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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아케이드 성지 일본, 시골 오락실도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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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리듬게임 14년 경력을 가지고 있는 노장. 맛집과 게임, 여행전문 종합 블로그 '류토피아(http://ryunan9903.egloos.com)' 를 6년간 운영중인 Ryunan이 얼마 안 남은 대한민국 아케이드게임장 성지순례를 시작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혹은 전혀 몰랐던 아케이드 게임의 세계. 우리 함께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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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yunan입니다. 한 달 동안 저를 보지 못해 다들 아쉬우셨죠? 뭐라고요? 아쉽기는 커녕 너 같은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요? 쳇.

이번 기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선보이는 아케이드 게임장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지난 5월에 잠시 일본에 다녀올 일이 있어 2박 3일간 일본 돗토리현을 다녀왔는데요, 주변에서는 ‘작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로 일본 내에 방사능이 확 퍼져있는데 제정신이냐?’ 라던가 ‘넌 이미 피폭되었겠구나,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라며 구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일본의 중남부 지역에 위치한 돗토리현과 동부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전 사이의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행을 단기간으로 다녀오는 데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네? 저한테서 방사능 냄새가 난다고요? 냄새 나는 방사능 봤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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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돗토리의 관문, 요나고 키타로 공항. 공항에 요괴같은 건 나오지 않습니다

필자가 일본에 간 이유는 여행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사실 게임을 즐기기 위함이 더 컸습니다. 온라인게임의 천국은 한국, 비디오게임의 천국이 미국이라면, 일본은 아케이드게임의 천국입니다. 이는 일본을 단 한 번이라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한국도 예전 ‘DDR’ 이 한창 히트를 치던 시절엔 오락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나 ‘DDR’ 과 ‘펌프’ 의 붐은 뚝배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 얼음그릇이었죠. 순식간에 열기가 식어버렸습니다. 바다이야기 사태와 PC방의 활성화, 온라인게임의 성행으로 급격히 쇠퇴한 국내 아케이드게임시장은 이제 대도시가 아니면 제대로 된 매장 하나 찾기 힘들 정도로 열악해진 것이 현실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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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대 게임센터 체인 라운드원과 타이토 스테이션
타이토 스테이션은 한국의 분당 서현에도 체인이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면 아케이드게임의 종주국이기도 한 일본은 그 명성이 옛날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매장과 어마어마한 매장규모, 끊임없이 출시되는 신규 라인업 등 여전히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케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약속받은 가나안 땅 같은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죠. 국내 게임장과는 규모나 라인업 면에서 차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번에 제가 다녀온 곳은 일본의 돗토리현,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원도 삼척이나 속초처럼 인구가 적은 편인 도시지만, 국내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각종 아케이드게임들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게임장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게임 플레이 가격은 국내에 비해 많이 비싼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게임 한 판 플레이하는 비용이 대부분 100엔부터 시작(가끔 고전게임의 경우 50엔을 받기도)하는데요,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100엔이 대략 1500원(2012년 6월 14일 현재 1,479원)에 육박합니다. 비싼 물가와 환율이 더해지니 살 떨릴 정도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눈이 뒤집혀 정신줄을 놓은 채 100엔을 100원 쓰듯 기계에 집어넣고, 후회하면서도 또 100엔을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 바로 일본 아케이드 게임장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2005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게임센터 앞에서 좀비처럼 뛰어가 돈을 바꿨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2,000엔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신비한 마법의 세계를 체험했답니다. 무슨 해리포터 세계 같더군요. 아씨오, 내 돈!

 

▲ 일본 오락실은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탈탈 터는 칼 안 든 날강도가 우글거립니다

 

일본에는 게임센터와 파칭코가 별개로 운영된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들이 저마다 외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은 파칭코의 천국이다!’ 라는 것이죠. 구슬 도박의 일종인 ‘파칭코’ 는 일본에서 성인용 게임으로 분류됩니다. 일부 아케이드 게임센터 안에 파칭코나 슬롯머신 등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아케이드 게임센터와 별개로 운영됩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오락실과 성인 오락실의 차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네요. 다만 현재 국내 성인 오락실에서는 환전이나 점수보관 등이 불가능하니 개념은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제가 이번에 일본에 가서 제일 고생했던 것이 바로 ‘게임센터’ 를 찾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는 위에서 사진으로 언급했던 ‘라운드 원’ 이라던가 ‘타이토 스테이션’ 등 수많은 게임센터가 있지만, 제 아무리 아케이드게임 천국 일본이라고 해도 작은 지방도시에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생전 처음 온 도시, 전 결국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찾은 현지 정보만을 토대로 열심히 발품을 팔며 게임센터를 찾아 방황하는 한 마리 고독한 늑대...아니 여행객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걷고 또 걸어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요.

