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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안철수의 ‘게임중독’ 카드… 낙장불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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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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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이게 현실이라고 보는 게 옳을까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대선공약집 '안철수의 약속'을 발표한 이후, 관련 내용이 게임업계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이슈가 된 건 '게임'을 바라보는 안철수 후보의 시각이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공약에는 "게임중독 상태의 뇌는 마약중독과 같고, 이로 인해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표현의 강도를 보건대 게임을 바라보는 안 후보의 시각이 순기능보다 부작용 쪽에 더 치우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청소년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게임'이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시선까지 슬쩍 엿볼 수 있지요. 때문에 게임은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관련 내용 중 특히 안 후보가 '게임중독상태=마약중독상태'를 동일선상에 놓은 건 충격이 큽니다. 게임메카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게임중독 상태의 뇌가 마약중독 상태와 같다는 건 아직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가설입니다.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에 머물러 있죠. 의사 출신 안철수 후보가 꺼낸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경솔해 보이지 않나 싶네요.

사실 안철수 후보의 공약방향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게이머를 포함한 업계 유권자들에게는 '실망'이 컸나 봅니다. 왜? 맞습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정부는 '게임=사회악'이라는 전제 하에 강제적인 규제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야간시간 청소년의 게임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대표적인 예죠.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은 안 후보에게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최소한 게임산업을 이해하고, 강제적인 '규제정책'보다 순기능을 앞세운 '활용정책'을 내세워줄 그런 작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관련 뉴스 보도 이후 독자 여러분들도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셨는데요, 대체로 실망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물론 규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안 후보의 공약에 만족하는 의견도 더러 있었습니다.

ID 아루지 "안철수는 별 생각이 없지. 그냥 남들이 써주는대로 공약만들고 읽는 것 뿐이니깐. 안철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80년대에서 조금도 발전되지 않았다는 거지. 게임은 그냥 `백해무익` 한 거. 게임산업이 돈 좀 만진다고 하는데 극히 일부의 이야기고 또 그거 없어도 나라 굴러가는데 이상도 없고. 게임산업따위 있으나 없으나 정치판에 큰 영향도 못주고. 특정게임 즐긴다고 하면 같은 게임한다고 표가 몰리는 것도 아니니.그러니 정치권도 사회지도층에서도 게임은 그냥 무관심할 뿐. 순작용의 사례보다 부작용의 사례를 훨씬 더 많이 조장하고 찾아낼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니깐."

ID Kamile "아. 안철수에게 실망이네요. 하지만 안철수가 저런 공약을 내건 이유도 예측이 좀 갑니다. 알다시피 무소속이고, 국민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에게 동의를 이끌어낼만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게임 편 드는 유권자보다는 게임 싫어하는 유권자가 많으니 게임 싫어하는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꺼낸 것이죠. 하아... 충격적이네요. 안철수 나름 믿었는데... 수출의 1등공신인 게임산업을 더 크게 할지언정 죽이는 정책을 끄내다니"

ID 4월이왔어 "게임을 즐기는 입장이지만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고 봐요. 게임 중독성은 게임하는 사람은 모두 잘 알 테고,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자제력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것 같아요."



▲ '게임중독 청소년의 뇌' 관련 내용에 대한 안철수 후보 측의 해명



안철수 후보 측은 공약집을 발표한 같은 날(12일), 정책 네트워크 '내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게임중독'과 관련한 내용 중 일부는 실수로 게재됐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특히 '게임중독 청소년의 뇌' 관련 내용은 편집상의 실수로 게재되었다고 전했죠. 그러면서 게임 과몰입(표현이 바뀌었습니다)에 대한 청소년 보호는 미디어환경 규제 및 미디어교육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여기에는 게임업계가 참여할 창구도 열어 두겠다도 의미가 포함돼 있죠.

낙장불입이라고 했던가요, 안 후보 측이 관련 사태에 빠른 대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편집 중의 실수라고는 하나,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내용이 너무 크네요. 오히려 '수정을 해서 좋긴 한데, 게임산업을 밀어주는 방향은 아닐 것'이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며 또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미성년자에 유해한 게임을 규제한다면, 만약 확실하게 규제해 게임중독과 폭력 등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그리고 그게 옳은 길이라고 가정하면, 과연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랄 조건은 갖춰져 있는 것일까요? 게임중독보다 더 무서운 다른 중독에 빠지지는 않을까요? 게임을 못하게 하면 청소년들이 그 시간을 행복하게 쓸 환경은 마련돼 있을까요? 또 한 번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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