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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레조넌트는 전작의 주인공 제시의 동생 딜런을 내세워 오픈월드로 확장된 맨해튼 세계관을 선보인다. 조력자 조이와의 무전 소통과 기이한 이상현상 탐험은 몰입감을 높이지만 여전히 난해한 길찾기와 불합리한 전투는 아쉽다. 세계관의 기괴함과 매력을 넓힌 점은 확실한 차별점으로 컨트롤 시리즈 팬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 컨트롤 레조넌트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본 기자가 ‘컨트롤(Control)’이라는 게임을 만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작년 휴가 기간 평소에는 해보지 않았던 게임을 시도하기로 마음 먹었고, 이때 라이브러리 한 켠을 차지하던 컨트롤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게임을 플레이했고, 세계관에는 매력을 느꼈으나, 전투나 눈과 정신을 피로하게 만든 시각 효과는 아쉽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런 컨트롤의 후속작 ‘컨트롤 레조넌트(Control Resonant)’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장르가 오픈월드로 바뀌며 장점이었던 세계관이 더 확장됐기 때문이다. 이에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출시 전 사전 코드를 제공받고, 각종 이상현상에 뒤덮인 미국 맨해튼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게임을 즐겼다.
▲ 컨트롤 레조넌트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
딜런 페이든의 이야기
컨트롤 레조넌트의 주인공은 전작 주인공 제시 페이든이 애타게 찾던 동생 '딜런 페이든'이다. 기구한 인생사를 지녔는데, 제시와 함께 생활하던 중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고, 초능력을 보유한 것이 알려져 연방통제국(FBC)에 사실상 납치당한다. 전작의 모호한 문서상의 묘사와 달리 본 작품에서는 딜런이 주인공인 만큼 그에게 행해진 실험이 더 자세히 묘사되며, 딜런이 느꼈던 감정도 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딜런은 몸에 무기 '애버런트'가 박히며 깨어난다. 모종의 이유로 제시는 올디스트 하우스와 맨해튼을 떠났고, 전작에서 주된 적이었던 히스나 서브 퀘스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곰팡이(Mold)'가 맨해튼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설상가상으로 '패턴화'라는 변성 세계 사건(이상현상)까지 일어나 도시를 기이한 형태로 바꾸고 있다.
▲ 넋이 나간 듯한 도입부의 '딜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몸에 '애버런트'가 박혀 각성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서류와 문서로 스토리텔링 (사진: 게임메카 촬영)
딜런은 사라진 제시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초능력을 지녔고, 과거 실험 도중 일어났던 불의의 사고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히스, 곰팡이, 그리고 새로운 강력한 초자연 개체 '레조넌트'를 제거하기 위해 직접 도시를 발로 뛴다. 물론 다소 불안정한 그를 제어하기 위해 게임 초반부에 만난 '조이 드 베라'가 그를 1분 안에 죽일 수 있는 킬스위치를 건네 받고 일종의 조련사 역할도 맡는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전작에 비해서는 이해가 쉽다. 특히 전반적인 이야기가 '딜런'에게 몰입하기 좋게 짜여있다. 분명 가혹한 실험의 대상이었던 딜런이 죄책감과 선한 마음으로 움직임에도 조이나 포프를 제외한 FBC 일원들은 그를 괴물로 대한다. 물론 이는 딜런이 실제로 여러 인명 피해를 냈고, 히스가 세상에 나온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얼하게 묘사된 그들의 불편함이나 혐오의 감정은 플레이어까지 약간의 억하심정이 들게 만들었고 그만큼 세계관에 집중하게 했다.
조력자 조이도 몰입을 크게 돕는다. 조이는 게임 플레이 도중 무전기로 꾸준하게 딜런에게 관심을 표하고 질문을 던지는 강인하고 활발한 요원이다. 특정 장소를 보면 딜런은 조이에게 보고하거나 말을 걸 수 있다. 이는 내러티브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전작과 크게 달라지는 지점으로, 사실상 혼자 기이한 현상을 모두 감내해야 했던 제시와 달리 꾸준하게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누군가의 존재는 플레이 내내 안정감과 더불어 세계와 연결된 감각을 전했다.
