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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비시바시 표절작 '오피스 여인천하'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오피스 여인천하'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2년 3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오피스 여인천하'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2년 3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친구들과 집에서 놀 땐 항상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 집에 컴퓨터가 두 대 이상 있는 집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한 명이 게임을 하고,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구경과 참견을 하는 구조가 자연스레 형성됐습니다. 지금에야 PC방에 가면 되겠지만, 당시 물가로 시간당 1,500~2,000원에 달하던 PC방은 부담이 꽤 컸죠.

그래서인지, 당시엔 컴퓨터 한 대로 여러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들의 인기가 유난히 높았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1P 2P를 나눴던 ‘버추어 캅’이나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부터, 대전 퍼즐게임의 대명사 ‘뿌요뿌요’, 몇 명이건 오프라인에서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틀린그림찾기’ 등이 대표적이었죠. 온라인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역시 온라인게임 최초 2인 플레이를 지원해 화제를 모았고요. 오늘 소개할 ‘오피스 여인천하’ 역시 그런 오프라인 멀티플레이 열풍 끝자락에 출시된 게임입니다.

3인 파티플레이 게임 '오피스 여인천하'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3인 파티플레이 게임 '오피스 여인천하'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PC파워진 2002년 3월호에 실린 ‘오피스 여인천하’ 광고입니다. ‘TV에도 여인천하!’라는 멘트에서 알 수 있듯, 게임 제목은 당시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사극 ‘여인천하’를 패러디 한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내용은 모르더라도 “뭬이야!?” 라는 명대사는 기억하시는 분 많을 텐데요, 당시 이 드라마가 붐을 일으키면서 곳곳에 저 제목이 많이 사용됐었죠. 개인적으로 저희 동네에 있던 ‘여인천하’라는 이름의 호프집 이름이 기억에 남네요.

광고에는 세 명의 플레이어블 여성 캐릭터와 함께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1개의 게임이 내장된 미니게임 모음집으로, 당시는 물론 지금도 흔치 않은 1PC 3인 동시 플레이를 지원하네요. 아래쪽 게임 소개를 보면 ‘킹카 큐피트’, ‘서류 마운틴’, ‘조심조심 스타킹’ 등 사무실에서 겪는 업무나 여성 직장인에 관련된 미니게임들이 주로 구성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올이 잘 나가는 스타킹 신기’ 같은 게임은 신사 게이머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게임이 많다, 다만 그 원조는...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게임이 많다, 다만 그 원조는...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이 게임은 당시 국내 오락실에도 한국어화 되어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슈퍼 비시바시 챔프’ 영향을 크게 받은 게임으로, 실제로 PC버전 이전에 아케이드로 선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오락실에서 ‘비시바시’ 시리즈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흥이 오르고 기록이 빡빡해질수록 버튼을 세게! 빠르게! 연타해야 하는데요, 가정용 키보드에 그 짓을 하다간…… 아마 이 게임 하다가 키보드 망가뜨린 집이 한둘이 아닐 것 같습니다.

위에서 ‘슈퍼 비시바시 챔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했는데, 사실은 표절작에 가깝습니다. 비시바시 시리즈의 게임 설명이나 진행 방법을 거의 그대로 베꼈고, 미니게임은 2001년 일본에서 출시된 ‘샐러리맨 챔프’의 복사본 수준입니다. ‘샐러리맨 챔프’는 역시 오피스 샐러리맨을 배경으로 한 비시바시 류 게임인데, 여기서 성별만 여성으로 바꿨죠. 9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런 표절 게임이 출시됐다는 게 참 아리송합니다. 결국 개발사인 단비소프트는 '비시바시'와 '샐러리맨 챔프' 유통사이자 소송 대마왕인 코나미 레이더에 걸려 소송에 휘말렸고, 소송이 코나미 측의 승리로 끝나며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통사명에는 이소프넷이라는 낯익은 이름이 보입니다. 이소프넷은 90년대 게임 유통사로 유명했으나 경영 악화로 부도를 맞이한 하이콤을 흡수합병한 회사입니다. 위에 나온 ‘오피스 여인천하’를 비롯해 ‘천년의 신화’, ‘그란디아 2’, ‘이스2 이터널’ 등 PC 패키지 게임을 유통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온라인게임 쪽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성과 부진으로 인해 2004년 ‘엔에이지’와 ‘코룸 온라인’, ‘드래곤라자’, ‘묵향 온라인’ 사업부가 각각 법인으로 독립하며 사실상 공중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이소프넷에서 유통 예정이었던 FPS게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이소프넷에서 유통 예정이었던 FPS게임 '건쉐퍼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이왕 이소프넷 얘기가 나온 김에, 같은 달 잡지에 실린 이소프넷의 다른 게임 광고도 보겠습니다. 하얀 바탕에 MP5A5 기관단총 하나 딸랑 그려져 있는 이 광고. 자세히 보면 ‘건쉐퍼드’ 라는 게임 제목과 FPS라는 장르명이 보이긴 합니다만, 그 외에 게임 정보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건쉐퍼드’는 당시 지모스라는 회사가 개발 중이던 싱글플레이 기반 FPS였습니다. 처음에는 PC와 콘솔(드림캐스트)로 개발되던 ‘게이트’라는 이름의 FPS였으나, 출시를 미루다 당시 대세에 맞춰 온라인게임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후 2004년 NHN을 통해 ‘리미트 온라인’ 이라는 이름으로 세 차례에 걸친 비공개테스트와 프리 공개테스트를 진행했죠. 강화 인간(안드로이드) 연합과 인간(휴먼) 연합의 대결을 다룬 근미래 배경 FPS로, 협동 미션 모드와 위 광고처럼 실제 총기 구현을 강점으로 삼았으나 결국 정식서비스에 이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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