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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시대 왔는데, 모바일 시작도 못한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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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모바일게임 시장 포화였다. 신작은 많지만, 이용자는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도 기존 게임에서 이동하지 않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새로 모바일에 진입하는 업체는 유저 유입이 막막한 상황이다. 이에 중견 업체를 중심으로 2016년 원년이라 불리는 새 플랫폼, VR까지도 도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모바일부터 VR까지 모든 업체가 회사를 살릴 새 먹거리 찾기에 바쁜 와중, VR은 커녕 모바일을 시작하지 못한 게임사가 있다. 넥슨, 넷마블과 함께 ‘국내 게임사 3대장’으로 손꼽히는 엔씨소프트 현주소다.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진출을 선언한 것은 2012년이다. 그러나 그때 내걸었던 ‘모바일 원년’은 뚜렷한 성과 없이 4년이나 반복됐다. 가장 공백이 큰 부분은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모바일게임이 단 하나도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3년에 엔씨소프트는 자사 대표작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게임을 공개했으나 3년이 흐른 지금도 완성품은 나오지 않았다. 2014년에 베일을 벗은 ‘아이온 레기온즈’ 역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 '블소 TCG'(상)과 '아이온 레기온즈'(하)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여기에 2016년마저도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에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블소 TCG’의 경우 본래는 2014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2015년으로 연기하고, 현재는 2016년 1분기까지 출시 시기가 밀렸다. 2015년 출시를 예정했던 ‘아이온 레기온즈’도 2016년 4분기에 정식도 아닌 소프트론칭을 예고했다. ‘리니지’를 소재로 한 ‘프로젝트 RK’와 ‘프로젝트 L’ 역시 2016년 상반기 중 테스트를 거쳐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으나 4년 동안 모바일게임을 하나도 내놓지 못한 엔씨소프트 과거를 생각하면 확실치 않다.

즉,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진출을 선언한 것은 2012년이지만 4년이 흐른 현재도 ‘이것이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이다’를 보여줄 만한 게임은 하나도 나오지 못했다. 2012년에 외친 ‘모바일 원년’은 2016년에도 여전히 ‘원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에 엔트리브소프트, 핫독스튜디오 등 자회사가 내놓은 모바일게임이 있었으나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원년’을 외치며 들고나온 핵심 게임은 차일피일 일정이 밀려 지금까지 왔다.

4년 동안 시동도 못 건 ‘모바일 원년’은 결국 실적부진으로 연결됐다. 엔씨소프트는 2015년 한 해 동안 매출 8,383억 원, 영업이익 2,37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4년보다 0.05%,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뒷걸음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4년 만의 역성장이 회사를 덮친 것이다. 여기에 매출 역시 ‘리니지 1’과 ‘리니지 2’를 중심으로 한 국내 매출이 견인했으며, 2015년 해외매출은 340억 원이나 감소했다. 해외 매출 공백을 한국, 그것도 신작이 아닌 구작으로 떠받친 것이다. 

그리고 실적부진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가 모바일 공백이다. 모바일게임이 급성장하던 2012년부터 2015년을 놓치며 골든타임을 잡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모바일게임에 먼저 진출한 넷마블게임즈는 2015년에 처음으로 ‘매출 1조’를 달성했으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에 뛰어든 넥슨은 ‘히트’를 기반으로 모바일게임 매출이 2014년보다 23%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두 경쟁사가 모바일게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동안, 엔씨소프트는 계획했던 모바일게임을 하나도 출시하지 못하며 출발선도 끊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

여기에 2015년부터는 매출 상위권 게임이 시장을 독식하는 ‘레드오션’ 현상이 심해지며 한국과 중국을 넘어 북미나 유럽, 동남아 등 여러 지역에 동시에 모바일게임을 내놓는 ‘글로벌’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블소’ TCG를 중국, 일본 등지에 출시할 계획이지만 2013년부터 많은 게임을 출시해온 넷마블게임즈, 넥슨과 비교하면 경험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시작이 늦은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경쟁사와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2016년에 '모바일 대박'을 터트려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모바일게임 신작을 2016년에 출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한국과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동시에 뚜렷한 성과를 내야 4년 간 벌어진 격차를 줄여볼 수 있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격차를 따라잡고 싶다면 주력 타이틀 출시와 글로벌 흥행, 두 가지를 올해 안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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