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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의 위기 ① 무너진 온라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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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급성장을 거듭해오던 국내 게임산업에 유례없는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게임업계는 연일 성장세를 기록했다. 물론 아케이드게임이나 PC 패키지게임, PC방이나 플스방 산업 등 도중에 사양세로 접어든 분야도 있지만, 게임산업의 중심축인 온라인게임은 매년 규모와 질적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게임시장에는 온라인게임의 위기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실 표면적으로는 모바일게임의 급성장과 특정 게임의 쓰나미급 흥행, 이로 인한 전반적 매출 증대 등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구조조정과 매출 감소, 서비스 종료 게임의 증가 등 풍전등화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게임메카는 2013년 하반기를 맞이하여,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를 ▲ 무너진 온라인게임 ▲ 지스타의 위기 (가제) ▲ 모바일게임의 거품 (가제) ▲ 창조경제 역행하는 정부 게임규제 (가제) 등 4부에 걸쳐 조명하고자 한다.

온라인게임, 더 이상 게임산업 중심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6월 발표한 2013년 1분기 게임산업 실태조사분석에 따르면, 2012년 게임산업 총 매출액은 10조 99억 원이다. 성장률은 전년 대비 6.2% 감소했으며, 2012년 규모 역시 3분기까지 계속 하향세를 기록했다.

전체 게임산업에서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2003년 7,541억 원 수준이던 온라인게임 총 매출액은 2011년 기준 6조 2,369억 원까지 올랐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 총 매출의 70.8%를 차지하는 수치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게임이 전체 게임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의 부진은 즉각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연말을 강타한 네오위즈게임즈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비롯하여,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게임 관련 인력을 축소하거나 정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3년 1분기 게임산업 상장사 20개 기업의 종사자수를 보면, 2013년 1분기 고용규모는 전년 동기(2012년 1분기)대비 9.7% 감소, 전분기(2012년 4분기)대비 5.7%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든 네오위즈게임즈는 작년 1분기 1,087명에 달하던 직원 수를 1년 동안 584명(-46.3%)까지 줄였으며, 한빛소프트 117명(-52.9%), 엠게임 43명(-19.5%), 엔씨소프트 547명(-19.5%), NHN 482명(-18.4%) 등 온라인게임에 주력하는 업체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공채  시기인 9월, 신규 직원을 공개채용하는 온라인게임 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반대로 모바일게임에 집중한 업체들은 비슷한 시기 개발인력을 대폭 늘려, 온라인게임에 종사하던 개발 인원들을 모바일게임으로 끌어들였다.


▲ 국내 상장 게임기업들의 인력 변화, 붉은색 박스는 대규모 인력감축을 실시한 온라인 주력 업체들이다

Input < Output, 밝지 않은 미래

온라인게임 업계에 닥친 불황은 곧 신작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들어 서비스를 종료한 온라인게임과 공개서비스(혹은 상용화)를 진행한 게임(클라이언트 기준, 웹게임 제외)의 수는 대략 45대 35. 1개의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1.28개의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한 셈이다.

2013년 들어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게임은 ‘레이더즈’, ‘드래곤볼 온라인’, ‘배터리 온라인’, ‘리프트’, ‘디젤 온라인’, ‘레이시티’, ‘배틀필드 온라인’ 등 약 40여개로, 사업상의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중지)한 ‘C9’ 나 ‘피파 온라인 2’, ‘이클립스 워’ 등을 합하면 45개 이상이다. 이 밖에도 다음 소셜게임 플랫폼, 게임포털 조이안, 게임포털 올스타, 네이버 소셜앱스, 게임톡 등이 차례차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여기에 포함된 게임들도 함께 사라졌다. 이 밖에 미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게임이나 ‘본투파이어’, ‘록맨 온라인’ 등의 개발 중단작품 등을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 2013년 들어 서비스 종료(중지)한 온라인게임

반면 2013년 새롭게 공개서비스 혹은 상용화를 시작한 게임의 수는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에 비해 10개 가량 적다. ‘아키에이지’, ‘열혈강호 2’, ‘마계촌 온라인’, ‘크리티카’, ‘던전스트라이커’, ‘도타2(국내는 베타 중)’, ‘KUF: 에이지오브스톰’ 등 약 35개의 게임이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게임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올 하반기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는 게임은 대략 15종. ‘아스타’, ‘에오스’, ‘검은사막’, ‘이카루스’ 등 국산 기대작 MMORPG가 다수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최근 출시된 MMORPG의 성적을 보면 흥행 가능성을 점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서비스 종료 게임의 갯수는 예고되어 있진 않지만, 상반기와 비슷한 추세라면 대략 20여개의 게임이 추가로 서비스가 종료될 것으로 보여 온라인게임 업계의 Input<Output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2013년 들어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게임

