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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기] 80일간의 세계 일주 3편, 갈 때까지 가버린 막장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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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그늘 마을 주민들을 피해 헐레벌떡 릴리엇 구릉지 남쪽으로 도망친 그는 가랑돌 평원 드넓은 사막으로 몸을 숨깁니다. 그리고 사막을 횡단해 오아시스에 도착했을 때쯤 돼서야 겨우 추적자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하군요. 언제 추적자들이 쫓아와 잡아갈지 모르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죠. 그는 무언가 결정한 듯 오아시스 남쪽을 향해 발길을 돌립니다. 과연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요?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관찰 일지 10장 -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다

얼굴을 가린 그가 오아시스 남쪽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모래 먼지 마을을 방문해 이곳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러던 중 한 노인을 발견합니다. 그 노인은 매우 말라 얼굴이 앙상하여 광대뼈가 비죽이 나와있었고 흰 수염이 턱에 가득해 매우 볼품 없어 보였지만, 깊게 패인 주름과 반짝이는 눈은 그의 관록이 보통이 아님을 예상케 했습니다. 말을 걸자 노인은 빙긋 웃으며 자신이 옛날에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던 선원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며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보물이 넘치고 법에 지배 받지 않는 ‘자유도’라는 섬이 고요한 바다 어딘가에 있다고 살짝 귀띔 해주는군요. 노인도 자유도를 찾아 여행을 다니며 젊은 청춘을 모두 바쳤지만 결국 찾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까지 모아왔던 자유도의 정보와 지도를 주며 대신 찾아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노인의 말을 들은 그는 드디어 자신의 현재 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흥분한 듯 손에 땀을 쥐기 시작합니다.

`법에 지배를 받지 않으니 내 죄를 신고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거기다 숨겨진 보물까지 있다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 내가 불을 지른 마을 주민들에게 보상을 하면 더 이상 쫓겨 다니지 않아도 되겠군. 좋아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자.`

그는 자유도를 찾는 모험을 위해 노인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배를 만들기 위한 통나무와 옷감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옷감은 도적이나 해적들을 약탈해 그럭저럭 모았지만 통나무 만은 이 사막에서 도무지 구할 수가 없어 그가 매우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막을 돌아다녀도 나무 한 그루 안보이고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선인장만 무성이 있군요. 그렇게 이곳 저곳 돌아다니던 그의 눈에 오아시스 근처에 밀집되어있는 주거지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오아시스 물을 길어와 나무를 심고 정원을 가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범죄를 저질러 도망 다니는 신세인데 또 한 번 도둑질 못하랴? 나중에 보물 찾아서 갚으면 될 것 아냐! 여기 나무도 모조리 내가 가져가야겠군.`

결국 그는 주민들이 심어놓은 나무를 한밤중에 아무도 몰래 모두 베어갔습니다. 초승달 왕좌 주거지역에서 남의 물건에 다시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던 다짐은 어느덧 잊은 듯한 모습이군요.

재료를 모두 모은 그는 모래 먼지 마을 동남쪽 해변가에 있는 조선공에게 배 제작을 의뢰 하고 멋진 ‘쾌속정’을 만들게 됩니다. 처음에는 빨리 배를 만들어 도망치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던 그는 의외로 멋지게 만들어진 자신의 배를 보고 얼굴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어차피 기왕 처음 나가는 바다이니 도망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모험을 찾으러 나간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어.`

완성된 쾌속정에 올라탄 그는 돛을 내리고 키를 잡아 그의 일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체험하는 바다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 육지와 나무 따윈 필요 없어! 나는 보트 위에 있다고!


관찰 일지 11장 - 호기심 많은 그, 바다의 무서움을 깨닫다

노인에게 받은 지도를 따라 상쾌한 바다 바람을 맡으며 즐겁게 항해하던 그는 갑자기 무언가 발견한 듯 배를 멈춥니다. 바다 한가운데에 무언가 있는 듯 거품이 일고 있는 곳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그 곳을 향해 키를 잡고 거품이 일고 있는 바다 위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갑자기 배가 심하게 움직이고 그는 금새 큰 배 멀미를 하게 되어 빠르게 바다 소용돌이를 벗어나도록 키를 조종하였습니다.

