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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 기행기 "도둑으로 몰린 그란비아는, 그렇게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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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이 나쁜 놈아!”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다. 그들이 도대체 왜 나를 쫓는지 모르겠지만 보기만해도 무시무시한 무기로 무장하고 나를 무작정 따라오는 그들을 보면 도망을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계속 도망쳤지만 결국 그들에게 제압 당해 법정에 끌려가고 말았다.


▲ 영문도 모른 채 여러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아 법정으로 끌려갔다


마리아노플 법정

“지금부터 피고 그란비아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배심원들은 죄인의 범행내역을 살펴보세요.”

재판관의 엄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인상을 찌푸린 배심원들이 둘러 앉아 있었고, 이내 그들은 나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이거 아주 악질이구만?”

“재판관님, 볼 것도 없이 바로 최고형을 주면 될 것 같습니다.”


▲ 배심원들은 재판 시작부터 나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 여기서 잠깐! - `재판` 콘텐츠에 대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앞서 아키에이지의 ‘재판’ 콘텐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아키에이지에는 ‘범죄 점수’라는 수치가 존재하는데, 이 점수가 50점에 도달했을 때 유저에게 PK를 당하면 캐릭터가 법정으로 강제 이동됩니다. 범죄 점수는 무분별한 유저 PK 시 바닥에 생기는 핏자국과 다른 사람이 심어놓은 작물을 훔쳐갈 경우 생기는 발자국 등을 통해 증가합니다. 즉, 재판 콘텐츠는 비매너(?) 유저들을 제재하는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입니다. 


법정에는 3명의 '유저'로 구성 된 배심원들이 있으며 잡혀 들어온 범죄자의 범죄 목록과 상세 정보를 보고 형량을 정할 수 있습니다. 법정 안에서 범죄자와 배심원은 서로 채팅을 할 수 있으며 피고는 자신의 범죄를 변론하고 배심원은 이를 들은 뒤 적당한 형량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재판이 끝나면 피고인은 자동으로 감옥으로 이동되며 배심원들이 정한 형량 만큼 이곳에서 게임을 플레이 해야만 합니다.


"땅, 땅, 땅" 재판관이 망치를 두들겼다.

“조용. 정숙하세요. 사건을 자세히 보고 정당한 의견을 내놓으세요. 피고인은 남의 물건을 훔쳐 법정으로 끌려오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변론을 시작하세요.

나는 흐느끼며 말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제 이야기를 한 번 들어주세요.”

“들을 필요도 없다! 이런 악당은 무조건 최고형이다!”

“동의합니다.”

재판관이 다시 한 번 엄숙한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조용. 정숙하세요. 피고인 변론을 시작하세요.”

“저는 가족들과 함께 마리아노플의 동쪽에 있는 바람의 벌판에서 과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번에 수확한 레몬의 질이 아주 좋아 ‘초승달 왕좌’의 왕에게 레몬즙을 만들어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수확량이 생각보다 많아 마차로 옮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열매의 알이 굵은 것이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많은 양의 레몬을 나르기 위해선 배를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목수에게 알아본 바로는 무역선을 만드는데 통나무가 300개면 충분하다고 들었습니다. 막상 건조대를 만들고 보니 통나무가 900개 필요하더군요. 게다가 건조대는 설치하면 불법 점거물로 취급돼 이틀 안에 배를 제작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 된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제게 책임을 물어 이틀 내로 나머지 통나무를 모아오라고 말했죠. 만일 기한 내로 못 모아오면 저를 허수아비 대신 꽂아놓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허수아비로 꽂히는 상상을 하며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

“그래서 남의 물건에 손을 댔나?”

“아닙니다. 사실 처음에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 마리아노플에서 구걸도 하고 경매장에서 물품을 보기도 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얻을수가 없었습니다.”


 마리아노플에서 부자들에게 통나무 구걸까지 했었다

“답답한 마음에 나무를 찾아 정처 없이 산을 헤매던 중, 우연찮게도 나무가 빼곡히 있는 숲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신께서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에 기도를 한 번 드리고 나무를 필요한 만큼만 베어 통나무를 충당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조대로 이동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상수배자가 되더니 주변 사람들이 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때 까지만해도 너무 기뻐 날아갈 것 같았는데...

“결국 그들에게 제압을 당한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이곳으로 끌려오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3시간 안에 배 건조대로 가지 못하면 저희 배는 철거되고 저와 제 가족들은 모두 거리에 나앉게 생겼습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과 배심원 여러분 제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울먹이는 나의 말이 통했는지 배심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음 듣고 보니 남의 나무 인지 모르고 훔쳐 간 것 같은데?”

“아무 곳에 불법으로 나무를 심은 주인도 잘못이 있으니 감형의 사유가 될 듯싶습니다.”

“사정도 딱하니 짧은 형기를 줘도 될 것 같습니다.”

배심원들의 분위기는 내가 불쌍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배심원들과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하던 재판관이 말을 꺼냈다.

“피고인의 주인이 있는 나무를 베긴 했으나 애초에 세금을 내지 않고 나무를 불법으로 심은 주인의 잘못도 어느 정도 인정하며, 피고인의 사정이 너무 딱해 무죄 방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앞으로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재판장님. 감사합니다 배심원 여러분,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겠습니다.”

무죄를 선고 받고 90도로 배꼽인사를 한 뒤 나는 빠르게 법정을 나갔다.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기쁜 마음으로 법정을 나갔다

“가끔 저렇게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맞습니다. 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뭘 말인가요?”

“!? 방금 그 사람이 가족이 있다고 했죠? 그런데 왜 아이디 아래 가족의 가장과 족보가 나오지 않는 걸까요? 혹시?”

“!? 아니 이럴수가 경비병!”










"범죄자를 심판하는 배심원들은 무작위로 들어오기 때문에 범행목록을 꼼꼼히 살피는 사람도 있고 범죄자들에 대해 잘 모르고 대충 보고 넘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놈들일수록 나의 빛나는 임기응변으로 속이기가 쉽다. 오늘 걸린 배심원들도 멍청해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동대륙 하디르 농장에 베어도 베어도 계속 자라는 통나무가 있다고 하던데 이번엔 이걸 노려봐야겠다."


▲ 자 이번엔 또 어떤 범죄를 저질러 볼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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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엑스엘게임즈
게임소개
'아키에이지'는 첫 번째라는 의미의 'Arche'와 시대라는 뜻의 'Age'를 합친 제목의 MMORPG로, 크라이 엔진 3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누이안과 하리하란 동맹간 갈등을 그린 '아키에이지'는 가상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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