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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법 개정안 문제점 ③ 진흥이 아닌 규제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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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15년 만에 게임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다. 낡은 법을 현재에 맞게 고치겠다는 점은 환영할 부분이지만 공개된 초안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새로 발표된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아직 초안이고, 내용을 보완하는 단계다. 신중한 논의를 통해 게임을 진흥하고, 이용자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담은 법이 되기를 바라며 총 4회에 걸쳐 걱정되는 부분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문체부가 게임법을 크게 뜯어고치는 이유 중에는 ‘규제 완화’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느끼기에는 진흥보다는 규제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지난 18일에 낸 성명에서도 “게임산업은 진흥과 육성이 필요한 산업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관계부처 합동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의 공약 및 정책 기조와도 결을 달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 게임법 개정안 초안은 진흥보다 규제 비중이 더 높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9장으로 구성된 게임법 개정안, 진흥은 단 두 장뿐

실제로 게임법 개정안 초안을 보면 진흥보다는 규제나 게임업계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에 대한 내용이 많다. 초안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게임법에서 쓰는 용어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는 부분이며, 8장과 9장은 각각 보칙(법에서 기본 규정을 보충하기 위해 만든 규칙)과 벌칙이다.

따라서 주요 내용은 6장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 중 진흥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은 2장 ‘게임문화의 진흥’과 3장 ‘게임산업의 진흥’밖에 없다. 나머지 네 장은 등급분류(심의)와 게임사 및 PC방, 오락실 업주에 대한 정부 인허가, 게임 이용자 보호, 게임 사업자에 대한 정부 지도·감독에 대한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게임산업과 게임문화 진흥에 관련된 내용은 9장으로 구성된 법 내용 중 두 장이다.


▲ 9장으로 구성된 게임법 중 진흥은 단 두 장이다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아울러 게임문화 진흥을 담은 2장은 다른 장과 비교하면 다소 짧고, 문화융성에 대한 내용이 모호하며, 학교나 학부모에게 올바른 게임 이용에 대한 내용을 교육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청소년 및 자녀에게 게임 이용 습관을 지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게임문화 진흥보다는 이용자 보호와 교육에 더 가깝다.

기존 게임법과 비교했을 때 개선된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내용을 담은 3장을 보면 게임사에 세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됐고, 지적재산권 보호, 게임 기술개발 추진, 게임 인력 양성 등은 기존보다 내용을 충실하게 넣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통합되며 사라진 ‘한국게임진흥원’을 부활시킬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한 것은 게임산업만을 위한 진흥원이 생긴다는 것이기에 더 집중적인 지원을 기대해볼 만하다.

▲ 한국게임진흥원 부활은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다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이전 법에 있던 규제나 인허가, 처벌 등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며 전체적으로 보면 진흥보다는 규제에 더 쏠려 있다. 구글코리아 이정운 변호사는 “합리적인 법 개정을 위해서는 ‘사행성 방지’와 ‘청소년 보호’라는 기존 규제 목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규제 목적은 게임산업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 중 일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러한 목적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마치 게임산업은 태생적으로 사행적이고, 청소년에게 해로운 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온새미로 이병찬 변호사 역시 “개정안의 경우 종래 지적되어 온 게임법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완하였지만, 의무적 사전 등급분류제도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등급분류 제도를 폐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제도 폐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진흥은 부족하고, 게임업체 의무는 명확해졌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18일에 공개된 초안은 진흥보다는 규제에 중심이 쏠려 있다. 새 법 이름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관련 연구용역에 참여한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는 “비슷한 진흥법을 분석한 결과 규제가 많아서 게임사업법으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 법 이름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바뀌었다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이처럼 전체적으로 규제가 많은 가운데 게임업체가 해야 할 의무는 명확해졌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도 의무적으로 하도록 추가됐고, 이용자 보호는 단순한 권익 보호를 넘어서 정당한 의견이나 불만을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하고, 즉시 처리하기 어려우면 그 이유와 일정을 알려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담았다.

국내에 지사가 없는 해외 게임사도 이용자 보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실제로 해외 게임사를 어떻게 국내법 안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대리인 제도’를 안착시킨 다른 사례도 없다. 이대로라면 기존부터 문제로 지목됐던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

▲ 국내대리인 도입을 통해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자료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업계에서 민감하게 생각할 부분도 있다. 법에는 게임업계가 하는 자율규제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자율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지 정하는 곳은 정부가 구성한 ‘게임산업협의체’다. 이 경우 업계가 스스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흐려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부가 게임문화 진흥을 위한 민간 재원 조성과 기부문화 활성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은 업계 입장에서는 의무적으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느낄 우려가 있다.

게임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취미로 자리잡았고, 게임을 과하게 이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조건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정답은 아니며, 필요한 규제는 해야 한다. 다만 법을 만든 목적 중 하나인 게임산업과 게임문화 진흥도 함께 살려주고 싶다면 새로운 법을 마련에 있어서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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