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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플랫폼 시대, 가장 선두에는 '유니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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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는 혁신을 이루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2012년 말,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리고 웹 브라우저가 연동되어 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 형태의 게임이 하나 출시됐다. 바로 넥슨의 ‘삼국지를품다’다. 이렇듯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데는 유니티 엔진이 기여한 바가 크다. 세 명의 대학생이 만든 유니티 엔진은, 현재 모바일게임의 퀄리티를 좌우할 정도로 게임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유니티 엔진은 아는 사람만 아는 개발 툴에 불과했다. 하지만 갖가지 기능과 플랫폼 구분 없는 편의성을 갖추면서 서서히 상용엔진으로 이름을 알리고, 개발자 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유나이트(UNITE)’ 컨퍼런스까지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소니, 닌텐도 등 거대 기업들이 앞다투어 제휴를 맺고,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직접 지원하기도 하는 등 그 영향력은 더 확장되고 있다. 

게임메카는 유니티 데이빗 헬가슨 대표이사와 유니티코리아 지사장인 양우형(William Hugo Yang)을 '유나이트 코리아 2013' 현장에서 만나 봤다. 


▲ 유니티 CEO 데이빗 헬가슨과 유니티코리아 양우형 지사장

- ‘유나이트 코리아 2013’에 방문한 느낌은 어떤가?

'글로벌 게임잼 2013' 기조연설을 비롯해 한국에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유나이트’는 개발자들이 서로 만나고 연결되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1년에 한 번 세계를 돌면서 진행하는 행사다. 이번에는 그 장소가 한국이 됐고 규모도 2000명 정도로 상당히 커졌다. 유니티는 ‘유나이트’를 통해서 매년 만 명 정도의 개발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은 나에겐 매우 고무적인 수치다. 그래서 앞으로 행사 횟수를 더 늘려 보다 많은 개발자들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최근 PS4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유니티의 최대 장점은 크로스플랫폼이 용이하다는 것인데, 그 장점을 차세대기에서는 어떻게 선보일 예정인가?

데이빗: 소니 뿐만 아니라 닌텐도와도 제휴를 맺었는데,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비전이 유니티와 비슷했기 때문에 협력하게 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차세대기에 대한 기술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가 조심스럽다.

- 유니티 엔진을 이용한 크로스플랫폼 게임 방면의 성과가 궁금하다.

데이빗: 크로스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는 유니티를 설립한 7년전부터 있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진짜’ 크로스플랫폼이 나오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최근에야 유니티의 이런 부분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PC와 스마트폰이 같은 칩을 쓰는 등 하드웨어적으로도 기기들이 비슷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기기간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양우형: 넥슨의 ‘삼국지를 품다’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유니티가 드디어 국내 MMO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당시 카카오톡 시장이 융성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PC 사용률도 줄어들고 있어서 더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됐다. 당시엔 손가락 하나를 사용해서 하는 가벼운 게임들이 유행하던 시기라, ‘삼국지를 품다’는 약간 하드코어게임의 모습을 띠고 있어서 시기상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유니티는 무게있는 게임도 개발할 것이고 인디개발자들을 지원하는 작업도 계속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시장이 있고 그 잠재력도 무궁무진해서, 이제는 해외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 8월이면 한국 설립 2주년이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 지사에 대한 평가는?

데이빗: 한국 지사는 정말 잘 해주고 있다. 한국에 지사를 열기 전에도 유니티 엔진은 잘 되고 있었지만, 윌리엄 양과 팀을 이루고 나서 제대로 큰 회사와, 중소 회사와도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양우형: 살짝 자랑처럼 될 것 같지만, 유니티의 과감한 현지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싶다. 유니티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직접 데이빗 CEO를 만나 한국 사람들은 외국 느낌이 너무 많이 나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니티의 공식 사이트도 전부 한국어로 바꾸고, 결제 시에도 비자 카드가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도 한국에 들어오려면 한국식으로 바꿔서 들어와야 한다고 설득했고, 데이빗도 흔쾌히 동의해서 편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갑자기 커진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철저한 한국식 접근 덕분에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 다른 국가랑 비교했을 때 한국 유니티 시장은 어느 정도이며, 한국 사용자가 늘어갈수록 지사도 커져야 할 텐데 인력 증원 계획이 있는지.

데이빗: 유니티 엔진을 만들고 처음 6년은 사실 회사라고 보기엔 애매한 상태였다. 하지만 유니티는 빠르게 성장해서 회사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부분에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한국도 투자가 필요하면 해야 할 것이고, 실제로도 할 계획이다.

- 유니티 엔진은 모바일에 특화된 엔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전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유니티 엔진의 입지는 어느 정도인가?