컨트롤 레조넌트는 전작과 달리 오픈월드에 가까운 세계관을 구현했다. 맨해튼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각각 서로 다른 테마와 콘셉트를 선보이지만, 세계 자체는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때문에 매력적인 컨트롤 특유의 세계를 딜런을 통해 여행하는 재미를 더했다.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 퍼즐을 통해 이어지는 기괴함과 압박감은 덤이다.
메인 퀘스트는 주로 강력한 적인 레조넌트를 처치하거나 히스를 막아내는 큰 줄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먼저 레조넌트를 제거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부산품을 모아 히스를 일거에 소거할 강력한 무기를 만들고자 한다. 이후에는 그 무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거나, 새롭게 등장한 거대한 외계의 존재에 맞서기도 한다. 서브 퀘스트는 주로 이상 현상과 관련됐다. 발굴지에서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 이를 수사하거나, 시간을 멈추는 사진기가 찍은 장소를 찾거나, 택시를 타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퍼즐을 푸는 식이다.
▲ 맨해튼의 도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곰팡이에 뒤덮인 '공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균열'과 이곳에서 얻는 여러 이동 기술들은 탐험을 한층 더 다채롭고 빛나게 꾸민다. 균열은 제시와 딜런이 정신적으로 만나는 장소로, 그의 과거를 탐색하고 그 과정에서 세계관의 진실을 알아내는 장소다. 초반 3개의 균열에 진입하면 이동 기술을 얻는데, 잠시 동안 날거나, 중력 방향이 변하는 장소를 다닐 수 있게 도와주거나, 이동 포인트에 돌진할 수 있는 등 사실상 탐험 필수 능력이다. 탈 것이 없음에도 이런 이능력 덕분에 전반적인 플레이가 늘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다만 전작에서도 지적받은 길찾기의 난해함은 여전했다. 균열, 중력 반전 플랫포밍 퍼즐은 길을 안내하는 지표는 있었으나, 내가 거쳐온 길과 가야 할 길이 구분되지 않아 헤맸다. 비행이 탑재되며 상하 탐험 구간도 확장됐고, 올디스트 하우스 내로 제한됐던 범위도 더 넓어졌기에 어떤 서브 퀘스트를 어디서 수행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맵 전체를 샅샅이 뒤져야 했다. 때문에 지하철 균열은 게임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 제시와의 (정신적인) 재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동 능력, 잘 활용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길찾기는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손맛은 좋지만, 애매하고 불합리한 전투
전작 컨트롤에서 가장 아쉬웠던 요소는 바로 전투였다. 제시는 염동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고, 그래야만 했다. 서비스 웨폰은 후반부로 갈수록 쓰임새가 제한된 반면, 염력은 모든 적에게 평등하게 강했기 때문이다. 컨트롤 레조넌트는 이런 전투 밸런싱은 확실하게 잡았다. 애버런트는 특수한 적을 제외하곤 모두에게 유효했고, 초능력은 조금 더 보조적이다.
다만 전작보다 나아졌을 뿐, 전반적인 전투의 완성도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교전은 중형 적을 제거해야만 끝나는데, 이때 중형 몬스터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소형 적이 계속해서 리스폰되는데, 원거리 공격도 하는 만큼 전투가 늘어지고 지루해지게 만든다. 그런 와중에 체력 회복을 위해서는 적을 제거하거나, 관련 재능을 습득해야 하기에 제한적이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중형 적들은 광역 포격을 하거나, 추적 성능이 매우 절륜하기에 전투 중에는 불합리하다는 감상이 들기도 한다. 애버런트 공격 방식이 다채롭지는 않고, 적 종류도 적어 반복적이라는 느낌도 받는다.
