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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스페이스 크루, ‘노가다’가 많아 피로한 우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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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 크루'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 [앱셔틀]은 새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바일게임을 바로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넥스트플로어 독립 스튜디오, ‘지하연구소’의 모토는 ‘인디 아닌 인디’입니다. 소속 개발자들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별개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고, 회사는 이에 간섭하지 않지만 지원이나 홍보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취미로 만드는 게임’을 내놓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이처럼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환경 때문일까요? 지하연구소에서는 ‘대작’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참신함으로 무장한 게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런 지하연구소가 모바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우주탐험에 도전합니다. 지난 26일, 지하연구소 보이저팀이 ‘우주를 좋아해서 만들었다’며 내놓은 ‘스페이스 크루’는 지구에서 해왕성까지, 태양계 전체를 탐사하는 것이 목표죠. 거대한 맵과 있을 법한 이벤트로 ‘우주 탐험’이라는 소재를 살렸습니다. 여기에 우주선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육성 요소로 ‘키우는 재미’까지 담아내려 했습니다. 이처럼 참신한 소재에 재미까지 엮어내려고 노력한 ‘스페이스 크루’, 정말 재미있을지 직접 해봤습니다.

▲ '스페이스 크루'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스페이스 크루’에서 플레이어는 ‘유나이티드 솔라 플릿’에 소속된 선원이 되어 초보 함장 ‘테리’의 배에 타게 됩니다. 그리고 태양계 전체를 순회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죠. 항해의 기본은 우주 정거장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실제 행성 사이의 거리를 반영한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게임 내에서는 정상적인 진행을 위해 7천만 킬로미터도 1분 안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조정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멀리 떨어진 천체로 갈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며 우주의 방대함을 전달합니다.

▲ 목적지를 정했으면 항해 시작!

이처럼 ‘스페이스 크루’는 먼저 맵 크기에서 ‘우주 느낌’을 살렸습니다. 여기에 우주 항해 중 발생할 것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더해집니다. 우주를 유영하는 쓰레기인 ‘데브리’를 발견해 크레딧을 획득하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선실이나 승무원이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주 해적이 기습하기도 하죠. 이외에도 선실에서 항해에 필요한 스킬을 연마하기도 하고, 동료 승무원과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항해 중 무기력해지거나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는 등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이렇게 각종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목적지인 우주 정거장에 도착하게 되죠. 우주 정거장에서는 선실 업그레이드나 선원 고용, 연료 보급 등 다음 항해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준비를 마쳤다면 또 다시 다른 정거장으로 떠나는 것이 게임의 골자죠.

▲ 정거장에선 항해 준비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스페이스 크루’는 우주 탐험이라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면서, 동시에 조작하는 재미도 담아 플레이타임을 늘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꽤나 참신하게 느껴져 재미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쉽게 피로해집니다.

먼저 항해 중 발생하는 이벤트입니다. 다양한 이벤트가 있지만, 깊이가 부족해서 몇 번 보면 금세 흥미가 떨어지죠. 일반 이벤트는 텍스트 한 줄로 끝나기 마련이고, 동료와의 대화도 그저 많이 해주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역시 떨어지는 공격을 피하는 간단한 미니게임 수준에서 그칩니다.

▲ 텍스트 만으로 진행되는 이벤트

▲ 전투도 컨트롤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여기에 스킬 수련 역시 성취감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게임 내에서는 함선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조타술’, 함포의 재장전 속도, 명중률을 높이는 ‘사격술’, 선실 수리 효율을 높이는 ‘정비술’, 그리고 다친 선원을 치료하는 ‘의료술’ 등 4가지 스킬이 있습니다. 항해 중 훈련을 통해 스킬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데, 문제는 증가량이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훈련에 성공해도 고작 0.1밖에 오르지 않거든요. 여기에 실패 확률도 있고, 최대 체력에서도 고작 5번밖에 할 수 없죠. 즉, 다른 할 일을 포기하고 모든 체력을 수련에 쏟아도 얻을 수 있는 숙련도는 최대 0.5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해도 달라진 점이 쉽사리 느껴지지 않죠.

▲ 그나마도 실패하고 체력만 뺏기기 일쑤

마지막으로 게임 내 화폐인 크레딧을 모으기도 힘듭니다. 크레딧을 버는 방법은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벤트를 제외하면 ‘항해 보수’와 ‘탐사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항해 거리에 비례해서 주어지는 ‘항해 보수’는 연료비를 빼고 나면 그렇게 많이 모이지는 않죠. 결국 정거장에 방문할 때마다 쌓이는 ‘탐사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데, 데이터 10개를 모아야 수정 1개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정 5개를 모으면 2,500 크레딧으로 교환할 수 있죠.

웬만한 승무원이 3천 크레딧, 다음 단계 우주선이 3만 크레딧 이상을 요구하는 것에 비하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 멀리 탐험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우주선과 더 좋은 승무원이 필수인데, 이를 전부 갖추려면 같은 항해를 몇 십 번 반복해야 하죠. 게임 내에서 자동 기능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런 반복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플레이타임을 늘리려는 시도가 역효과를 낸 셈이죠.

▲ 항해만으로는 돈이 잘 안 벌립니다

▲ 에누리 없는 팍팍한 우주 살림

우주 탐사라고 한다면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끝없이 펼쳐진 우주와 반짝이는 별들,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행성과의 조우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스페이스 크루’는 드넓은 우주를 항해한다는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여기에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더해 플레이타임을 늘리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깊이가 부족한 이벤트는 몇 번 경험하면 다소 뻔하게 느껴지고, 스킬 숙련도나 새로운 우주선 등 육성 요소도 허들이 너무 높아 동기부여가 못합니다. 약간의 ‘노가다’ 콘텐츠는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스페이스 크루’는 조금 과도한 것 같습니다.

▲ 태양계 탐사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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