하지만 게임센터가 있을 거라 기대하고 간 곳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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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칭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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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칭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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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칭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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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칭코… 이제 좀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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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는 아침에 문 열기 전부터 파칭코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사람들의 직업은 과연 뭘까요... 혹시 이걸로도 돈벌이가 되나?

결국 제가 처음 방문했던 도시인 돗토리현의 요나고시에서는 하루 종일 돌아다녔음에도 파칭코밖에 찾지 못했습니다. 구글 맵에는 단순히 게임센터라고 적혀 있어서 직접 가 보지 않으면 확인이 불가능했거든요. 네 개째의 파칭코를 만나자 그야말로 절망적인 기분이 들더군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온 일본에서 게임을 할 수 없다니! 이보시오 파칭코양반, 게임센터에 감각이 없는데 어찌 된 일이오! 으허허허허... 파칭코 네이놈!

 

좌절하지 않고 게임센터를 찾아내다!

정말 모든 것을 다 포기해버리고 싶었지만, 필자는 ‘들장미 소녀 캔디’ 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정대만처럼 포기하지 않는 남자였기에 계속해서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요나고시를 떠나 돗토리시까지 오로지 구글맵스 하나만을 의지하여 찾아간 끝에 마침내 파칭코가 아닌 진정한(?) 아케이드 게임센터 한 곳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의 게임센터 체인 중 하나였던 ‘the 3rd planet(이하 더 서드 플래닛)’ 돗토리 지점이었지요!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무렵, 저 간판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더군요. 낮의 여독으로 다리도 아프고 몹시 피곤했지만 아케이드 센터 간판을 보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어 미친 듯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저를 맞이한 것은 구슬 돌아가는 소리가 머리 아프게 시끄러운 파칭코도 슬롯머신도 아닌 레알(!) 아케이드게임들이었습니다. 100년근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도 이것보다 더 기쁘진 않았을 거에요. 일본의 게임센터 중심에서 ‘심봤다!’ 를 외쳤… 아, 실제로 외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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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지도까지 뽑아가면서 좌절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사진에 표시된 곳들이 제가 찾아간 게임센터 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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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찾아낸 ' the 3rd planet(더 서드 플래닛)' 게임센터 돗토리점

 

작은 도시지만 규모는 한국보다 더 큰 게임장

‘더 서드 플래닛’ 은 일본의 게임센터 중 하나로,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엔터’ 나 ‘펀잇’ 같은 체인 계열의 게임센터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체인형 게임센터 중에는 ‘라운드 원’, ‘타이토 스테이션’ 등이 있는데, ‘더 서드 플래닛’ 의 경우 이들에 비해 규모와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떨어진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일본 기준일 뿐이었다는 것을 조금 후에 알게 됩니다.


▲ 지방이라 무시하지 말아요~♪ 수줍어도 규모는 엄청나게 크다!

일반적으로 제 아무리 일본이라고는 하지만 지방 외곽의 게임장쯤 되면 작고 초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큰 일본은 지방에도 이러한 대형 게임센터가 많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더 서드 플래닛’ 돗토리점 역시 단층 게임센터긴 하지만, 그 규모는 웬만한 국내 백화점매장 한 층의 규모에 필적할 정도였습니다.

이 곳의 게임기는 레이싱게임, UFO(인형뽑기)게임, 철권 등의 대전격투 게임, 각종 체감형 게임과 리듬게임, 그리고 역시나 파칭코와 슬롯머신까지… 각각 장르와 종류별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철권 옆에서 비트매니아를, 그 옆에는 코인노래방과 펌프가 뒤섞여 있는 국내 게임장에 비하면 상당히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죠. 그래요. 게임 한 판에 최소 100엔씩이나 받아가면 이 정도 값은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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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서드 플래닛' 리듬게임구역의 수많은 리듬게임들
매니아들 열광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게임센터의 전체적인 모습을 상세히 다루고 싶은데, 사실 필자가 이리저리 헤매다 게임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폐점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심야였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필자가 좋아하는 리듬게임들을 조금 즐기다 보니 대부분의 사진이 리듬게임쪽으로 편중된 감이 조금 있습니다. 텍스트만으로 설명하자면, ‘철권’ 게임이야 한국에도 모두 들어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습니다. 군데군데 4인 플레이가 가능한 ‘드래곤 볼’ 대전격투 게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타이틀도 몇 개 보이긴 했는데, 즐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스틱게임에도 아케이드용 네트워크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일본 전국의 오락실 유저와 원격 대전을 즐길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더 서드 플래닛’ 의 아케이드 리듬게임 존을 가 보니,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비트 코피어스’ 와 ‘사운드 볼텍스’, 그리고 ‘리플렉 비트 라임라이트’ 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비트매니아 2DX’ 와 ‘팝픈뮤직’, 그리고 ‘기타프릭스&드럼매니아’ 세션도 보였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반가웠던 것은 국내에서 명맥이 끊겨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 일명 ‘DDR’ 의 최신버전인 ‘X3’ 이었습니다. 한때 대히트를 기록했음에도 한국에서는 ‘펌프 잇 업’에 밀려 완전히 사장되어 버린 비운의 게임이죠. 이 게임기를 보고 있자미 마치 리듬게임이 게임센터를 휘어잡던 2000년대 초반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고 흐르지 못하게 살짝 웃었습니다.

