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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평점] 블레이드앤소울, 깊이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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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는 최근 출시된 기대작 게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평점을 매기는 <메카평점>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메카평점>에서는 하나의 게임에 대해 쾌감, 편의성, 몰입감, 비주얼, 깊이, 대중성까지 6가지의 척도를 제시하고, 각각의 점수를 평가해 총점을 내리게 됩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게임은 과연 몇 점일까요?

 
 

오픈 전 각종 영상과 자료를 통해 유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만 보더라도, ‘블소’ 의 최대 쾌감 요소는 바로 경공이다. 탈 것이나 활강, 비행을 통한 빠른 이동이나 경공을 구현한 게임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블소’ 의 경공 시스템은 특히 큰 쾌감을 선사한다. 경공 시 발동되는 적절한 이펙트와 효과음, 모션은 그간 각종 무협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추상적으로만 그려졌던 경공을 유저의 눈 앞에 실체화 시켜준다. 특히 지난 3차 CBT에서 선보여진(현재는 아직 오픈되지 않은) 벽타기 경공 ‘승천비’ 까지 사용할 경우 그간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동의 재미를 선사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매력적인 경공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쾌감의 지속 시간은 매우 짧다. 기본적으로 경공은 12초(이후 퀘스트를 통해 15초로 늘어남)동안 시전할 수 있는데, 조금 큰 마을이라면 횡단조차 불가능하다. 물론 초반부터 경공을 수십 초 동안 사용한다면 남발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유성 사형을 때려잡는 36레벨, 혹은 그 이상의 레벨에서도 15초 이상 달리지 못하는 모습은 힘을 빠지게 만든다. 무협지에서 보는 고수들은 몇 시간씩 경공을 펼쳐도 숨 하나 안 차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 많은 유저들이 이전에도 레벨에 따른 경공 시간 확장에 대해 계속해서 건의해왔지만, 결국 정식서비스 때까지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또 하나, 이동의 재미를 가로막는 요소라면 바로 ‘보이지 않는 벽’ 의 존재다. 절벽이나 지붕 등을 넘나드는 경공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언덕 하나 거슬러가지 못하거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중간에 뚝 하고 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놓고 ‘올라가세요’ 라고 만들어 놓은 몇몇 건물이나 절벽 외에 유저가 생각해 낸 지름길은 대부분 막혀 있어 게임을 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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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소' 의 쾌감을 담당하는 경공
그러나 그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조금 약한 느낌이다

두 번째 쾌감 요소는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감과 타격감이다. 타격감의 경우 직업 별로 느껴지는 감도가 확실히 다르다. 원거리 공격수인 소환사와 기공사는 딱히 타격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근접 직업들은 대전격투 게임 같은 수준의 타격감이 느껴진다. 다만 간혹 허공을 향해 손발을 휘두른다거나(특히 몬스터의 경우 공격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소 경직되어 보이는 모션 등이 눈에 띄어 아쉽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3차 CBT때의 타격감(반격이나 충격파 등)이 더 좋아 보였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블소’ 의 전투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타격감보다는 긴박감의 덕이 크다. 권사와 암살자, 검사와 역사 등의 근접 캐릭터는 대상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콤보를 이어가는 등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으며, 보스전에서는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서로의 합격기를 맞추는 팀워크와 임기응변이 요구된다. 기공사와 소환사는 체력과 방어력이 약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의 공격을 피해다녀야 하며, 원거리에서 다양한 상태 이상과 대미지 딜링, 각종 보조 기술로 팀원들을 도와야 한다.

