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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퓨터 속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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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에는 부활절에 달걀을 집 안이나 정원에 숨겨 놓고 아이들이 찾도록 하는 부활절 달걀 찾기 풍습이 있다. 여기서 유래한 ‘이스터 에그’라는 단어는 현대에 와서 소프트웨어, 책, 영화 등의 제작자가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려고 숨겨 놓은 기능을 뜻 하는 용어가 되었다.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소프트웨어 내에 간단한 제작자 소개에서부터 사진, 혹은 미니 게임을 숨겨놓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프트웨어에도 들어 있는 이스터 에그 게임, 내 컴퓨터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 문서작성 프로그램 속 게임들

레포트, 공문서 등의 작성에 필수적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워드프로세서와 엑셀.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여겼던 이 프로그램 속에는 생각지도 못 한 게임이 숨어있다. 부모님이나 직장 상사의 눈을 피해 몰래 즐길 수 있는 문서작성 프로그램 속 게임은 인터넷이나 게임이 없는 컴퓨터에서도 즐기라는 제작진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물론 이 아저씨가 집어넣은건 아니고~

‘엑셀 95’에는 간단한 3D 1인칭 길 찾기 게임이 들어있다. 영문 버전 기준으로 설명하면, 엑셀 95를 실행한 후 95번째 행을 전체 선택(왼쪽 95숫자 클릭)한다. 그리고 ‘Tab’키를 한 번 누르면 (B,95)셀이 선택된다. 그 상태에서 마우스로 ‘Help’메뉴의 ‘About Microsoft Excel’을 선택하면 엑셀 정보 창이 뜨는데, ‘Ctrl’키와 ‘Shift’키를 누른 상태로 방금 띄운 정보창의 ‘Tech Support’ 버튼을 누르면 게임이 실행된다. ‘Hall of Tortured Souls’라는 이름의 3D 게임인데, 계단을 올라가고, 지그재그의 길을 통과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마지막엔 개발진의 사진이 나온다.

▲간단한 게임이지만 제작진의 센스가 엿보인다

‘엑셀 97’로 가면 좀 더 게임 같은 게임이 숨겨져 있다. 엑셀 97을 실행한 후 ‘F5’키를 누르면 이동(Go To)창이 뜬다. 여기에 ‘X97:L97’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른 후 ‘Tab’키를 한 번 누른다. 그 다음 ‘Ctrl’키와 ‘Shift’키를 동시에 누른 상태에서 오른쪽 위 도구모음에 있는 ‘차트 마법사(Chart Wizard)’ 버튼을 누르면 3D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이 실행된다. 마우스 왼쪽 버튼은 전진, 오른쪽 버튼은 후진이다.

▲전작이 땅에서 걸어다니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하늘을 날아다닌다

‘엑셀 2000’에서는 레이싱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엑셀 2000’을 연 상태에서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클릭하고 ‘웹 페이지 형태’를 선택한다. 창 형태가 바뀌면 ‘Selection Sheet’ 버튼을 선택하고 바로 아래의 ‘Add Interactivity’ 박스를 체크한 후 ‘저장’ 버튼을 누른다. ‘Publish as Web Page’ 대화 상자가 나오면 ‘Publish’를 누르자. 그러면 웹 페이지가 저장되는데,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들어가 저장된 웹 페이지를 열어서 2000번째 행 WC열로 이동하자. (2000, WC)탭이 화면의 가장 왼쪽 위에 위치하도록 화면을 이동한 뒤 탭 왼쪽의 2000행을 전체 선택하고 ‘Ctrl’, ‘Shift’, ‘Alt’키를 동시에 누른 상태로 왼쪽 위의 오피스 로고를 클릭하면 ‘Dev Hunters’라는 이름의 레이싱 게임이 실행된다.

조작법은 방향키로 운전을, 알파벳 O키로 뒤에 오일을 뿌릴 수 있고, H키로 라이트를 켤 수 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정면으로 미사일을 발사한다. 게임은 끝 없이 이어지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아케이드성도 갖춘 Dev Hunter, 머리아픈 엑셀 작업의 한 줄기 빛이다

‘워드97’에는 핀볼 게임이 숨어있다. 프로그램 실행 후 ‘Blue’라고 입력(따옴표 제외)하고 단어를 선택한다. ‘Format’메뉴로 가서 ‘Font’를 선택한 후 글자 색상을 파랑색으로 선택한 뒤 ‘확인’을 누른 후 Blue 단어 오른쪽에 스페이스바를 한번 눌러서 공백을 만들자. 그 다음 ‘Help’메뉴의 ‘About MS Word’ 메뉴를 선택하면 워드 소개창이 뜨는데, 여기서 ‘Ctrl’키와 ‘Shift’키를 동시에 누른 채로 워드 아이콘을 클릭하면 ‘워드97 핀볼’이 등장한다. ‘윈도우ME’ 부터 ‘3D핀볼’이 등장하며 굳이 ‘워드97’의 핀볼을 할 이유는 없어졌지만, 옛날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던 시절, 워드프로세서에서 게임이 실행된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백방으로 수소문해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정말 단순하지만 이런걸로도 환호하던 때가 있었지..

