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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법 개정안 문제점 ① 게임업계에 책임 넘기는 조항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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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15년 만에 게임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다. 낡은 법을 현재에 맞게 고치겠다는 점은 환영할 부분이지만 공개된 초안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새로 발표된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아직 초안이고, 내용을 보완하는 단계다. 신중한 논의를 통해 게임을 진흥하고, 이용자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담은 법이 되기를 바라며 총 4회에 걸쳐 걱정되는 부분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18일에 게임법 개정안 초안이 공개됐다. 일단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본래 이 법의 이름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었는데, 산업진흥은 빠지고 게임사업법이 됐다. 국내에서 ‘사업법’이라고 부르는 영역은 전기, 철도, 항공처럼 공적인 부분이나 사행사업법, 담배사업법처럼 규제 성격이 강한 법 외에는 없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진흥보다는 규제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게임업체 책임은 더 무거워지고, 정부 권한은 더 강해진 것이다. 아울러 영화, 영상, 음악과 같은 다른 콘텐츠와 비교해도 게임업체가 해야 할 의무는 훨씬 많다. 이에 게임메카는 게임업체가 어떠한 의무를 지게 되는지, 정부가 어떠한 권한을 가지는지를 짚어봤다.

법이 달라지면서 업계 책임 늘어났다

▲ 게임업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다른 콘텐츠에 비해 무겁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가장 큰 부분은 게임사가 지켜야 할 의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과몰입 예방’이다.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해 게임사는 이용자 실명과 연령도 확인해야 하고, 청소년이 가입할 때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고, 청소년 본인이나 그 부모가 요청하면 게임 이용시간이나 결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게임을 과하게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주의 문구도 띄워야 한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과하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관리 책임을 콘텐츠 제조사에 지우는 것은 도박산업 외에는 어느 콘텐츠에도 없다.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을 살펴보면 나이에 맞춰서 콘텐츠를 제공하라는 부분은 있으나, 영화를 너무 오래 보거나, 음악을 지나치게 많이 듣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자가 이러한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구글코리아 이정운 변호사는 18일 열린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스마트폰의 경우 정부에서 부모가 자녀의 과의존 상태를 점검하고, 옳은 습관을 갖도록 돕는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과도한 TV 시청도 사업자의 법적 의무가 아니라 부모나 법정대리인의 적절한 감독과 교육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유독 게임만 게임사가 의무를 져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 전했다.

▲ 과한 TV 시청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자가 해야 할 일을 법으로 정해두지는 않았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법에서 '해야 한다'라고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자율분쟁조정’도 눈길을 끈다. 게임사가 게임 이용자와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좀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반드시 게임업계에서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는 단체를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야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야기한 자율분쟁조정은 이번에 처음 추가된 부분이다. 여기에 콘텐츠를 제공하며 소비자에 알려줄 정보를 뜻하는 ‘표시의무’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가 포함됐다. 확률 정보는 자율규제를 통해서도 내용을 공개해봤지만, 확률 공개만으로는 이용자 불만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러 번 나왔다.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다고 검증되지 않은 확률 공개를 굳이 법에 넣은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 게임사가 반드시 분쟁조정을 위한 기관이나 단체를 만들어야 하는가가 분명치 않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자율규제 내용을 공무원이 있는 협의체에서 만든다?

이처럼 게임사 책임은 무겁지만, 정부 권한은 더 강해졌다. 우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권한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한다. 게임사업을 하기 위해 지자체에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인허가, 법을 어겼을 때 처벌 수위, 정부가 영업정지를 내리는 이유와 기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경우가 적다는 부분도 비슷하다.

여기에 아귀가 안 맞는 부분도 있다. 분명히 법에는 정부에서 업계가 하는 자율규제를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자율규제 내용과 준수사항이 담기는 ‘게임 행동강령’은 정부가 구성한 ‘게임산업협의체’라는 곳에서 만든다.

게임산업협의체 자체가 정부에서 구성하는 것이고, 구성원에는 공무원도 있다. 공무원이 있는 협의체에서 만든 강령대로, 업계가 하는 것이 진짜 ‘자율’인지는 의문이다. 협의체에는 게임 사업자도 포함되지만, 국가기관 공무원이 주축인 협의체에서 게임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펼치기란 어렵다.

▲ 정부가 구성한 협의체에서 만든 강령대로 하는 것이 자율규제일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게임문화 진흥에도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있다. 게임문화 진흥을 위해 국가에서 민간에서 관련 자금을 만들거나, 관련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와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노력’일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업계 입장에서는 ‘의무’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조항이 들어가면 현실적으로는 정부 요청에 업계가 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우려가 있다.

기존 게임법에는 없던 ‘이행강제금’도 눈길을 끈다. 이행강제금이란 정부가 내린 시정명령을 기간 안에 지키지 않은 사업제에 부과해서 최대한 빨리 명령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건축법, 근로기준법, 농지법, 부동산실명법 등에서 볼 수 있고 콘텐츠 관련 법에는 없다. 18일에 진행된 대토론회에서 법률 전문가가 지적한 것 중 하나는 기존 게임법과 마찬가지로 처벌이나 영업정지가 과하다는 부분이었는데, 여기에 이행강제금까지 더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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