데이빗: 게임 전문 잡지인 ‘게임디벨로퍼(Game Developer)’에서 모바일게임 개발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있다. 게임을 개발할 때 어떤 엔진을 사용하느냐였는데, 유니티가 1위로 53퍼센트를 차지했다. 2순위는 재미있게도 다른 기업들의 전문 엔진이 아닌, 개발진이 직접 만든 엔진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38퍼센트였다. 하복이나 에픽게임스는 사실 1퍼센트도 안 되는 비율로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 강력한 경쟁자로 생각하는 기업과, 그들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데이빗: 아까 말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발자들이 스스로 엔진을 만들어서 쓰는 경우가 유니티 다음으로 많았다. 그런 엔진들은 유니티처럼 모든 곳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목적에 맞춰서 더 편리하게 만들어진다. 때로는 좀 더 화려하고 멋진 데모로 자신들이 더 좋은 프로그램임을 어필하기도 하지만, 사실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엔진이나 운영체제의 출현은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엔진은 보다 사용하기 쉬워야 하는데, 변화하면 할수록 새롭게 배워야 할 기술들이 늘기 떄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전문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하는 다양한 엔진들과 경쟁한다고 볼 수 있다. 하복이나 에픽게임스의 모바일 엔진은 그 비율이 각각 1퍼센트도 되지 않기 때문에, 유니티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

- 경쟁사들이 모바일 전용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데,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유니티가 투자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데이빗: 애니메이션 기술이 언리얼보다 좋다든가 하는 식으로 한 가지만 꼽기는 어렵다. 각 엔진마다 특징과 장점이 있고 유니티 역시 그럴 테니까. 2년전, 유니티는 최고의 엔진은 아니었다. 하지만 플랫폼의 다양함, 회사의 안정성, 크고 활성화된 커뮤니티와 같은 여러가지 장점들이 결합되어 있끼 때문에 개발자들이 유니티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양우형: 교육이나 문화적인 부분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경쟁사를 가끔 만나면, 경쟁사의 엔진을 사용한 새로운 타이틀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하지만 유니티는 엔진을 이용한 새로운 작품을 자랑하기보다는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를 늘리고 싶다. 그 일환으로 국내에선 유니티 게임 교육 센터를 세우려고 하고 있으며, 어린 친구들에게 게임 개발에 관심만 있어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 한국의 유니티 사용량이 세계 탑3 안에 든다고 했는데, 여전한가?

데이빗: 의심할 여지도 없이 여전하다!

- 앞으로 유니티 사용량이 급속도로 높아질 지역이나 국가는 어디인가? 

데이빗: 라틴아메리카(남미), 중국, 러시아로 보고 있다. 이 세 국가는 이제 막 모바일 시장이 크기 시작한 곳들인데, 항상 신흥시장이 많이 큰다. 하지만 절대적 수치로 보면 한국의 성장세가 가장 크다. 3년 전에는 공식적인 사업을 아시아 지역에서 진행하지 않았는데, 작년에는 일본과 한국이 성장 강세를 보였다. 실제로 유니티의 수익 중 38%가 한국에서 나오고, 앞으로는 50% 이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텐센트가 에픽게임스를 합병하는 등, 최근 거대 게임회사들의 M&M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혹 M&M 계획이 있는지?

데이빗: M&M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은, 게임산업이 워낙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니티는 인수 합병에 대해 어떤 회사와도 논의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10년 동안 독립적인 회사로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유니티 역사상 기술개발팀을 딱 한번 합병한 적은 있지만, 유니티는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이지 그 외의 분야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인수 합병은 전혀 계획에 없으며, 회사의 비전과 사회적 책무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 유니티 엔진은 게임 개발 외에 다른 분야에도 사용된다. 앞으로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은데, 전망하는 바가 있는지?

데이빗: 슬롯머신 프로그램이나 자동차 대시보드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등 사람들은 유니티를 이용해서 다양한 것을 개발한다. 물론 이 부분은 게임 쪽 수요보다는 현저히 작다. 하지만 이런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유니티를 제공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고무적인 부분은, 유니티 엔진이 게임업계의 공통 언어가 되어가기도 하지만 게임 산업과 다른 산업을 연결시켜주는 끈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고,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iOS, 안드로이드 외에 타이젠처럼 새로 개발되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유니티가 지원할 생각이 있는지?

데이빗: 우리는 여러가지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이 모토기 때문에 당연히 타이젠에도 관심이 있다. 하지만하나의 운영체제가 굳건히 자리를 잡으려면 매우 힘들다. 심지어 개발자들은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오면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좀 짜증이 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운영체제들이 자리를 잡고, 기술 개발에 착수하려면 적어도 2년 뒤를 내다봐야 하는데 아직은 판단하기가 좀 이르다. 하지만 유니티는 빠르게 개발에 착수하고 결과를 내기 때문에 만약에 새로운 운영체제가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다면, 개발할 생각도 있다.

- 한국의 문화콘텐츠 제작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나라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데이빗: 솔직히, 한국 콘텐츠 제작 환경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매우 특별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그 깊이에 대해선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은 분명 매우 성공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나라다. 그래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중국이나 일본에 수출도 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접한 기회가 적어 더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더더욱 성공과 발전의 여지가 있으니,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우형: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국내 시장만 보고 쓴 노래였다. 따라서 국내 시장을 보고 만들어도 중국이나 유럽 시장을 잡을 수 있는 게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모바일 열풍의 선두를 누가 차지할지는 모르지만, 그 시작을 한국 게임이 끊었으면 한다.

- 오큘러스나 소니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와 같은 최신 기술들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 가상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지원할 계획인지?

데이빗: 매우 자주 받는 질문이다. 아주 중요한 화두이고, 평소에도 많이 고민하는 주제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과연 성공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게임 산업 외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가상 현실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중요한 주제다. 가상 현실 기기가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호응을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시뮬레이션 방면이나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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