특히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힐러 역할을 하는 직업이 없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태이상 유발 기술을 차례대로 써 가며 보스의 치명적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원거리 전체공격에 맞춰 보호막을 펼치고 그 아래로 모이는 등이다. 실제로 4인 던전을 공략하다 보면 한 명의 실수로 인해 순식간에 대형이 붕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칼날 끝을 걸어가는 긴박감, 그 어떤 MMORPG보다 죽음을 가까이 하고 있는 게임성은 ‘블소’ 의 전투를 상당히 중독성 있게 만들어준다. 손발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4인의 협력 플레이로 고난이도 던전을 헤쳐나가는 쾌감은 ‘몬스터 헌터’ 나 ‘테라’, ‘아이온’ 등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취향 문제는 아래쪽의 <6. 대중성과 취향> 항목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항목은 음향이다. 게임 내에서 접할 수 있는 BGM은 그 동안 들어 온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역마다 바뀌는 음악은 하나하나가 명곡 수준이며, 재잘대는 새 소리, 개성 넘치는 NPC들의 대화와 잡담 등도 정겹다. 이를 100% 느끼기 위해서는 음향 설정에서 효과음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물론 효과음 역시 소리 사실감에서부터 근원지까지의 거리와 방향 등이 FPS 수준으로 구현되어 있다.

여기에 국내 유명 성우진이 총 출동해 녹음한 NPC 대사를 듣다 보면 감정 이입까지 될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두건을 쓰고 말을 거는 화중 사형의 목소리가 실제로 두건으로 입을 가린 듯 한 음성으로 표현되어 감동이었고, 술에 취해 헤헤거리는 진소아의 목소리를 듣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파티 사냥 시의 음성 채팅을 위해서라도 스피커보다는 헤드셋을 추천한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블소’ 의 쾌감 점수는 7.5점이다. 음향 효과는 최고 수준이지만, 경공 시스템의 경우 확실한 쾌감을 선사해 주는 대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반 요소들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다. 전투의 경우 긴장감은 매우 높지만 타격감과 호쾌함 부분이 약간 아쉽다. 전반적으로 게임에 필요한 맛은 잘 살려내고 있지만, ‘블소 의 최대 매력은 쾌감’ 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블소’ 의 편의성은 상당히 뛰어나다. 조작 모드 선택이나, UI 편집, 상점과 도움말 기능 등 일반적인 MMORPG에서 추구할 수 있을 만한 편의 기능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막히는 부분에서는 게임 내 파워북 검색을 통해 속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있고, 부족한 재료나 아이템이 있을 경우 전 서버를 통합시켜 놓은 시장 시스템을 통해 아주 손쉽게 구입/판매가 가능하다.

‘블소’ 의 튜토리얼은 게임 몰입에서부터 적응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 게임 내용을 배울 수 있는 퀘스트가 상당히 길고, 게임에서 하라는 대로만 따라가도 게임을 90% 이상 배울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지루하고 공부하는 느낌이 아니라 즐기는 감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화중 사형의 가르침 부분에서는 '게임을 배우면서 눈물까지 흘릴 수 있는 거구나' 라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비록 시장 이용 같은 부분은 따로 튜토리얼이 마련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 정도 편의성이라면 누구든지 게임을 쉽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블소’ 는 적어도 게임 내에서만은 상당히 친절하다. 이 말은 즉, 게임 밖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다소 짧게 느껴졌던 OBT가 끝나고, 정식서비스에 돌입한 ‘블소’ 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약간의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정액제 요금(의견차가 있지만)은 둘째치더라도, 여름방학을 맞이해 슬슬 게임이나 한 번 해볼까 하는 학생들이나 어떤 게임인지 모르겠으니 한 번 구경이나 해 보자는 라이트 유저층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일반적으로 초보 유저들을 배려해 X레벨까지, 혹은 X일 동안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기능도 없고, 장기 결제에 대한 혜택도 전무한 실정이다. OBT 이후 노련한 운영으로 유저들에게 나름 점수를 따 왔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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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시스템 하나만은 그 어떤 게임과 견주어도 지지 않을 정도

또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게임의 많은 부분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 이라는 치명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불완전한 문파 시스템, 몇몇 퀘스트의 진행 불가 등 정식서비스 게임임에도 완성이 안 된 느낌이 난다는 것은 조금 서운한 부분이다. 여기에 ‘블소’ 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특성들조차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안타까운 장면이다.

