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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 고정관념 파괴한 좀비 악사의 창시자! 라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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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의 자유도 높은 스킬 시스템은 디아블로3의 핵심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정해진 스킬 슬롯 안에서 이런저런 스킬 조합을 시도해보며 효과적인 세팅을 찾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스킬 트리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스킬 조합이 소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종종 있다.

악마사냥꾼만 1,500시간 이상을 플레이한 디아블로3 유저 라건이 알린 '좀비 악사(좀비 악마사냥꾼)'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좀비 악사는 일반적인 악사들의 플레이 방식인 히트앤런, 높은 데미지를 내기 위한 극대화 확률을 버리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냈다.


▲ 새로운 스킬 조합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라건님의 좀비 악사

이렇게 이색적이면서도 성능도 뛰어난 좀비 악사는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됐는지, 또 장단점은 무엇인지, 좀비 악사의 창시자인 라건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그저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보통 사람과는 10센티미터 정도 다른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 악사 유저다.

좀비 악사의 창시자로 유명한데, 어떤 계기로 좀비 악사를 구상하게 됐나?

1.04패치 시절 명사수 뻥뎀을 유지하며 오직 잉걸불로만 사냥하는 세팅으로 굴러다니기를 즐겨 했는데, 그때부터 어느 정도 구상은 했던 세팅이다. 당시는 괴물 강화 패치 전이고 잉걸불이 1,500%나 되는 사기급 데미지를 가지고 있어 다른 세팅이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1.05패치 이후 기존 세팅을 처분하려고 보니 민첩과 극대화 피해가 높고 모든 저항까지 있는 장비들이 무척 싸서 그 장비들을 활용해 기존 잉걸불 세팅을 강화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시도하게 됐다.

좀비 악사를 확립하게 한 결정적 계기는 한때 유행하던 9홈 테스트(9단계 그홈 사냥 시간 테스트)였다.  9홈 테스트 결과 기존 세팅인 구나탈 집속수류탄+메아리보다 좀비 세팅이 더 빨랐던 것이다. 당시 메아리 세팅에 들어간 장비 가격은 구나탈세트(나탈랴의 분노 세트)를 제외하고 1억 이상이었고, 좀비용 장비는 천만짜리 하나에 대부분 50~100만 수준의 저렴한 아이템들이었다. 이전까지 좀비 세팅은 생존에는 강하지만 공격력은 부족한 세팅이라고 생각했는데 공격력조차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니 충격적이었다.

▲ 패시브 명사수로 뻥튀기 된 데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세팅이다

저렴한 아이템으로도 효과를 봤다고 했는데 장비는 어떻게 세팅했나?

초창기 세팅 때는 지금처럼 모든 아이템에서 극 스탯과 극대화 피해, 활력 등을 맞추지 않았었다. 창고에 있는 아이템 중 극대화 확률은 낮고 극대화 피해만 높은 것들로 실험해보고 '이 방식으로 7단계까지가 한계려나?'는 생각으로 적당히 투자를 시작했다. 스킬들이 범위 위주라 파티플레이 시 쓸만하겠다고 생각했고, 가끔 아는 분들과 사냥 때 써봤는데 다들 괜찮다는 반응이어서 점점 세팅을 업그레이드해나갔다.

아이템 대부분 최대 가격을 천만 정도로 잡고 최대한 옵션 좋은 것을 기다리며 대략 2주 정도 걸려서 업그레이드했다. 장비 중 목걸이만은 마음에 딱 드는 것이 나왔는데 입찰 시작이 9천에 즉구가가 없는 녀석이라 상당히 고민했다. 당시 가지고 있던 골드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아는 분에게 5천만 정도 빌려서 구매했다. 당시 쓰던 무기가 1,200대 후반 1홈 만티코어였는데 쓰던 무기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산 목걸이라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 구나탈 4셋과 극대화 확률 없이 민첩과 활력, 극대화 피해가 높은 장비를 쓴다

좀비악사를 처음 공개했을 때 다른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작은 커뮤니티에서 한 번씩 진행 과정과 함께 영상을 올렸으나 워낙 악사가 침체기라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자주 파티하는 지인들은 진가를 깨닫고 응원을 해주었다. 공개하면 너프(하향) 될 것이라고 공개하지 말라는 의견도 꽤 있었다.

그러다 좀비 악사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기존 악사로는 매우 힘든 우버 10단계 솔로잉 영상을 찍어 공개했다. 영상 공개 후 하루 이틀은 잠잠한 편이었다가 2~3일 후 갑자기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상 본 사람들이 장비 맞추느라 일부러 반응을 안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공개 이후 감사, 응원, 질문 등 여러가지 쪽지를 받았고, 꽤 보람도 있었다.

유저들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역시 좀비 세팅 아이템들의 가격 폭등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 장점 중 하나인 가성비(가격 대 성능 비)가 상당히 줄어버릴 정도였다. 그래서 가성비가 나빠져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종종 보이는데, 사실 그것은 장점 중 하나일 뿐이지 좀비 악사는 저렴하게 맞추는 세팅과는 방향이 다르다.

