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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소극적인 게임업계 대처, 정부규제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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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악의 근원으로 몰아가는 기성 세대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부당하다 생각하는 정부의 규제에 당당히 맞서지 못한 국내 게임업계의 소극적인 행동이 문제점으로 손꼽혔다.

3월 17일, 상명대학교 밀레니엄관에서 제 1회 게임 편견 타파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개발 현장에서 직접 뛰는 실무진부터 관련 학계와 의학계, 법조계와 언론 등 다양한 계층의 패널이 한 자리에 모여 게임에 대한 편견을 논의하고, 이를 타파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날 현장에서 떠오른 주요 화제 중 하나는 국내 게임업계의 미숙한 ‘대외능력’이다. 기능성게임 대중화에 앞장 서는 비영리단체 ‘게임스 포 챌린지’의 오수잔나 한국지부장은 “한국 게임업계 공동체는 너무 ‘폐쇄적’이다”라며 “교육계, 학부모단체와 같이 게임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인재를 내부로 끌어들일 필요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본 단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는 83세 여성 판사 등 사회 각층의 인사가 포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는 게임 업계가 프레임 싸움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잘못은 인정하나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회피하는 국내 업계를 사회가 고운 시선으로 볼 리 없다”라며 “규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뭔가를 알아내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정부의 모순된 논리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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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창 머니투데이 방송기자

이 기자는 게임업계가 ‘게임 중독’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한 업계의 태도 역시 프레임 싸움 패배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게임중독과 게임과몰입은 둘 다 나쁜 것이다. 나쁜 것을 똑같이 나쁜 것으로 물타기를 하려고 하는 업계의 태도를 어찌 안일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 자체가 게임이 안 좋은 것을 아는데도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게임중독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일반적인 게이머와 문제가 있는 사람을 통계적인 수치를 근거로 철저하게 구분했다면 더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셧다운제가 정치권 내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무렵은 2007년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다가 규제가 가시화될 때쯤에야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게임업계의 대처가 굼뜨다는 것이 컨퍼런스 패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왜곡된 보도에 대한 업계의 대응 능력 역시 약하다고 평가 받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일명 ‘짐승뇌’ 논란의 근거로 제시된 일본 니혼대학 모리 아키오 교수의 이론이다. 마이에트 엔터테인먼트 오지현 연구원은 “그는 당시 일본 내에서 신경과학계의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평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즉, 자국 내 전문가도 신빙성이 없다고 외면한 가설이 국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도와 이를 근거로 삼는 정부의 행동에 대해 업계가 직접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나서는 경우는 없었다 즉, 부당한 대우에도 개발과 사업에만 몰두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한 국내 게임업계에 패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광삼 교수는 “게임이 전방위로 두들겨 맞는 지금 이 때에 업계가 똘똘 뭉쳐 현안을 현명하게 해결하면 국내 게임산업은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문화로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즉,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방법은 업계 스스로의 적극적인 행동에 달렸다는 것이다.

월간 게이머즈 조기현 기자는 “미국의 경우 업계 스스로가 학부모 단체와 소통하여, 그들이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게임을 고르는 분명한 기준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고 가이드라인 제시를 목적으로 한 연령등급제도 ESRB를 만들었다”라며 해외 업체가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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