너도나도 ‘바들바들’ 게임업체 내부 현황

현재 국내 게임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모바일게임에 집중 투자하는 업체와, 아직 온라인게임에 주력하고 있는 곳이다. 이 중 온라인게임을 주력으로 삼는 업체들은 최근 들어 유례없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작년 말부터 실시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를 네오위즈인터넷과의 합병과 수익 다각화 등으로 극복하려 노력 중이지만, 온라인게임 분야의 실적은 사업적 문제와 흥행작의 부재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감소 추세다. ‘레이더즈’ 는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KUF: 에이지오브스톰’ 을 비롯한 신작들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며, ‘블레스’ 와 ‘아인’ 등은 상용화까지 아직 시간이 걸린다. 이기원 대표가 당분간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지만, 여전히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엠게임의 경우 심혈을 기울인 신작 ‘열혈강호 2’ 가 예상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2013년 적자전환 이후 신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의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무료화까지 진행했으나 결국 전체 인원의 약 20%에 가까운 100여명을 구조조정을 통해 줄인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공시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유는 차세대 성장 동력의 부재다. ‘아이온’, ‘리니지’,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 등 주력 MMORPG들의 국내 점유율이 2012년 3분기 22.8%에서 2013년 1분기 14.6%까지 1/3 이상 하락했으며, 2013년 1분기와 2분기 매출에서도 15년차 게임 ‘리니지’ 가 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최신작인 ‘블레이드앤소울’ 의 경우 2013년 2분기 142억 원의 매출(전체 실적의 7%)을 내는 데 그쳐, 차기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블레이드앤소울’ 과 ‘길드워2’ 중국 서비스 승패가 매우 중요한 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게임업체들의 해외 수출액 증감표, 2012년 들어 성장이 확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수출이 해답? 중국의 역습 시작

사실 엔씨소프트 외에도 ‘던전앤파이터’ 의 넥슨, ‘크로스파이어’ 의 스마일게이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수많은 업체가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약 10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의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게임 이용자수는 4억 1,100만 명을 기록했으며, 2015년에는 948억 위안(현 환율기준 16조 8,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국내 온라인게임 진출의 문이 상당히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2012년 매출 7조 9,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온라인게임 부문 매출만 4조 6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텐센트는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 에픽게임스의 지분을 40% 가량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리그 오브 레전드’ 의 라이엇게임즈 모회사이며, ‘던전앤파이터’ 와 ‘크로스파이어’ 등 중국 최대 인기 게임 대부분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에 세간에는 ‘게임업계가 텐센트와 비(非)텐센트로 나뉘게 될 것’ 이라는 소리까지 전해질 정도다. 즉,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텐센트와 경쟁하던가, 텐센트와 손을 잡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텐센트가 적극적으로 신작을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기존 중국 1, 2위 게임이었던 ‘던전앤파이터’ 와 ‘크로스파이어’ 가 ‘리그 오브 레전드’ 에 밀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이나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등이 경쟁에 참여해 봐야 결국 텐센트 안에서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몇 년새 중국을 비롯한 해외 등지에서 ‘대박’ 을 기록한 온라인게임 사례도 부족한 데다 해외 수출액 증가치도 대폭 하락하는 등, 더 이상 해외 시장을 매출 부진의 타개책으로 바라보기만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텐센트의 공격적 투자는 수출 뿐 아니라,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당장에 PC방 사용량 기준 40%를 차지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의 제작사 라이엇게임즈가 텐센트 산하인데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을 상당수 소유하고 있는 투자회사 ASAC에도 텐센트의 자금이 투입되어 있다.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력 게임업체 지분도 다량 확보했으며, 카카오톡과 카카오 게임하기를 서비스하는 카카오의 지분 13.8%를 소유하고 있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공격적 투자를 펼치고 있다. 텐센트가 이처럼 중국을 넘어 세계 게임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나선다면, 국내 게임업계도 크건 작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로 영향력을 뻗어나가는 텐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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