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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독창성으로 무장한 엑스에이전시, 판 뒤집기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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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로냐프강' 이상균 PD의 전략 서바이벌 게임 '엑스에이전시' (영상출처: 블루홀)

※ [앱셔틀]은 새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바일게임을 바로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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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게임을 하며 예상치 못한 신선함이 있길 기대합니다. 블루홀이 지난 21일, 구글과 애플 양대 마켓에 출시한 전략 서바이벌 게임 ‘엑스에이전시’는 자신만의 ‘색’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판타지소설 ‘하얀 로냐프강’으로 잘 알려진 이상균 PD의 신작으로 보드게임, 술래잡기, 가위바위보의 재미를 모아 쉬우면서도 독창적인 PvP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엑스에이전시’는 PvP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비’와 ‘헌팅존(PvP)’ 2중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엑스에이전시’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사는 마물 ‘섀도우’를 퇴치하는 사설 업체인데, 플레이어는 이곳의 소장이 되어 의뢰를 수행하게 됩니다. ‘로비’에서는 캐릭터인 ‘헌터’를 수집 및 육성하고,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퀘스트를 확인하는 등 전투를 보조하는 모든 활동이 가능합니다.


▲ 게임을 준비하는 '로비'와 실질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헌팅존'으로 나뉜다

‘헌터’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무기 종류와 스킬, 개별 시나리오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례로 길거리 격투가 ‘애쉴리’는 장갑형 무기를 선호하고 주택가에서 신속히 움직이는 스킬이 있는가 하면, 성당기사단의 후예 ‘케인’은 검술에 능하고 ‘섀도우’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스킬을 지녔습니다. 이들을 얻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각 ‘헌터’에 얽힌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도 볼 수 있습니다.

‘엑스에이전시’의 핵심은 PvP입니다. 플레이어 6명이 참여해 작은 사각형 타일 수십 개로 구성된 정방형 맵에서 서로 ‘섀도우’를 처치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는 적입니다. 여기에 게임 속 적대 세력 ‘섀도우’까지 평범한 ‘헌터’ 로 둔갑해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방심은 금물이죠.


▲ '섀도우' 사냥을 통해 다양한 '헌터'를 얻고, 다시 사냥에 나서는 반복 구조

맵은 평범한 도로부터 숲이나 산 등 자연지형, 그리고 각종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건물들로 구성됩니다. 가령 ‘무도관’, ‘투기장’에서는 무기가 나오고 ‘레스트랑’, ‘병원’에서는 회복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등 건물의 쓰임새는 알기 쉬운 편이죠.

게임이 시작되면 우선 맵을 탐색하며 적들보다 먼저 쓸만한 장비를 모아야 합니다. 비슷한 레벨끼리 매칭이 되기 때문에 어떤 무기를 지니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후 전체적인 형세를 보며 경쟁자를 하나하나 제거하고, ‘섀도우’로 추정 혹은 판명된 적을 처치하면 최종 승자가 됩니다.


▲ 다양한 지형지물과 건물로 구성된 맵을 탐색하고, 생존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자

전투는 같은 타일에 상대가 있을 때 ‘추격’을 눌러 선공을 걸거나, 반대로 공격 당하면 발생합니다. 빠른 공격, 강공격, 가드, 스킬까지 네 가지 커맨드가 주어지는데, 서로 상성과 역상성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가량 강공격은 가드를 무너뜨리지만 빠른 공격에 제압되고, 빠른 공격은 가드에 막히는 식이죠. 서로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상대가 무엇을 낼 지 짐작해 이를 잡아낼만한 커맨드를 고르는 것이 핵심이죠. 여기에 스킬로 살짝 속임수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이전 턴에 빠른 공격을 강화하는 스킬을 써서, 빠른 공격을 쓸 것처럼 속여 상대의 가드를 유도한 뒤 강공격을 퍼붓어 잡는 식입니다.

전술적인 요소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전투는 8라운드까지만 진행되므로 결판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체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로 전투가 끝났다면 기습에 당하지 않기 위해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전투 중인 상대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가 체력이 소진된 상대를 쉽게 잡아내는 어부지리를 취하는 플레이도 쏠쏠합니다.


▲ 가위바위보처럼 빠른 공격, 강공격, 가드가 서로 물고 물리는 전투 시스템

이처럼 ‘엑스에이전시’는 맵 구조, 승리 조건, 전투 방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모바일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위바위보 방식의 전투는 쫄깃한 심리전을 가능케 하고, 실시간으로 맵을 돌아다니며 장비를 챙기고 전황을 살피는 과정도 서바이벌 게임다운 긴박함이 있습니다. 이상균 PD 작품답게 ‘헌터’마다 캐릭터성도 뛰어나고, 시나리오도 시종일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다만 뛰어난 아이디어를 받쳐줄 콘텐츠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합니다. 가위바위보에서 나올 수 있는 전투 양상이 뻔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이 지겨워집니다. 레벨이 1이던 100이던 결국 ‘빠른 공격을 할까, 강공격을 할까, 가드를 할까’하는 수 싸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맵 역시 가짓수가 부족해 몇 판만 해도 구조를 필요한 아이템이 어디 있는지 전략적 요충지가 어디인지 전부 외워버립니다. 자연히 탐색의 재미는 크게 반감되죠.

게임 모드가 하나뿐인 점도 아쉽습니다. 앞서 설명한 6인 PvP가 현재 ‘엑스에이전시’가 지닌 콘텐츠 전부입니다. 플레이어들이 경쟁이 아닌 협동을 즐기는 AI 대전이나, 보유한 캐릭터가 차례로 전투를 벌여 연승 기록을 제는 모드가 준비 중이라지만 출시 버전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더 만들고 내야 하는데, 게임의 포텐셜과 기회 비용 측면에서 이 정도에서 타협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던 이상균 PD의 변처럼 여기저기 콘텐츠 부실이 눈에 띕니다.


▲ '섀도우'를 잡고, 또 잡고, 또 잡고... 게임 모드가 하나뿐이니 금새 질릴 수밖에


▲ 시나리오가 흥미롭다고 해도 본 게임이 단조롭다면 주객전도일뿐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별개로 ‘엑스에이전시’는 오래 즐길만한 콘텐츠가 갖춰지지 못했습니다. 처음 서너 시간은 매우 즐겁지만 그 이상 플레이할 동기가 부족합니다. 소위 '양산형 게임'에 지친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는 있겠지만, 아예 판을 뒤집을만한 뒷심은 부족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플레이의 단조로움을 해소해줄 더 많은 맵, 캐릭터, 모드입니다. 준수한 게임성이 빛바래지 않도록 빠른 업데이트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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