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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싹 뺀 꿀벌 시뮬레이터, 매우 진지합니다

▲ 한 마리 작은 꿀벌이 돼보는 꿀벌 시뮬레이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무슨 무슨 시뮬레이터’라는 이름을 지닌 게임을 발견하면 일단 웃음부터 나온다. 시뮬레이터라고 하면 최대한 실제에 가까운 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지만, 서전과 염소 시뮬레이터라는 독특한 작품이 등장한 이후로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혹은 있어서는 안되는)’ 체험을 제공하는 게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꿀벌 시뮬레이터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 게임은 과연 어떤 괴상함을 갖추고 있을지 무척 기대했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 해본 결과 꿀벌 시뮬레이터는 너무나도 정상적인 게임이었다. 그 누구도 벌에 쏘여 아파하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건전함, 그리고 게임을 하는 동안 자연스레 주입되는 다양한 동식물 지식들로 교육용 소프트웨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연동화 같은 스토리와 다채로운 수집 요소는 흥미롭지만,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게임 진행 방식이 아쉬운 게임이었다.

▲ 꿀벌 시뮬레이터 출시 트레일러 (영상출처: 빅벤 인터랙티브 공식 유튜브 채널)

모으라는 꿀은 안 모으고! 일벌의 기묘한 모험

지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의 벌이 살고 있다. 그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낯익은 것은 ‘양봉꿀벌’이라는 종인데, 사람이 먹는 꿀의 대부분은 양봉꿀벌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양봉꿀벌이 이 게임의 주인공으로, 플레이어는 갓 태어난 일벌이 돼 도시 근교를 날아다니며 열심히 꽃가루를 채집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일벌, 본업인 꿀 모으기보다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사고뭉치다.

대략 3~4시간이면 모두 클리어 가능한 메인 스토리는 인간의 벌목 행위에 의해 위기에 빠진 꿀벌 무리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누구나 하는 꿀 모으기보다 더 큰 일을 하고자 하는 어린 일벌은 말벌, 왕벌 등 호전적이고 강력한 벌과 1 대 1 진검승부를 벌이는 등 위험천만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위기에 빠진 무리를 구한 영웅이 됨과 동시에 꿀 모으는 일에 대한 소중함을 깨우치게 된다.

▲ 가장 흔한 양봉꿀벌이 이 게임의 주인공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넉넉잡아 3~4시간이면 끝나는 메인 스토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메인 스토리 외에도 필드를 비행하다 보면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만날 수 있다. 게으른 꿀벌 동료를 계도하거나, 일하지 않고 꽃가루 약탈로 생계를 유지하려는 다른 종의 꿀벌에게 가르침을 주는 대체적으로 교훈적이고 건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마치 이솝 우화를 읽는듯한 기분이 든다. 독특한 콘셉트의 시뮬레이터를 기대한 이라면 실망하겠지만, 개발사 바르사브 게임 스튜디오는 게임 정식 출시 전부터 “교육용 게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교육용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꿀벌 시뮬레이터는 상당히 잘 만든 편이다. 우선 낮은 진입장벽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꿀벌 시뮬레이터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콘텐츠는 비행이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단단한 벽이나 바닥에 부딪혀 기체가 파괴되는 것인데, 꿀벌 시뮬레이터에선 바닥에 구르거나 벽에 충돌한다고 해서 꿀벌이 사망하지 않는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전·후·좌·우 및 상·하로 마음껏 이동하며 주변 경치를 마음껏 둘러볼 수 있다. 

꿀 채집도 특별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공원과 화단에 피어있는 꽃들 위로 빛을 발하는 원형의 고리가 형성되는데, 비행하며 이 고리 내부를 통과하거나 스치기만 해도 꿀이 모인다. 채집 난이도가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들고 다니는 꽃 정도인데, 사람이 워낙 천천히 이동하기에 심어져 있는 꽃과 큰 차이는 없다.

