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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넷파워 2006년 3월 “도닥붕, 헤딩팟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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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쥬르. 무슈 & 마드모아젤. 게임 인더스트리 최고의 트렌드 리더, 에디터 정입니다. 콜디쉬했던 겨울도 무심한듯 쉬크하게 지나가고 어느새 플라워리한 러블리 시즌이 코 끝까지 다가왔네요. 시즌이 시즌인 만큼 저도 스프링과 딱~ 피트되는 아웃스탠딩하고 엣지있는 게임 뉴스를 초이스해 보았는데요. 우리 모두 해피한 게임 라이프를 즐기러 함께 떠나 볼까요? 우쥬 라익 썸씽 투 드링?

다시 인사드려요. 반갑습니다. 게임메카 독자 여러분. 잊을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그때를)아시나요’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문을 열었습니다. 장안의 화제라는 패션잡지체를 따라 해보았는데, 세련된 느낌이 나던가요? 

아, 왜 갑자기 이런 이상한 문체로 시작했느냐고요? 3월에는 패션체에 못지않게 재미있는 게임체(?)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게임체가 완연히 자리 잡은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 넷파워 2006년 3월호를 펼쳐 보겠습니다

“엄마 왔다! ㅌㅌㅌㅌㅌ”

넷파워 2006년 3월호에 게재된 흥미기획 3탄‘2006년 온라인게임 용어사전’입니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일반적 용어와 특정 게임에서만 사용하는 게임용어를 정리한 기사가 게재됐네요.

패션지만큼은 아니어도 게임도 외래어나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분야입니다. 패션은 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쓴다면, 게임은 업계인 보다 게이머들이 더 많이 게임 용어를 씁니다. 그래서 파급력이 더 크지요.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던 ‘즐’이나 ‘KIN’은 온라인게임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것, 모두 아시죠?


▲ 오늘의 주인공은 '2006년 온라인게임 용어'


▲ ㅊㅊㅊ를 외쳤더니 ㅌㅌㅌ를 한다면 어떨까?

2006년은 게임에서 사용하는 신조어의 사용이 완전히 무르익었을 때입니다. ‘파티’를 줄여서 ‘팟’으로, 목적지로 안내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파티의 리더를 ‘운전수’라고 부르는 것도 대부분의 유저들이 알고,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었죠. 


▲ 제가 자주 쓰는 단어는 '관광'이네요
워낙 '관광'당한 적이 많아서요........

지금도 사용하는 단어와 뜻은 거의 예전과 비슷합니다. 그나마 ‘버스’라는 용어를 두고 각각의 게임이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네요. ‘던전 앤 파이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SUN’에서는 고레벨의 유저가 저레벨 게이머를 도와 대신 퀘스트(또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주는 행위를, ‘리니지 2’에서는 혼자 이동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곳을 다른 게이머들과 파티를 맺고 이동하는 행위를 지칭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전자로 대부분 사용하고 있지요.

기사에 언급된 단어는 이제 모든 온라인게임에서 일상언어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중 모르는 단어가 하나라도 있으신가요? 

저는 ‘뮤’에서 쓰인다는 몹켁생증 말고는 모르는 단어가 없네요. 생각해 보면 당연하죠. 2006년에 저는 잘 나가는 ‘트랜드 리더’로 온갖 게임을 후리는(?) 게이머였으니까요. 대학 강의에서 전공 단어는 못 알아들을지언정 게임 용어는 국적 불문하고 섭렵하고 있었지요. 


▲ 몹켁생증은 지금 기준에서 보면 '폐어'에 가깝겠네요

하지만 슬프게도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저같은 경우, 최근 어느 게임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투성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블레이드 앤 소울’(이하 블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같은 경우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를 이야기로 가득하죠. 여러분 ‘반숙/완숙’은 무슨 뜻인지, ‘캐리’, ‘트롤러’는 당최 무엇을 지칭하는지 아시나요?


▲ 최신 온라인게임 용어사전 업데이트 버전 1. (제작: 게임메카)

…마치 도입부에 썼던 패션잡지체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뿐이네요. 세월이 이렇게 흐른 걸까요. 어느덧 저는 게임 내에서 올바른 국어 맞춤법으로 대화하는 어른으로 성장해 버린 것이지요. '도닥붕'을 말하던 아이는 어느새 어른 아이로 성장해서 '반숙'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니. 세월이라는 게 무심하지요? 어색하게 "여기 반숙 하나 추가요"라고 쓰면서도 속으로 낯이 슬쩍 간지러워지는 걸 느끼니까요.

게임에서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역할은 어린 세대들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문제가 됐던 이유도 바로 이들이 어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빠르고 단순하게 의사를 표현하고,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요. 게다가 학습 능력도 뛰어나고요. 또래 그룹에서 누군가 한 명 아이디어가 뛰어난 신조어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무리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그 말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어른들은 어린 세대의 유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부지기수입니다. 전에는 ‘랩’을 싫어했던 것처럼 2006년도의 부모세대는 자녀가 사용하는 알 수 없는 게임용어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죠. 부모들은 자녀가 관할 영역 밖에 있을 때 두려움을 느끼게 되니까요.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게임에서 파생되는 신조어의 등장이 당시 사회에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현상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임 전문지인 넷파워에는 게임용어사전이라며 재미있는 정보로 표현됐지만, 다른 매체에서는 대부분 국어의 붕괴 특집이 실리고 있던 때였습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게임/채팅 용어를 두고 한글의 붕괴, 혹은 세대 갈등으로까지 번져나가며 상당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 2012년 진보신당이 발표한 논평은 상당한 화제가 돼, 게임메카에도 기사화됐습니다


▲ 해당 논평 도입부

작년 2월 발행된 진보신당의 게임규제법 관련 논평입니다. 지금이야 위트있고, 재미있다는 평가를받았지만 아마 진보신당이 2006년에 이 논평을 발표했으면 말 그대로 ‘어그로’를 상당히 끌었을 것입니다. 일부 고지식한 어르신들은 이해도 못 할 저급한 신조어로 국어를 더럽힌다고 진보신당을 맹비난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비교적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겁니다. 게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단순히 장난거리가 아니라 동시대를 풍미하는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게임용어는 게이머들이 특징이 녹아 자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음율적으로도 듣기 좋은 표현이 많아 한국 스타일의 ‘블랙 휴머니즘’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뜻을 알고 나면 ‘말’ 자체가 기발한 재미가 있어 언론이나 기업 마케팅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아는 사람끼리만 읽는 비밀 암호, 게임용어

게임용어는 게임을 즐기는 아이와 어른 아이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특별한 ‘암호’입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들켜도 절대 이해하지 못하도록 나만이 아는 외계어로 쓴 일기장과 같죠. 유희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끼리 향유하는 또 다른 오락 문화라고 할까요. 말 나온 김에 퇴근하고 저와 함께 ‘헤딩팟’ 뛰실 분 안 계시나요? ‘쫄’도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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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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