▲ 반복적으로 느껴졌던 초반부 전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던 수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타격감과 조작감은 훌륭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투력 상승 방식도 직관적이지는 않았다. 근접 무기 애버런트는 주요, 보조, 마무리 형태를 선택해 콤보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때 각 형태별로 업그레이드 트리가 나뉘기에, 무기 하나에만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무기라도 일단 업그레이드를 하면 기본 전투력이 상승하는 구조도 더해져 약간은 난잡했다. 이는 퀘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플레이어가 아닌 '지역'의 레벨이 상승하고 그 과정에서 버프를 얻는 시스템과 합쳐지며 복잡도를 더했다.
그런 와중에도 전투의 장점이 있다면 조작감과 손맛, 그리고 보스전이다. 딜런 페이든은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캐릭터의 전형이었다. 좌우키를 빠르게 연타하면 이를 수행하기 위해 모션이 무너질 정도로 반응성이 좋았으며, 타격감과 타격음 역시 부족한 전투의 재미를 메울 정도로 뛰어났다. 레조넌트 보스전 역시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며 적의 공격을 피하고,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강력한 패턴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줬다. 각 레조넌트의 기괴하고 기묘한 생김새가 세계관에 잘 들어맞는 것은 덤이다. 난이도도 적절해 초행길부터 승리하기는 어렵지만, 6회 이상 도전하는 경우도 없었다.
▲ 압도적인 추적 성능의 레이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후반부 주구장창 보게 될 '곰팡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히 짜증났던 엘리트(에이펙스) 전투, 투명화하는 적이 여럿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레조넌트 보스전의 위용은 압도적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매력적으로 확장된 ‘컨트롤’ 세계관
컨트롤 레조넌트의 핵심은 결국 세계관의 묘사다. 전작 컨트롤이 올디스트 하우스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세계관 특유의 기괴함을 깊이 있게 묘사했다면, 컨트롤 레조넌트는 깊이를 덜어낸 대신 세계관을 좌우로 크게 확장했다. 전작이 기괴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느껴졌다면, 컨트롤 레조넌트는 일상과 결합하며 위협을 가하는 이상현상으로서의 감각이 두드러진다.
이는 여러 서브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작에서는 ‘힘이 깃든 물체(OOP)’ 퍼즐을 선보이기 위해 이에 걸맞는 공간을 창조했으며, 특히 극찬을 받았던 것이 ‘재떨이 미로’였다. 반면 컨트롤 레조넌트에서는 여러 이상현상이 도시에서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순간이동하며 사라지는 유모차나 FBC 구성원의 몸에 깃든 생명체 등이 맨해튼의 일상적인 건물속에서 등장하며 기묘함을 더한다.
▲ 유모차 도망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신선하면서도 머리를 써야 하는 택시 퍼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묘한 발굴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조이가 상부의 지시를 어기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OOP를 사용하고, 이를 들으며 딜런이 싱크홀을 탈출하는 메인 스토리는 연출, 내러티브, 사운드 모두 상당한 완성도를 선보였다. 이후 다시 싱크홀에 진입해 지하도를 탐험하며 ‘시간’ 관련 사건을 조사하는 메인 스토리는 설명 없이도 느껴지는 파멸적인 사건의 전조, 기이하지만 규칙이 있는 이상현상 등 컨트롤에서만 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즉 전작과 비교해 깊이가 줄었을 뿐, 전반적인 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몰입감 넘치고 밀도 있는 세계관을 선보인다. 물론 세계가 상당히 넓어진 만큼 이런 요소들을 모두 찾아내는 것은 전작과 비교해서 크게 어려워졌다.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는 장소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기에, 최대한 모든 건물과 도로를 뒤지도록 유도한다. 물론 이는 세계관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선물일 수도 있겠지만.
컨트롤 레조넌트는 훌륭한 후속작이다. 전투와 이동을 바꾸며 전작과 확실한 차별점을 더했고, 세계관 역시 확실하게 확장했다. 오픈월드는 특유의 기이한 세계관을 더 확실하게 펼쳐냈다. 전투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세계관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