전투 진행 방식도 매우 간단하다. 전투에 돌입하면 화면 하단에 커맨드 입력 막대기가 등장한다. 정확한 타이밍에 제시된 커맨드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 받는다. 입력해야 하는 커맨드가 단 2가지이기에 리듬게임처럼 손이 바쁠 필요가 없고, 전투에서 지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난이도도 쉬운 편이다.

▲ 전투 진행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현실이었다면 닭에게 죽지 않았을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꿀벌 시뮬레이터의 핵심은 다양한 수집요소다. 필드에는 다양한 꽃뿐 아니라 동식물이 분포해 있다. 꿀벌의 강력한 라이벌인 말벌부터 개미, 두더지 등을 찾을 수 있다. 동물원에는 얼룩말, 코뿔소 등 특이한 동물도 찾을 수 있으며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키우는 다양한 종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만나기도 한다. 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면 자동적으로 도감에 등록되고, 벌집 내에 위치한 트로피 전시실에서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모험을 하며 획득한 포인트를 소비하면 3D 모델링도 확인할 수 있어 동식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플레이 내내 귀를 자극하는 감미로운 뉴에이지 음악도 이 게임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비행, 전투 등 콘텐츠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위쳐 3 사운드트랙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미콜라이 스트로인스키가 담당한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 다양한 동식물을 발견해 도감을 완성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재미보다는 교육적인 면에 너무 치중했다

그러나 너무 단순하게 만든 나머지 게임 플레이가 쉽게 질릴 정도로 단조로워졌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동식물, 인간, 그리고 풍선 등 주변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도 의미 없는 수준이어서 시뮬레이터 특유의 자유도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게임이라기 보다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에 가깝다는 감상이다.

일단 전투를 살펴보자. 메인 스토리는 물론 서브 퀘스트와 전투 퀘스트에서 수 많은 전투를 치를 수 있는데, 상대방의 체력만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진행 패턴은 매번 똑같다. 그저 타이밍에 맞춰 수비와 공격 커맨드만 잘 입력하면 단 한 대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않은 채 승리를 거머쥐는 등 머리를 써야 하는 전략적 요소는 전무하다. 게다가 무조건 1 대 1로 진행되기에 말벌 3마리가 등장하는 전투 퀘스트를 만나기라도 하면 이처럼 단순 반복에 불과한 전투를 한 자리에서 3번이나 치러야 한다.

돌아다닐 수 있는 필드도 눈에 보이는 것에 비해 매우 협소하다. 게임 시작 지점은 동물원과 공원, 호수가 있는 한적한 곳인데, 저 멀리 고층 빌딩이 우뚝 서있는 도심지가 보인다. 메인 스토리를 모두 완료한 뒤,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빌딩 숲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가는 도중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장막이 가로막고 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둘러볼 수 있는 풍경이 다양하지 않아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크지 않다.

▲ 저 멀리 도심지가 보이지만 갈 수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가장 큰 단점은 부족한 상호작용이 게임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벌침으로 풍선을 터뜨리거나 인간, 동물 등을 쏠 수 있다. 그런데 굉장히 큰 풍선 터지는 소리에도 주변 사람들은 태연자약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직접적으로 벌침에 쏘였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던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행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다. 눈 앞에서 비행하면 손을 휘저으며 소리를 내는 정도가 사람들이 보이는 가장 큰 반응이니, 상호작용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이 게임을 교육용으로 접근한다면 높은 완성도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에는 꿀벌을 포함한 동식물에 대한 세세한 외형 묘사, 그리고 각종 정보들이 이 게임에 담겨 있다. 아울러 이들을 더욱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수집요소를 갖춰 지식전달이라는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 반응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같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처럼 다양한 지식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랄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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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시뮬레이션
제작사
게임소개
'꿀벌 시뮬레이터'는 여왕의 명령에 따라 군집 생활을 하는 꿀벌이 되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꽃가루를 모으고, 위험한 말벌에게서 벌집을 지키고, 벌집이 매달린 나무를 베어내려 하는 인간들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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