이 모든 결과를 집합할 시 ‘블소’ 의 유저 편의성은 8.5점이다. 게임 내 편의 기능은 최근 나온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 그러나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이를 많이 깎아먹었다. 점수를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블소’ 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지켜보면, 초반에 엄청나게 몰입하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을 보인다. 초반과 후반의 콘텐츠 몰입도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뜻이다.

일단 '블소' 의 스토리텔링은 현존하는 MMORPG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스토리랍시고 공식 홈페이지에 텍스트만 주저리주저리 올려 놓거나, 오프닝 영상과 튜토리얼 외에는 딱히 스토리가 느껴지지 않는 게임에 비하면 '블소' 는 스토리 안으로 플레이어를 옮겨 놓는다. 최근 많은 온라인게임에서 ‘콘솔 게임의 몰입감을…’ 이라고 외치고 있는데, ‘블소’ 가 그 모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블소’ 의 스토리는 간단 명료하면서도 빠져들만한 매력이 있으며, 곁가지 또한 상당하다. 실제로 '블소' 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까지 치솟았던 시기는 '지스타 2010' 에서 홍문파 멸망을 담은 튜토리얼을 선보였을 때였다.

게임 소개와 스토리 진행에 중점을 둔 초반을 지나서 게임 중반으로 넘어가면 수많은 스토리가 동시 진행되며 또 다른 재미를 찾게 해준다. 물론 레벨 업에만 집중하다 보면 NPC의 대사를 읽지 않고 대충 넘기게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 해도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기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 또한, 국내 게임이다 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철저히 한국 유저들의 감성에 맞춘 콘텐츠 구성(유명인 등장, 전통설화 패러디, 언어유희 등)은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찾으며 다니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그 외에 깔끔한 레벨 디자인이나 퀘스트 동선 등에서는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엔씨소프트의 노하우가 잘 드러난다.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스토리 진행이 살짝 루즈해지고, 비슷비슷한 형식의 퀘스트가 반복되며 게임을 하는 건지 노가다를 하는 건지 모를 만한 상황도 벌어진다. 일부 레벨 구간에서는 퀘스트도 없이 무작정 사냥을 해야 하는데, ‘블소’ 는 애초에 노가다 사냥을 장려하는 게임이 아니지 않는가. 몰이사냥이 안 되는 직업의 경우 죽어라 사냥했는데 1시간에 2~30%밖에 차지 않는 경험치를 보고 있자면 한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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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순간에서도 침묵을 지키는 주인공 캐릭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때 목소리도 여러 종류 선택 가능하던데...

결정적으로 스토리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는 꿀먹은 벙어리인 주인공 캐릭터다. 캐릭터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목소리를 고를 수 있지만, 정작 캐릭터 자체는 한 마디의 대사도 하지 않으며 얼굴 표정 변화도 거의 없다. 물론 많은 MMORPG에서는 장르적 특성 상 캐릭터를 유저 자신과 동화시키기 위해 억지로 대사 등을 없애기도 한다. 그러나 ‘블소’ 는 스토리가 강조되는 게임이다. 중요 장면에서 ‘이이익!’, ‘하얍’ 등의 기합조차 거의 내지르지 않는 내 캐릭터를 보고 있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래서야 주인공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집어넣은 시네마틱 이벤트 씬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또한, 후반의 4인 상급 던전을 넘어가면 컨트롤이 안 좋은 유저의 존재가 파티에 큰 독이 된다. ‘XX님 때문에 망했음’ 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면 절로 게임을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3차 CBT의 보스인 ‘포화란’ 을 제외하고라도, 현재의 염화대성이나 흑비조 등의 퀘스트 역시 상당히 어렵다. 그 외에 세력전이나 컨트롤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유저들은 자연스레 도태되고, 게임에 대한 애착을 잃게 된다. 결국 난이도 문제다.

결론적으로 ‘블소’ 의 몰입도는 7점이다. 초반의 박진감 넘치는 진행에 비해 후반으로 가면 몰입도가 살짝 떨어진다. 머리는 용인데 꼬리는… 뱀까지는 아니고 이무기다. 전체적인 게임성을 해치지는 않으니 양호하다고 볼 수 있겠다. 
 

