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하드웨어 시장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케이스·파워 시장이다. 수량이나 금액, 어느 쪽을 기준으로 보아도 큰 시장이 아니지만, 도대체 몇 개나 되는지 알기 힘들 만큼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갖가지 이야기와 이슈가 생산되기도 하는 곳이 바로 이 시장이기도 하다.
다른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려면 충분한 기술적 기반과 자본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케이스나 파워는 비교적 쉬운 수준의 기술, 또는 자본만 있다면 직접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지 않아도 원하는 제품을 만들거나 수입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이 케이스·파워 시장의 혼전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2013년 상반기 케이스·파워 시장은 예년의 흐름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여전히 미들타워 형태의 케이스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파워서플라이 역시 몇 년째 500W급 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2013년 상반기 케이스·파워 시장을 짚어보자. 다만, 시장의 점검을 위해 사용한 다나와 리서치는 다나와 연동몰과 제휴몰의 판매량을 합산한 결과이므로 전체 시장의 판매량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하자.
■ 여전히 미들타워 케이스가 시장의 주력
기술의 발전은 더 작은 크기의 칩, 또는 시스템을 갖고도 더욱 빠른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올 6월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3'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명확히 드러났는데, 각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m-ATX, mini-ITX 규격의 작은 메인보드를 앞다퉈 선보였다. 단지 작은 메인보드라면 이전에도 꽤나 많은 종류가 시장에 소개된 바 있지만, 최근의 제품들은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집약한 고급형이라는 점에서 새삼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런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아직도 기다림이 필요해 보인다.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본 올 상반기 케이스 시장은 여전히 ATX 메인보드와 파워서플라이를 장착하는 미들타워 제품의 독무대였다.
지원 파워서플라이, 지원 메인보드 등 기준에 따라 약간의 수치 차이가 발생하긴 하지만, 어떤 기준을 이용해도 ATX 방식의 메인보드와 파워서플라이를 사용하는 미들타워 케이스의 점유율은 90%를 넘어서고 있다.
발전한 기술을 이용하면 더 작으면서도 강력한 성능, 충분한 부가기능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뇌리에 마치 ‘고정관념’처럼 박힌 케이스의 형태에 대한 인식은 미들타워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시장의 대세로 그 자리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여전히 경쟁 치열한 케이스 시장
꽤나 많은 기업과, 그보다 더 많은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시장을 휘어잡는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운 영역이 바로 케이스 시장이다.
다나와 리서치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1~2% 남짓 점유율로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기업이 10여 개가 넘을 만큼 이 시장엔 많은 기업이 진출해 있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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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다나와 리서치>
3%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은 약 7개사로 집계된다. 참신한 발상의 케이스를 꾸준히 시장에 선보여온 GMC가 여전히 수위를 지키는 가운데, 앱코(ABKO)와 3R시스템, BIGS, 잘만, 마이크로닉스 등 오랜 기간 우리와 함께해온 브랜드들이 여전히 시장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상위 6개사를 제외한 점유율도 32.95%에 이른다. 케이스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된 GMC의 점유율이 24.5%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제품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 인기몰이에 성공한 GMC B-5
올 상반기 동안 소비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케이스는 GMC의 B-5였다. GMC 스스로도 ‘국민케이스’라 부를 만큼 높은 가격 대 성능비는 출시 1년이 훌쩍 지난 시점까지도 꾸준한 소비자의 사랑을 받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ABKO의 크레이지 임팩트 3.0은 올해의 시작과 동시에 출시돼 상반기 내내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며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는 제품. 전면 전체를 타공망 처리한 독특한 구조와 높은 가격 대 성능비는 이 제품을 케이스 시장의 떠오르는 강자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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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C가 상위 10개 제품 중 두 종, ABKO와 3R 시스템 역시 두 종의 이름을 올려 3개사가 총 6개 모델을 Top 10에 진입시키는 파워를 발휘했다. 이밖에 BIGS V1000, 잘만 ZM-T2와 마이크로닉스 GLADIUS USB 3.0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으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 파워서플라이, 여전히 500W 전성시대
시스템이 요구하는 전력량은 꾸준히 증가하다 어느 수준에 이르러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높은 전력을 필요로 하던 프로세서는 향상된 기술과 미세해진 공정 등으로 성능을 높이면서 효과적으로 사용전력을 제어하고 있고, GPU 역시 과거와 같이 무지막지한 전력을 요구해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하드웨어의 특징은 몇년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데, 그에 따라 점차 높은 용량의 제품으로 이동하던 파워서플라이 시장도 500W ~550W 수준에서 멈춰섰다. 다나와 리서치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파워서플라이의 52.08%가 바로 이 출력구간의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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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549W 파워서플라이가 시장의 절대적인 판매량을 좌지우지 하는 가장 큰 원인은, 현재 이 출력구간의 제품들이 가장 뛰어난 가격 대 성능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수요가 높은 만큼 많은 제품이 공급되고, 제품의 회전 또한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조정할 여지도 많은 게 바로 이 출력대의 제품들이다.
