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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플랫폼 '가상현실'의 가능성과 불안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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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러 미디어에서 VR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VR 관련 정보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전문 매체까지 생겼다.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VR 콘텐츠 지원 정책까지 발표했다. 지금까지 양상만 본다면,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은 VR로 낙점된 듯하다.

다만, 유례없던 VR 붐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과거 VR이 소개됐을 때와는 달리 이렇게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데, 이번에야말로 VR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또 다시 변방으로 몰려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VR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열 뉴페이스 등장에 대한 기대감과,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눈빛이 공존한다. 두 시선은 모두 나름의 이유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모두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차세대 플랫폼으로써 ‘VR’이 기대되는 이유

업계 종사자들이 ‘이번에야말로 VR 시대가 열릴 것이다’라는 평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인데, 그중 첫 번째는 유력 기업들이 VR 기기 제작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 메이저급 회사들의 VR 기기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큘러스 리프트, 프로젝트 모피어스, 바이브, OS VR

2013년, VR 붐의 시초가 된 회사는 스타트업 벤처 ‘오큘러스VR’이다. 이 회사는 VR 헤드마운트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로 킥스타터 펀딩에 돌입하며 VR의 재출현을 알렸다. 27억 원의 킥스타터 모금에 성공한 것도 모자라, 지난 2014년 2조 원의 가격으로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VR만을 주력 사업으로 삼았던 작은 회사가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VR은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덩달아 기존 게임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 활동하던 업체들도 하나둘 VR 기술 연구에 뛰어들었다. 소니는 3D 헤드마운트 헤드셋의 명맥을 잇는 PS4용 가상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발표했고, 게이밍 기기 전문 업체 레이저는 오픈소스 VR 헤드셋 ‘OS VR’을 뒤이어 내놨다.

밸브가 HTC와 손을 잡고 VR기기 ‘바이브(Vive)’를 발표한 것도 VR 붐을 한층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밸브는 오큘러스 리프트 프로토타입 시절부터 오큘러스VR과 협업을 하던 회사다. 그랬던 밸브가 오큘러스 리프트에 손을 떼고 자체 기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VR 플랫폼은 시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VR 방면 하드웨어 라인업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판단된다. 헤드마운트 헤드셋 외에도 걸음을 인식하는 러닝머신 형태의 기기, 그리고 콘트롤러까지 차례로 공개되고 있어 주변 기기도 아쉽지 않다. 즉, 콘텐츠 기반이될 ‘플랫폼’이 탄탄히 구축된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벌써부터 출시되고 있다는 점이 VR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것이 VR 플랫폼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두 번째 요소다.


▲ VR 콘텐츠 전문 개발사 '리로드 스튜디오'


▲ 존 베치가 설립한 VR 개발사 '플루토 VR'

오큘러스VR이 운영하는 VR 콘텐츠 오픈마켓 ‘오큘러스 셰어(Oculus Share)’에는 각국의 개발자들이 만든 VR 전용 데모가 올라온다. 이 공간은 지난 2013년 8월에 오픈됐고, 홈페이지에는 현재까지 약 1,000개의 콘텐츠가 등록되어 있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00개의 VR 전용 콘텐츠가 만들어진 셈이다.

개발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해 초 오큘러스VR이 진행한 콘텐츠 공모전 ‘VR잼’에는 1,300여 개가 넘는 응모작이 몰렸다. 북미를 비롯해 국내에도 VR 콘텐츠만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가 설립됐고, 유니티와 언리얼 등 게임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엔진도 공식적으로 VR 개발을 지원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콘텐츠까지 시장 융성을 위한 3박자가 정확한 타이밍에 만난 것이다.



마지막은, 정부도 업계의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지난 2일(화),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가상현실 게임 산업 육성계획을 확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 산업의 향후 먹거리, 즉 성공 가능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VR을 낙점한 것이다. 

정부가 콘텐츠 육성 산업에 뛰어들어, 지원금은 물론이고 산업 관련 진흥 정책까지 마련되면 VR 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바로 VR 시장 융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요소 2가지

앞서 언급된 부분들만 보면 VR 플랫폼의 앞날에는 핑크빛 미래만 펼쳐질 듯하다.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의 자리를 꿰찰 후보는 VR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확장 양상도 스마트폰과 비슷할 것이라며, VR 플랫폼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대부분 비교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꼽는다. 

스마트폰이 출시됐던 초기,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피처폰의 자리를 스마트폰이 꿰찼고, 관련 콘텐츠들도 속속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VR 역시 지금은 업계 종사자들만 주목하고 있으나, 어느 시점에 급속도로 하드웨어가 보급되면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질 거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마냥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듯, VR 플랫폼 역시 넘지 못한 문턱이 두 가지 존재한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한 가지는 ‘대중성 부족’이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휴대 전화기가 사람의 일상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 중 피처폰이 없는 이가 거의 없을 때쯤, 전화와 MMS같은 필수 요소와 부가 기능까지 지닌 스마트폰이 나온 덕에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 스마트폰을 끼면 블루투스로 작동되는 '기어VR'

그러나 VR 기기는 필수품이 아니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연락을 못 하거나, 메일 확인이 힘들지는 않다. 오큘러스VR은 이런 한계점을 인식하고 스마트폰에 장착해 이용할 수 있는 ‘기어VR’을 삼성과 협업해 내놨지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즉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VR기기는 생소한 물건일 뿐이다. 물론, 가지고 있으면 집에 앉아서 영화를 3D로 보거나, 파노라마 사진을 감상하는 등 재미난 체험이 가능하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다.

두 번째는 기기의 기술적 한계다. VR 기기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가상현실 멀미’라고 불리는 어지럼증인데, 선발주자인 오큘러스VR 조차 이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화면 전환이 사람 눈의 인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원인이라고는 하나, 이마저도 개인차가 심해 ‘가상현실 멀미’가 100%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멀미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조차 기기의 한계로 남는다. 현재까지 공개된 대부분 VR기기들은 화면 전환 지연율을 낮추기 위해 콘텐츠를 송출하는 본체에 선을 꽂고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때문에 사용자의 이동 반경이 제한돼 자연스레 몰입도는 떨어진다. 이 외에 헤드마운트 헤드셋의 무게, 착용감 등도 섣불리 VR 기기를 구매할 수 없게 만드는 한계점으로 남는다. 

가능성과 불안, 무게추는 어디로

VR 플랫폼의 안착 여부는 머지않아 증명될 것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버전이 2016년 1분기에 출시되고, 프로젝트 모피어스로 불렸던 소니의 VR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VR’도 내년 상반기 발매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모바일용 VR 기기인 ‘기어VR’ 시리즈는 벌써 두 번째 모델까지 세상에 나왔다.

이미 업계의 기대는 정점에 올랐다. 이제 VR 기기를 만들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종사자들에게 남은 숙제는, VR이 다양한 놀잇거리와 경험, 그리고 이로움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여느 플랫폼이 그랬듯이 '콘텐츠'에 있다. VR 기기라는 생소한 제품이 생활 필수품으로 느껴지도록 삶 전반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와야 하며, 그래야만 차세대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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