게임센터를 둘러보며 가장 감명깊었던 점은 게임센터 자체적인 공간이 매우 넓기 때문에 게임기 사이사이의 간격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옆 사람의 플레이에 방해를 받지 않고 독립적인 공간에서의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죠. 국내의 경우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기기 사이의 간격이 좁아서 옆 기기의 소리에 내 게임의 사운드가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과는 대조적입니다. 성지순례 1편에서 찾아갔던 천호 펀존 게임센터 역시 이를 해결하고자 파티션까지 설치해 놓았지만, 역시 공간 자체적인 한계는 극복하기 어렵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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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기 사이의 간격이 적어도 1m는 넘는다

실제로 ‘더 서드 플래닛’ 에서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 해 본 결과, 기기 사이의 간격이 위쪽의 사진처럼 꽤나 넓어서 다른 사람의 플레이에 방해를 받거나 좁은 공간으로 인해 짜증이 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툭 치고 지나가는 통에 기록을 날려먹고(!?) 친구들간의 훈훈한 주먹다짐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라는 얘기죠. 특히 제가 즐겨본 ‘비트매니아 2DX’ 의 경우 기기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헤드폰 단자까지 따로 마련해놓아, 바깥 사운드를 완전히 차단한 채 오로지 게임 사운드만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더군요. 살짝 감동 받았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플레이가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게임기마다 충분한 공간을 배치했다는 점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을 위한 배려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공간이 넓은 덕이 크지만, 사실 일본의 인구밀도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거든요. 물론 일본의 모든 게임장이 다 이렇게 넓은 것은 아닙니다. 도쿄 등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는 기기를 촘촘하게 배치해놓은 곳들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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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게임 포스터들
저 비트매니아 포스터 한 장이 한화 몇십만원의 가치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위 사진처럼 게임센터 안에 게임 포스터 등이 유달리 많이 부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신작 게임과 함께 들어오는 이 업소용 포스터는 단순히 그냥 부착만 해 놓은 것이 아니라, 게임센터의 라인업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됩니다. 관리 역시 단순히 스카치테이프로 벽면에 붙여놓고 적당히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위 사진처럼 비닐을 싼 후 판넬에 붙여 소중하게 진열해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포스터도 게임을 위한 하나의 소품’ 이라는 마인드죠.

재미있는 점은 일본 내 인기 게임의 경우 이 업소용 포스터가 옥션을 통해 상당한 고가로 거래되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겁니다. 사진에 보이는 ‘비트매니아 2DX’ 의 과거 포스터의 경우 저 캐릭터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때문에 포스터 한 장이 2만 엔(한화 약 30만 원)에 올라온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매니아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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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센터 위쪽에서 리듬게임 구역을 본 모습
마감시간이 다가온지라 손님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워낙 게임센터가 넓다 보니 한 시간 동안 돌아다녔는데도 구석구석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위쪽으로 올라가 게임센터의 전경을 감상해 봤는데요, 위 사진은 ‘아케이드 리듬게임’ 이라는 일부의 구역에 불과합니다. 전체 매장은 이런 구역이 여러 군데로 미로처럼 나뉘어져 있죠. 여기에 게임센터 직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기계를 관리/정비하고 게임센터 안의 쓰레기들을 치우기 때문에 늘 쾌적한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필자는 이 곳에서 그냥 ‘동네오락실’ 이 아닌 ‘게임을 테마로 한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공간’ 이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날 게임센터를 찾은 손님들을 보고 있자니 단순히 시간때우기 목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정말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이 곳을 찾아와 열정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국내 아케이드게임업계에서도 최근 들어 담배연기 나는 동네 오락실의 이미지를 벗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산업 중 하나로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 곳에서 그 모범 사례를 본 느낌입니다.

아케이드게임을 최대한 재미있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공간. 이것이 돗토리라는 일본의 시골의 게임센터를 방문하고 느낀 최종 평가입니다. 오늘날의 아케이드게임 왕국 일본이 있기까지에는 이러한 환경과 마인드, 인프라 등이 밑바탕을 튼튼히 다져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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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일본 돗토리의 '더 서드 플래닛' 과의 만남이 끝났다

 

일본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이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먹거리 기행 시간입니다. 일본에 가면 단순히 여행을 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 말고도 현지에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체험하는 것이 큰 즐거움 중 하나인데요, 이날 제가 찾아간 돗토리현에서 먹을 수 있는 지역 특산물을 비롯하여 게임센터 근처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를 소개해 드립니다.

