘우주소녀’ 축하 공연 등 본격 눈요기(?)가 펼쳐졌다. 정소림 캐스터와 김정민, 정준 해설이 진행이 맡은 ‘오버워치’ 시범 경기도 치러졌는데, 아직까지는 e스포츠화 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총 12명의 플레이어가 정신 없이 돌아다니는데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여 옵저버도 주요 장면을 포착하기가 힘겨운 듯 했다. 누가 죽거나 다중 킬을 올려도 아무 반응이 없어 보는 맛이 다소 떨어지기도 했다.

▲ 블리자드 게임 행사에 코스프레가 빠지면 섭섭하다

▲ '스파이럴캣츠'뿐만 아니라 일반인 코스프레에도 입이 벌어졌다

▲ 들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아이돌 '우주소녀' 축하 공연
‘오버워치’는 앞서 테스트 기간 동안 PC방 점유율 3위권에 진입하고, 15만 원에 달하는 소장판이 날개 돋은 듯 팔리는 등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러한 호조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정말로 ‘국민 게임’으로 나아가는 과정일지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블리자드가 한국 게임계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 단일 타이틀을 위해 벡스코 제 2 전시장을 통째로 빌리다니, 국내 게임사도 해본 적 없는 강수가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대범한 ‘러브콜’이 있을까?
취재 일정을 마무리 짓고 저녁을 먹으러 온 광안리에서 보니, 저 멀리 광안대교 교각에 ‘오버워치’ 마크가 빛나고 있었다. 대교 측면을 타고 ‘오버워치 페스티벌 21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라는 문구가 지나가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다리 중 한 곳에 게임 로고가 박히다니 게임기자이자 한 명의 ‘블빠’로서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 믿음이 보상받은 기분이랄까? ‘오버워치’를 기폭제 삼아 한국 게이머와 블리자드가 다시금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길 기대해본다.

▲ 광안대교에 떠오른 '오버워치' 로고와 함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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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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