좀비의 진정한 힘은 온갖 장판과 비전 파수기가 돌고 몹들이 발악해서 다른 사람들은 죽어나갈 때 그 중심에서 혼자 꿋꿋하게 살아남는 것이다. 그 생존력과 방어 버프, 덫 등으로 파티원과 함께 안정적으로 사냥이 가능해지면 더 좋은 것이다. 그리고 활 쏘는 재미가 없다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 세팅 만든 진정한 목적은 활 쏘기가 귀찮아서 편하게 놀려고 만든 세팅이다...(후다닥)

▲ 좀비 악사의 강점은 고단계 우버보스를 홀로 상대할 정도로 뛰어난 생존력에 있다

좀비 악사가 파티플레이에도 좋지만 솔로잉도 괜찮다고 들었다. 좀비 악사의 파플과 솔플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솔로잉 시 장점은 기존 세팅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높은 단계를 잘 죽지 않고 여유 있게 돌 수 있다는 점, 도약 + 전술적 우위로 매우 빠른 이동 속도가 확보된다는 점, 사냥 중에도 덫 몇 개 깔아두고 채팅하거나 옆에 사람과 잡담하며 게임이 가능할 정도로 편하다는 점 등이다. 단점은 낮은 단계를 빠르게 돌 때는 효율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파티플레이 시 장점은 보호 쇠뇌의 데미지 감소 15%로 파티원의 생존력을 높이고, 톱니 못의 몹 이속 감소로 몹의 흩어짐을 줄일 수 있고, 근접 전투형이기에 몹이 오면 무빙하는 악사보다 다른 캐릭터들이 편하다. 생존력이 좋고 이동 속도도 좋아서 운전수로도 쓸만하다. 단점은 파티 시 많이 하는 순삭형 깃팟의 경우 무한 집속탄 악사나 딜에 치중한 악사에 비해 화력이 조금 부족하다. 그리고 공격 모션이 표시가 잘 안 나 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좀 슬픈 사실은 현재 파티에서 악사의 입지가 워낙 좁아져 파티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잘 어울리는 파티는 아는 사람들끼리 여유롭게 하는 싹쓸파티 사냥과 8단계 이상의 우버팟에서는 확실한 역할이 가능하다.

▲ 파플 시 좀비 악사는 맷집과 보호 버프로 파티원들의 생존력을 향상시킨다

그렇다면 좀비 악사와 궁합이 좋은 캐릭터가 궁금하다. 어떤 캐릭터와 잘 맞는가?

어느 직업과 해도 최적에 가까운 효율을 낼 수 있지만, 현재 가장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은 절단기를 장비한 선망야만(선조의 망치 야만용사)이다. 선망야만과 함께 죽음의 표식 - 사신의 낫을 쓰며 스플레쉬 데미지로 사냥하는 것이 최상의 효율을 낸다.

좀비 악사는 근접 캐릭들처럼 근접해서 덫을 깔기에 몹들도 흩어지지 않고 좋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캐릭과는 상성이 좀 나쁜 편이다. 추가로 울려 퍼지는 분노를 장비한 캐릭은… 적이다! 피해라! 같이 사냥하면 편두통이 생길지도 모른다. 물론 서리법사는 제외다.

스타일이 독특해 선호하는 사냥터도 좀 다를 것 같다. 솔로잉 시 가장 좋은 사냥 코스는 어디인가?

1막의 포니방, 2막의 황량한 사막과 암살자의 지하 전당, 3막의 성채 지하와 코르시크 교각, 분화구 등이다. 몹이 많고 원거리에서 도망다니는 몹이 적은 곳이 유리하다. 반대로 원거리 위주의 도망 다니는 몹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 포니방처럼 근접 공격 몬스터 위주의 사냥터가 좀비 악사에게 좋다

앞으로 좀비 악사를 보완하거나, 새로 구상하고 있는 스킬 조합이 있나?

좀비 악사는 거의 완성형에 가까워진 듯해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더 보완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구상 중인 세팅이 하나 있긴 하지만 아직 이미지만 떠올린 상태라 언제쯤 완성될지 알 수 없다. 장비 맞춰서 테스트해보고 효율이 나오면 공개하는 것이고, 안 나온다면 그동안 연구했던 수많은 세팅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어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스펙을 올린 후엔 기존에 안 쓰던 스킬을 써보며 색다른 스킬트리를 짜보면 게임이 새로워져 즐거워진다. 많은 유저들이 스펙을 올리는 이유를 똑같은 몹을 빨리 잡거나 높은 난이도를 도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데, 그런 유저들도 새로운 도전에서 얻는 재미와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 게임메카 성세운 기자 (칼파랑, kpr@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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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디아블로 3'는 전작 '디아블로'와 '디아블로 2'의 스토리라인을 계승한 작품이다. 야만용사, 부두술사, 마법사, 수도사, 악마사냥꾼 등 5가지 직업을 지원한다. 무시무시한 악마 및 강력한 보스들과의 전투와 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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