웬만한 수준의 시스템에 채용하기에 500W 이상의 파워서플라이는 차고 넘치는 수준. 그러나 파워서플라이의 용량은 클수록 좋다는 일반적인 통념과 제품의 적절한 가격 등이 맞아 떨어지며 이 출력대의 제품들은 벌써 몇 년간 지속적으로 시장의 중심을 꿰차고 있다.
반면, 고사양 그래픽카드나 멀티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이만한 출력의 제품으로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마니아급 사용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출력을 필요로 하기 마련인데, 600W 이상의 파워서플라이도 마니아 시장의 지지를 받으며 28.5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550~599W 사이 제품의 판매량이 저조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가장 많이 판매된 두 출력 구간 사이에 존재하지만, 점유율은 고작 7% 남짓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충분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500~549W대의 제품을, 마니아들은 아예 이보다 훨씬 출력이 큰 600W 이상의 제품으로 소비가 양분됐고, 그 사이에 끼인 550~599W 제품군의 선택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 치열한 파워서플라이 경쟁, 케이스 시장과 유사해
파워서플라이 시장의 경쟁도 케이스 시장만큼이나 치열하다.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 남짓, 여타 브랜드의 점유율이 50% 남짓일 정도로 상당히 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시장에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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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렉스는 24.65%의 점유율로 여전히 파워서플라이 시장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에너지 옵티머스는 9.33%, 스카이디지탈 6.04%, 썬플라워 5.86%, 잘만 4.77%로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과 품질, 그리고 성능의 이상적인 타협점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혼전 중 파워렉스의 선전 돋보여
파워렉스는 가격과 성능의 타협점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제품으로 시장의 수성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밖에 에너지 옵티머스, 스카이디지탈, 잘만, 슈퍼플라워 등 점유율 부분에서 익히 보았던 기업의 제품들이 판매량 Top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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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상위 10개 제품 중 3개가 파워렉스의 제품.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만큼 히트작도 가장 많았다.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렉스 III 시리즈' 500W 모델이 1위, 600W 모델이 2위에 올라 한 라인업의 제품으로 시장의 15% 이상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블랙호크 모델도 5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옵티머스의 마하 500과 마이크로닉스의 클랙시 II 시리즈, 스카이디지탈의 파워스테이션3도 오랜 기간 꾸준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시된 지 꽤나 오랜 스카이디지탈 파워스테이션2 500W 모델도 여전히 소비자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제품의 차별화가 유일한 해법
꽤나 많은 종류의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케이스·파워서플라이 분야는 그 많은 제품 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비슷한 가격, 비슷한 디자인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어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고심이 크다.
당연하겠지만, 이 난국을 돌파하는 방법 역시 뻔한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다. 더 좋은 가격, 더 참신한 디자인, 그리고 더 믿을 수 있는 품질과 사후지원. 케이스의 경우 참신한 발상이 곁들여질 여지가 많은 제품이므로 이럴 때일수록 과감한 투자를 병행해 더욱 참신한 콘셉트의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파워서플라이는 지난 7월 1일부로 시행된 KC인증이 올 12월 31일까지 단속이 유예됨에 따라 저급한 제품의 시장 난립을 당분간은 더 지켜보아야 하게 됐다. 따라서 구매 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디지털 콘트롤러를 사용해 출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 등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이 등장해 준다면 충분한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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