솔직히 '블소' 의 비주얼은 말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특히 한국 유저들의 정서에 들어맞는 동양적 분위기와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를 통해 이미 국민적인 게임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김형태 AD(의 뒷태 묘사)가 만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본 기자의 '진영 사저 만들기', '화중 사형 만들기'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당한 수준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하며, 공식 웹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캐릭터 콘테스트 출품작들을 보면 주변 인물이나 유명인들도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재현이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 요소가 매우 훌륭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블소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이라는 소리까지 들려올 정도다. 부정적인 말투이기도 하지만, 게임을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딱히 부정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게임 내 배경이나 캐릭터, 아이템 묘사에 있어서도 화려함과 수수함이 잘 조합되어 있어 시각적 피로감이 적다. 중국 게임들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 ‘모두다 반짝이’ 도 없고, 수수함 속 화려한 디자인도 꽤나 자주 보인다. 이는 뛰어난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덜 아픈 이유이기도 하다. 이펙트 역시 일정 수준의 쾌감을 보장하면서 결코 튀지 않게 잘 처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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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배경 그래픽 또한 놀랄 만한 수준

다만, 여성 캐릭터들이 너무 예쁘다 보니 드러나는 몰개성(그렇게 예쁘다는 남소유조차도 미모가 결코 튀지 않는다), 그리고 김형태 표 디자인의 최대 장점이자 간혹 단점으로도 지적되는 '취향에 따른 호불호' 문제가 지적된다.

실제로 주변인 20명에게 ‘블소’ 의 비주얼에 대해 물어보니 18명이 엄청난 애착을 보인 반면, 2명 정도는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0명 중 100명을 모두 만족시킬 예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싫다고 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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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소' 내에는 각종 유명인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별로 안 닮은 것도 있지만, 간혹 너무 닮아서 깜짝 놀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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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하나만큼은 정말 예쁘다. 절세미녀라는 남소유가 평균 수준

‘블소’ 의 비주얼에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9.5점이다. 물론 개인적 취향을 반영하면 10점에 가깝다. 이제껏 보아 온 게임 중 가장 비주얼이 인상깊게 남은 게임 Best 3 안에 들기도 하고, 진영 사저와 화중 사형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상당한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특히 헤어스타일과 몸매) 커스터마이징 제한, 그리고 약간의 호불호 문제로 0.5점을 감점한다. 
 

난데없이 등장한 3.5점이라는 낮은 점수에 많은 유저들이 다소 의아해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단언한다. 현재(강조)의 ‘블소’ 는 깊이가 부족하다.

일단 정식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만렙을 36레벨로 강제로 제한해 놓은 것이 큰 마이너스 요소다. 물론 1주일이 조금 넘었던 OBT 기간에는 엔씨소프트의 이러한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현재 '블소' 는 OBT를 끝내고 월(30일) 23,000원의 상용화 요금제를 실시한 정식서비스를 진행 중인 게임이다. 따라서 서비스 초기이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OBT 시작 하루만에 만렙이 나오는 콘텐츠 소모 속도가 두렵다면 차라리 활력 시스템이라도 부활시키는 게 나을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블소’ 는 지난 1, 2, 3차 CBT는 물론,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엔드 콘텐츠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 만렙(36)을 달성하고 나면 즐길 거리가 두 가지밖에 없다. 바로 상급 이상의 던전 공략과 세력전이다. 물론 채집/제작이나 일일퀘스트 해결 등 재태크(?)도 있지만, 주로 즐길만한 요소는 위의 두 분야다.

첫 번째로 예를 든 던전 공략은 사실 무난한 수준이다. 수십 명의 유저가 떼거지로 달라붙는 필드 보스와는 달리, 최대 4명까지만 동시 입장 가능한 던전의 에픽급 보스들(초중반의 거거붕이나 후반의 염화대성 등)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패턴을 이해하고 어느 정도의 컨트롤만 뒷받침된다면 누구나 공략을 시도할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난이도 자체는 상당하다. 만렙 이후에도 어느 정도의 즐길 거리는 보장해 주는 셈이다.