 

돗토리현 요나고(米子)시의 명물, 에키벤 고등어 누름초밥.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돗토리현 요나고시의 명물 ‘에키벤 고등어 누름초밥’ 입니다. ‘에키벤’ 은 기차에서 먹는 도시락을 뜻하는 용어로, ‘에키벤 고등어 누름초밥’ 은 JR요나고역, 그리고 요나고공항 등지에서 판매하는 명물 음식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어’ 라고 하면 비린내가 심하고, 자반 등으로 만들어 구워먹어야만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해산물의 천국 일본에서는 이 고등어를 신선하게 유지하여 초밥으로도 만들어 먹습니다. 고등어 누름초밥은 밥 위에 생고등어살을 얹고, 김 대신 다시마로 감아 만들어낸 음식인데요, 생고등어에 다시마라... 얼핏 비린내 때문에 코를 움켜쥐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직접 먹어보니 신기할 정도로 비린내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고등어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한 지방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별미 중의 별미더군요. 필자도 처음엔 강한 거부감이 느껴졌는데, 막상 먹어보고 나니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며 힘차게 질주하는 고등어떼, 그 고등어떼가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등어다! 고등어가 춤을 춰!

가격은 에키벤 1개(1줄) 기준 1,780엔으로, 하베스트 인 요나고 호텔 등에서는 저렴한 가격(외부인 기준 1,000엔)의 조식부페에서 신선한 고등어 누름초밥을 양껏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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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싼 에키벤 대신 비교적 값싼 호텔 조식부페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
부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면 과장일까?

 

돗토리(鳥取)시 명물, 배 츄하이.

일본의 매우 대중적이고 저렴한 과일주인 ‘츄하이’ 는 과일즙과 탄산이 들어가 단 맛을 더한 알콜도수가 낮은 술입니다. 일본에서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츄하이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는데, 배로 유명한 돗토리현에서는 배맛 ‘츄하이’ 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달콤한 배과 술의 조합, 접해본 적이 없는 맛인지라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죠? 그러나 실제로 마셔보면 술이라기보단 탄산음료에 가까울 정도로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 일품인 정말 맛있는 과일주입니다. 돗토리현 내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작은 캔(350ml)기준 147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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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게 비싼 일본에서도 싸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츄하이'

 

일본 최대의 규동&카레 체인점 ‘스키야’

사실 ‘스키야‘ 는 돗토리 명물은 아닙니다. ‘스키야’ 는 일본 전역에서 제일 규모가 큰 ‘규동(쇠고기덮밥)’과 ‘카레라이스’ 체인점으로, 타 일반 식당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 (300~600엔)에 규동과 카레라이스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24시간 매장입니다. 국내로 치면 ‘김밥천국’ 같은 느낌으로, 일본 전국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밥과 고기를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매우 사랑받는 곳입니다.

사실 체인점이라는 말을 들으면 천편일률적이고 성의없는 요리를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적당히 양념된 쇠고기의 야들야들한 맛과 살짝 달콤함이 느껴지는 깊은 맛의 일본식 카레를 먹어 본다면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갑니다. 자신의 먹는 양에 따라 보통, 곱빼기, 특곱배기 등 양을 조절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물가 비싼 일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사진은 스키야의 규(牛)카레 보통 사이즈로, 480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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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끝내고 나오자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지만 '스키야' 는 24시간 영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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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고기가 들어간 규카레, 일본카레 특유의 진한 맛이 인상깊었다

 

신선한 생선회의 천국, 일본

예로부터 날생선을 이용한 회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싱싱한 회를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저렴한 100엔 회전초밥부터 시작하여 고급 가이세키 요리까지, 생선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일본 곳곳에 자리잡고 있죠. 심지어 무심결에 들른 중급 규모 슈퍼마켓에서도 싱싱한 회를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해 놓은 도시락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마감시간대를 잘 맞춰 가면 이런 회나 즉석음식 종류를 사진과 같이 ‘반액’ 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의 장점입니다. 비록 회를 먹는 문화가 달라 이 곳에서는 초고추장이나 쌈장 같은 양념이 제공되지 않지만, 고추냉이(와사비)를 푼 간장과 생강초절임을 곁들여 먹는 생선회의 맛은 상당합니다. 사진의 모듬회는 정가 1,200엔으로, 50% 마감세일 할인 버프로 600엔에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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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마트표 모듬회
여행다니며 드는 식비가 부담스럽다면 이런 방법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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