동영상 플레이어 속 게임들

국내 업체들이 만든 동영상 플레이어 속에도 게임이 들어 있다. 곰플레이어 속 숨겨진 게임은 가장 유명한 경우인데, 곰플레이어 실행 후 ‘F1’을 누르면 나오는 곰플레이어 로고를 더블클릭하면 ‘닷지 1.9’라는 게임이 실행된다.

▲저기 보이는 곰발바닥을 더블 클릭하면

▲닷지 1.9가 실행된다. 예전에 除좇寬 하는 이상한 이름으로 알려진 게임.

이 게임은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을 조종하며 엄청나게 많은 수의 총알(?)을 피하며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지만, 난이도가 매우 어렵다. 처음 하는 사람은 5초를 못 넘기기 십상이고, 필자의 경우 최고기록이 25초를 넘기지 못할 정도이다. 좋은 기록이 나오면 서버에 올려서 자신의 기록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다. 등록된 기록은 메뉴의 서버 기록보기를 클릭하면 된다. 의외로 중독성이 강해서 동영상 파일 다운중에 잠깐 게임을 즐기다 결국 동영상은 뒷전으로 하고 게임에 열중하게 되는 일도 다반사이다.

▲필자의 최고 기록... 한 1분 지난 줄 알았는데 겨우 24초

▲기록 확인도 가능하다. 이름은 욕설이 워낙 많아서 자체검열!

또다른 동영상 플레이어인 KM플레이어 속에도 숨겨진 게임이 있다. 플레이어를 실행시킨 뒤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눌러 메뉴를 띄운 후 ‘환경설정/기타’안의 ‘이 프로그램은..’ 을 클릭하면 정보창이 뜬다. 여기서 KM플레이어 로고를 더블클릭하면 너무나도 익숙한 비행 액션게임 ‘라이덴’ 이 실행된다. 플래시 형태로 재구성된 게임이지만 ‘라이덴’의 게임성은 충분히 살아 있다. 요즈음에는 동영상 파일을 다운받으며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러한 게임을 하며 잠시동안 추억의 게임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저 그림을 더블클릭하면..

▲추억의 라이덴 플래시 게임이 등장한다!!

다양한 곳에 숨어있는 이스터 에그 게임들

위에 열거한 것 외에도 많은 이스터 에그 게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구 곳곳의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구글 어스 프로그램 내에도 이스터 에그 게임이 들어있었는데, 구글 어스 4.2버전의 경우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숨어 있다. 프로그램 실행 후 지구본을 클릭한 후 ‘Ctrl’, ‘Alt’, ‘A’ 키를 누르면 비행 시뮬레이터가 시작된다. 비행기 선택과 공항 선택도 가능하고 그랜드 캐니언 등의 장소에서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게임은 이후 버전에서 정식으로 등장하게 된다.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올라선 경우이다.

▲나름 비행기와 공항 선택도 가능하다

▲큰 호응을 얻은 후 정식으로 채용된 구글 시뮬레이터, 배 버전도 있다

컴퓨터가 아닌 곳에서도 이스터 에그 게임을 찾을 수 있다. 일부 캐논 계산기는 ‘336652’를 누른 후 ‘+’와 ‘-‘키를 동시에 누르면 핑퐁 게임이, ‘125993’을 누른 후 위와 같은 키를 누르면 슈팅 게임이 시작된다. 계산기를 사용하다가 피곤하면 게임을 즐기라는 제작자의 배려일까?

▲컴퓨터로 하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겠지만, 계산기로 하면 왠지 색다르다

프로그램 개발은 생각보다 매우 고된 작업이다. 빡빡한 개발 일정 속에서 간간히 짬을 내어 이러한 이스터 에그를 숨겨 놓은 이유는 개발자가 제품에 자신만의 색을 몰래 넣고 싶어서이거나,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에 자신들의 수고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무언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제작자와 이용자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며 이러한 이스터 에그 게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스터 에그 자체가 일종의 보너스이니만큼 개발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스터 에그 게임이 딱딱한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좀 더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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