그러나 위의 피로도 파트에서 언급했듯이, 난이도의 상승이 곧 게임의 깊이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면 거거붕을 엿가락처럼 휘고 달리는 염화대성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다. 보스를 만나고, 정해진 연계기와 합격기를 구사하고, 보스의 패턴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 반복되다 보면 초반에 느껴지는 성취감은 온데간데 없다.

여기에 ‘블소’ 전투 시스템 상 아무리 잘 하는 유저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전설적 기록이 불가능하고, 대충 버튼만 연타하는 유저도 패턴만 대충 알고 나면 제 역할을 다한다. 지금의 '블소' 에서 '최초로 XXX를 클리어 한 파티' 같은 뻔한 이슈 외에 과연 어떤 사건이 터질 수 있을까? 지금으로써는 넌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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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일 퀘스트 깨고, 돈 모으고, 보스 잡아보고...
그 외에는 정말 할 게 없는 최근의 '블소'

세력전 역시 재미는 있지만 배려가 부족하다. 현재 ‘블소’ 내에서는 어디서나 의복만 갖춰 입으면 PvP를 즐길 수 있지만, 정작 세력전을 벌일 수 있는 것은 ‘무림맹 vs 혼천교’ 뿐이다. 특히 혈풍사막 지역의 세력 싸움이 치열한데, 20레벨 중반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만렙(36레벨)들의 세력 싸움이 되어 가고 있어 20대 레벨 유저들이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 물론 ‘블소’ 의 세력전은 상당한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계급 상점의 무기나 보패를 얻기가 어렵고 후반으로 가면 더 좋은 무기가 존재한다. 현실성 있는 보상이라고는 기껏해야 중/상급 신도복 정도다. 여기에 직업 별 밸런스, 심각하게 불균형한 세력 구도 등을 감안하면 게임의 대표적인 엔드 콘텐츠로 자리잡기에는 약간 멀어 보인다.

결국 현재 만렙을 달성한 유저들은 염화대성에 힘겹게 도전하는 것 외에는 보패나 장비 맞추기, 혹은 돈벌이 등으로 소일거리를 삼고 있다. 향후 만렙이 확장되면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조금 힘들 지도 모른다. 지금에야 재미있게 즐길지라도, 6개월 후, 1년 후에도 이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3.5점이라는 낮은 점수는 이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 엔씨소프트에 대한 질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블소’ 는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 물론 이를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블리자드를 세계적 개발사로 띄워 준 ‘스타크래프트’ 나 ‘디아블로’ 역시 혁신적이라기 보다는 기존 매력 요소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잘 배합해 만든 게임이었다. 평소 MMORPG에 몰입하지 않는 기자 역시 상당 기간동안 ‘블소’ 에 빠져들었으며, 주변인들 역시 OBT가 끝날 때까지 상당히 충실한 게임 라이프를 보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의 대중적인 재미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클라이언트 최적화에 있어서는 다소 불만이 있다. 최고 사양을 넘나드는 컴퓨터에서도 렉이 걸린다거나 게임이 툭툭 끊기고, 심지어는 실행 도중 에러가 나는 경우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기자 역시 최고 사양 이상의 컴퓨터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옵션을 최대로 설정하면 약간의 렉이 느껴진다. 개인적인 컴퓨터 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유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클라이언트 최적화가 불충분한 느낌이다. 다소 높은 사양과 부족한 최적화는 게임 시작 전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블소’ 는 한동안 MMORPG를 즐기지 않았던 유저도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요소를 상당수 갖추고 있다. 미려한 그래픽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 등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 유저들이 얼마만큼의 충성도를 보일 지는 위에서 언급한 ‘깊이’ 와 ‘몰입감’ 부분에서 좌우될 듯 하다. 일단 대중성 부분에서는 전반적인 게임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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