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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넥슨 매각,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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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판교 사옥 (사진제공: 넥슨)

1월 초에 터진 ‘넥슨 매각’은 현재진행형이다. NXC 김정주 대표는 4일 발표한 공식 입장을 통해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다”라고 밝혔다. 매각에 대한 정확한 입장 표명은 없었지만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인이 창업한 넥슨을 매물로 내놓으려 한다는 것이 잠정적인 사실로 인식됐다.

여기에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미국 등 굴지의 게임사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먼저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KKR, TPG, 칼라일 등 대형 사모펀드가 현지 게임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수전에 출전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 텐센트는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출처: 텐센트 공식 홈페이지)

이를 종합하면 글로벌 업체를 동반한 넥슨 인수전은 물밑작업이 한창인 것이다. 매각을 주관하는 모건스탠리와 도이치증권은 투자사를 대상으로 NDA(기밀유지협약)를 걸고 투자설명서를 배포하고 있으며 2월에 진행될 예비 입찰을 앞두고 투자설명회도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XC 및 넥슨의 공식 입장은 없지만,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김정주 대표가 매물로 내놓은 것은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98.64%)이며 규모는 8조원 대로 예상되고 있다. 규모가 큰 만큼 단독 인수보다는 여러 업체가 협력하는 형태가 되리라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된 곳 중 국내 업체는 없다. 골드막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한 텐센트가 필두에 선 중국과 현지 사모펀드와 손을 잡은 미국의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대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넥슨은 해외에 넘어가게 된다.

해외 업체 인수 가능성 ↑, 국내 게임산업 기둥 뽑히나?

만약 넥슨이 해외 업체에 인수된다면 그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넥슨은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국내 대표 게임사로 손꼽힌다.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마비노기' 등 10년 이상 서비스를 이어온 온라인게임 다수를 보유했다. 온라인 신작이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 게임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큰 강점이다.


▲ '던전앤파이터'는 중국 성과를 바탕으로 넥슨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사진제공: 넥슨)

가장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해외 자본의 국내 온라인 시장 잠식이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 온라인게임 사업을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중 1월 21일 기준 게임트릭스 상위 30위에 가장 많은 게임(8종)을 올렸으며, 작년 연말에 출시한 ‘아스텔리아’, ‘배틀라이트’ 등 신작도 꾸준히 선보였다.

다시 말해 넥슨을 인수하면 단번에 한국 온라인 시장 중심을 차지할 수 있다. 가장 큰 파장이 예상되는 곳은 중국이다. 작년에도 중국은 모바일게임 물량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맹공을 펼쳤다. 만약 넥슨이 중국 업체에 인수된다면 모바일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중국이 안방을 차지하는 모양새가 되고 만다.


▲ '아키에이지'를 비롯한 채널링 게임 7종을 제외하면 넥슨 자체 제작 및 퍼블리싱 게임이다 (사진출처: 넥슨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넥슨은 20년 이상 서비스를 이어온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90년대 후반부터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선두기업으로 자리했다. 한국 게임 발전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회사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넥슨이 해외에 넘어간다면 한국 게임산업을 지탱해온 기둥이 뽑혀 나가는 것과 같다. 게임산업 풀뿌리를 이뤘던 넥슨 게임을 ‘한국 게임’이라 부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IP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모바일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IP 다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강점으로 손꼽힌다. 넥슨 역시 작년 지스타에 ‘바람의나라’,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마비노기’, ‘테일즈위버’ 등 대표 온라인게임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신작 다수를 공개한 바 있다. 넥슨 IP 다수가 해외로 넘어간다면 모바일에서도 잠재력이 높은 시리즈가 한번에 유출되는 셈이다.


▲ 작년 지스타에 공개되어 큰 관심을 모았던 '마비노기 모바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넥슨 매각, 국내 게임업계 전체에 영향 미칠 것

특히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대표가 본인 손으로 회사를 매물로 내놨다는 점은 적신호로 통한다. 김 대표의 뜻은 다를 수 있으나, 회사를 세운 장본인이 넥슨을 판다는 움직임 자체가 시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에서 게임사업을 이어갈 비전이 없다고 보일 수 있다. 그 여파로 국내 게임사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거나, 업계 전체적으로 신작 개발을 위시한 새로운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넥슨 매각을 기점으로 국내 업계 분위기가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구조조정이다. 넥슨은 계열사를 합쳐 4,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만약 사모펀드가 주를 이뤄 인수가 타결된다면 수익성 등을 기준으로 삼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넥슨 노조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는 지난 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분명히 해야 할 것 한 가지는 넥슨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수천명의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삶의 터전을 위협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직원과 사회에 대해 책임감 있고 분명한 의지를 표현해 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 '스타팅 포인트'는 매각설에 대해 우려되는 점을 밝혔다 (자료출처: '스타팅 포인트' 카카오 플러스친구 공식 페이지)

넥슨 매각은 진행 중이다. 넥슨을 사들일 유력한 후보는 국내가 아닌 해외 업체다. 해외에 넥슨이 팔린다면 국내 게임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김정주 대표의 선택이다.

김 대표는 “25년 전 넥슨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우리 사회와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일해 온 직원들이 함께 어우러진 좋은 토양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오늘까지 왔다"라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걸맞은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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