쾌속정의 일부가 부서지고 갖고 있던 식량의 일부를 잃는 등 호되게 당한 그는 바다의 무서움을 깨닫고 다시는 함부로 호기심에 모르는 지역으로 가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관찰 일지 12장 - 자유도가 넘치는 ‘자유도’에서는 상자(?)를 자유롭게 부술 수 있다?

바다 소용돌이를 지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식량과 물도 어느새 바닥이 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그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가득 생겼습니다. 너무나도 지쳐 이제 그만 포기하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갑자기 그가 눈을 치켜 뜨며 급하게 키를 바로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저 먼 곳에 무언가 희미한 검은 그림자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가 한참 노를 저어 검은 그림자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작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섬이 있었습니다. 섬에 상륙한 그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가 자유도에 먼저 와있는 모험가의 환영을 받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자유도에 도착한 그는 우선 물과 식량을 찾아 섬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금새 섬 한 가운데에 쌓여있는 많은 수의 상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가 금새 멍한 얼굴로 그곳을 응시하기 시작하는군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쌓여있는 상자를 부수고 있었던 겁니다. 그 무리들은 탐욕스런 표정으로 씻지도 않고 면도도하지 않은 얼굴로 상자를 부수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지쳐서 쓰러져 있는 한 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 그는 금새 자유도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이곳의 상자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처음에는 상자 안에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지만… 부서도 부서도 끝이 없이 새로 생기며 기력이 다할 때까지 도저히 멈출 수가 없습니다.`

크게 실망한 얼굴표정이 역력한 그이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보물을 찾기 위한 상자 부수기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그가 마치 마약에라도 취한 듯이 신나게 상자를 부수기 시작합니다. 아까 쓰러져 있던 이의 말처럼 정말로 이 상자에는 무언가 매력이 있는 듯하군요.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그는 쉬지 않고 상자만 계속 부수고 있군요. 그의 얼굴은 심하게 초췌해져 차마 눈을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관찰 일지 13장 - 헌병에게 잡혀가도 상자만 부술 수 있으면 된다

한참 동안 폐인처럼 상자를 부수고 있던 그를 갑자기 수상한 무리들이 나타나 제압하였습니다. 팔에 두른 완장을 보아 그들의 정체는 아마도 그에게 나무를 모두 빼앗겼던 가랑돌 평원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마리아노플 헌병들 인 것 같습니다. 금새 구속을 당한 그는 헌병들에게 붙잡혀 도망가지 못하고 강제로 끌려가게 됩니다. 끌려가면서도 그는 “아… 한 상자만 더 저 한 상자만 더 부수면 동안 참치가 나올지도 몰라” 라며 웅얼거리는 군요.

마리아노플로 끌려온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재판에서 크게 호소하였습니다. 사실 마을을 도우려다 실수로 불을 낸 것이며 자유도에서 보물을 찾아 모두 보상하려고 했던 것이며 몰래 베어간 나무도 보물을 찾으면 다 갚으려고 했다고 말이죠. 하지만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장기간의 재판 끝에 결국 중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마지막에 감옥에 들어가면서 그는 `저기… 지금이라도 한 상자만 더 부숴보면 안될까요?` 라는 망언을 하여 주변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누이안 중년의 여정은 앞으로도 아래 지도에 계속해서 기록될 예정이니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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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이승범 기자(그란비아, granvia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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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엑스엘게임즈
게임소개
'아키에이지'는 첫 번째라는 의미의 'Arche'와 시대라는 뜻의 'Age'를 합친 제목의 MMORPG로, 크라이 엔진 3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누이안과 하리하란 동맹간 갈등을 그린 '아키에이지'는 가상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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