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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도 깊숙이 침투한 ‘구독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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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대표적인 '구독 경제' 서비스로 손꼽히는 넷플릭스 (사진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있다. 물건을 사는 ‘소유 경제’도, 공용자전거처럼 물건을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공유 경제’도 아닌 ‘구독 경제’다. 말은 낯설지만 방식은 친숙하다. 가장 오래된 예시는 한 달 구독료를 내고 신문이나 잡지를 받아보는 것이다. 이처럼 제한된 분야에서만 쓰이던 구독 경제가 이제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맥킨지&컴퍼니가 올해 2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상위 500곳에 입점한 ‘구독 서비스’ 제공 업체를 조사한 결과 구독 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100% 이상 성장했다. 또한 이 중 가장 큰 업체 매출은 2011년에 5,700만 달러(한화로 약 640억)에서 2016년에는 26억 달러(약 2조 9,224억 원)으로 뛰어올랐다고 설명했다.

‘구독 경제’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넷플릭스다. 한 달에 일정한 돈을 내면 다양한 영상 중 원하는 것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게 구독이 돼?’라는 생각이 드는 분야까지 침투했다. 자동차, 명품 의류, 가구와 같은 고가의 상품부터 구독료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이용자에게 공연 티켓이나 간단한 장난감, 반려동물 간식 등을 보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면도날, 와이셔츠, 생리대, 양말처럼 살면서 많이 쓰는 생활용품에도 ‘구독 경제’가 들어왔다.

대중적인 취미생활로 자리잡은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게임은 예전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 달 이용료를 내고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정액제 서비스다. 게임 하나를 이용하는 것이라 ‘구독 경제’에 완전히 맞지는 않지만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돈을 지불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런데 최근 게임에도 ‘넷플릭스’처럼 월 구독료를 내고 다양한 게임을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니, MS, 닌텐도까지, 콘솔 플랫폼 3사의 ‘구독 서비스’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사 기기에 수많은 게임을 품은 콘솔 플랫폼 3사다. 먼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는 무료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가장 큰 부분은 ‘이달의 무료 게임’이다. 월 구독료를 내고 매월 다른 게임을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다. 특히 최근에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출시를 앞두고 이 게임을 만든 퀀틱 드림 대표작 ‘헤비레인’을 제공하는 식으로 주요 신작에 관련된 게임으로 게이머 주위를 환기시키는 전략이 눈에 뜨인다.


▲ 구독자에게 매월 새로운 게임을 제공하는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사진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

작년 12월에는 MS가 Xbox 유저를 대상으로 ‘Xbox 게임패스’를 출시했다. 앞서 이야기한 소니가 게임 중 일부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식이라면 MS의 구독 서비스는 크게 다르다. 한 달 구독료는 11,800원이며 가입하는 유저에게 Xbox 360과 Xbox One 게임 100여 종 중 원하는 것을 골라서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게임을 고르는 선택권은 ‘Xbox 게임패스’가 더 넓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MS는 ‘Xbox 게임패스’ 서비스를 시작한 후부터 제공하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 100여 종 이상의 게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Xbox 게임 패스' (사진제공: MS)

마지막으로 닌텐도는 오는 9월 닌텐도 스위치 이용자를 대상으로 유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닌텐도의 강점은 인지도 높은 고전 게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닌텐도 고전 게임을 모은 ‘슈퍼 패미컴’ 미니가 작년에 출시되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리고 오는 9월에 시작되는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젤다의 전설’, ‘동키콩’ 등 고전 게임 20종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사 강점을 살린 구독 모델이라 말할 수 있다.


▲ 고전 게임 다수를 이용할 수 있는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구독 서비스 (사진출처: 스위치 공식 홈페이지)

‘구독 경제’는 비단 콘솔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PC 게임도 월 이용료를 내고 다양한 게임을 제공받는 구독 서비스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분야 터줏대감은 2015년부터 ‘구독 상품’을 출시한 험블번들이다. 본래 험블번들은 ‘번들’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여러 게임을 묶어서 파는 PC 게임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2015년 10월부터 월간 구독자에게 게임 다수를 제공하는 ‘험블 월간 번들’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게임사도 뛰어들었다. 2016년 2월부터 ‘오리진 액세스’를 서비스하기 시작해 지난 2월에는 그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정기 구독 ‘오리진 액세스 프리미어’를 출시한 EA다. 특히 ‘오리진 액세스 프리미어’는 한 달 이용료 16,500원이며 ‘피파 19’, ‘앤섬’을 비롯한 PC 게임 85개 이상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EA는 자사는 물론 타사 주요 작품도 ‘오리진 액세스 프리미어’를 통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PC 게임 85종 이상을 구독할 수 있는 '오리진 액세스 프리미어' (사진출처: 오리진 공식 홈페이지)

게임에 깊숙이 들어온 구독 경제,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콘솔과 PC 게임에 ‘구독 경제’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 하나를 판매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여러 게임을 제공하거나, 자사 플랫폼에 있는 다양한 게임 중 원하는 것을 골라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구독 서비스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한정 콘텐츠나 할인, 체험판 및 테스트 기회 제공처럼 게이머들이 선호할만한 혜택을 묶은 것이 기본적인 구성이다.

이와 같은 구독 경제가 게임에서도 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게임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구독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소니, MS, 닌텐도와 같은 콘솔 플랫폼 업체는 일정 수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는 전제 하에 과거 온라인게임 정액제처럼 한 달에 일정한 매출을 낼 수 있는 창구로 삼을 수 있다. 게임 흥행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큰 매리트가 아닐 수 없다.

게이머에 입장에서 생각하면 게임을 일일이 사지 않고 여러 타이틀을 즐겨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게이머의 플레이 경향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게임 하나를 붙잡고 오래 하는 유저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여러 게임을 번갈아 가며 한 판씩 짧게 즐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많은 게임 중 무엇을 사면 좋을지 고민스럽거나 여러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구독 서비스’는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한 상품이다.

아직 게임 구독 서비스는 초기 단계지만 사업이 자리를 잡고, 이 사업이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좀 더 다양한 게임이 ‘구독’을 통해 제공될 수 있다. 게임 하나하나를 파는데 집중했던 콘솔 및 PC 게임 플랫폼 업계가 이제는 기대작을 바탕으로 ‘구독 회원’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크게 전환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PC는 물론 콘솔 게이머들도 디지털로 게임을 구매하는데 익숙해졌다. 소니, EA, 액티비전블리자드, 유비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 디지털 상품 매출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디지털 구매에 게이머들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월 정액을 내고 온라인으로 게임을 제공받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비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점점 세를 넓혀가는 ‘구독 경제’가 게임산업에는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지 유심히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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