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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기도의회 조례안, 셧다운제가 남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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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회가 발의한 저소득층 PC 지원 조례안에는
셧다운제와의 연결고리가 있다 (사진출처: 경기도의회 공식 홈페이지)

셧다운제가 입법 절차를 밟을 당시 게임업계에서 걱정했던 것 중 하나는 ‘규제 양산’이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예방한다는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이를 밑바탕으로 한 새로운 규제가 줄줄이 이어지리라는 우려다. 쉽게 말해 셧다운제가 생기면 정부나 국회에 ‘게임 중독은 법으로 막아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전보다 규제가 더 자주, 쉽게 나오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2011년 시작된 셧다운제를 기점으로 삼아 게임업계는 지난 2014년까지 규제 홍수에 밀려들었다. 셧다운제 확장에 게임업계 매출 1%를 강제 징수하겠다는 손인춘 게임규제법에,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동일한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게임중독법까지 등장하며 업계는 큰 혼돈을 맞이했다. 마침 2010년 후반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주류 플랫폼이 바뀌는 시기였다.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스마트폰 게임 격변’을 쫓기도 바쁠 때 터진 규제 포화는 중소업체가 버티기 어려운 침체기를 불러왔다.
 
지난 17일, 경기도의회에서 발의된 ‘저소득층학생 정보화 지원 및 역기능 예방에 관한 조례안’에도 셧다운제와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조례안에는 ‘게임 중독’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게임 중독’을 정의하는 부분이 셧다운제로 알려진 ‘청소년보호법 제27조’를 근거로 한다. 여기에 ‘인터넷 중독 및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정보화자원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일일 최대 이용시간, 심야시간 이용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경기도의회가 발의한 ‘저소득층학생 정보화 지원 및 역기능 예방에 관한 조례안'
중 게임 중독 정의 및 예방·관리에 관한 내용 (자료출처: 경기도의회 공식 홈페이지)
 
물론, 경기도의회의 조례안은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나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경기도의회 최종환 의원은 “게임이 청소년 일탈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게임은 청소년의 대표적인 여가생활이다. 다만 이번 조례안은 국가예산으로 PC를 지원하는 것으로 예상 수혜자는 약 2,000명이다. 특히 조손가정, 다문화가정처럼 부모가 면밀히 자녀를 돌봐줄 수 없는 가정이 있어 부모를 대신해 과몰입을 예방할 기술장치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특정 시간만 게임을 허용한다는 점이 자기결정권 등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본인 및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셧다운제가 조례안과 같은 하위법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번 조례안은 직접적인 ‘규제 법안’은 아니지만 ‘게임 중독’을 정의하는 부분에서 셧다운제와 연결점을 가져간다. 다시 말해 셧다운제를 근거로 삼은 하위법이 등장하며 게임업계를 안팎으로 조일 우려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즉, 셧다운제는 단순히 셧다운제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위법을 타고 내려가며 광범위하게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

또한 경기도의회의 조례안의 경우 ‘부모가 돌볼 수 없는 가정에 대해 부모를 대신해 과몰입을 차단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셧다운제의 경우 현재도 실효성 논란에 빠져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게임시간을 정한다는 것을 취지로 한 문화부의 게임시간선택제보다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시간선택제의 경우 비용 절감효과가 1,886억 원으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379억 원 보다 약 5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리하자면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현재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셧다운제가 하위법에도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안을 넘어 여론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였던 ‘포항공대 게임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를 둘러싼 의견대립의 축소판이었다. 오랜 논의 끝에 포항공대는 게임 자체가 아닌 게임을 과용하는 학생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찾아냈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셧다운제의 그림자가 다른 법으로 퍼지고 있는 현재, 효과가 없다고 평가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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