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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크래프트 '호평과 혹평 사이'... 와우저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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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설정 방면에서 호평을 받은 게임을 영화화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검증된 IP와 이를 지지해주는 팬들 덕분에 적지 않은 게임들이 영화화 수순을 거쳤는데, 가슴 아프게도 인상적인 성과를 남긴 작품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블리자드가 ‘워크래프트’를 영화로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워크래프트’는 그 자체로 정말 훌륭한 IP이고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게임 영화화 역사상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워크래프트’의 방대한 시나리오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꽤 달콤한 유혹이다.

국내보다 영화를 먼저 접한 해외 외신들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에 대해 굉장히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상당히 호평을 하는 매체가 있는가 하면, 신랄한 혹평을 한 곳도 많다. 대체 영화가 어떻길래 저렇게 평가가 갈릴까라는 의문이 생겼었는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정식 개봉에 앞서 블리자드에서 시사회를 진행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하 워크래프트)’ 평가를 하기에 앞서, 평가 기준은 철저히 원작 게임을 해 본 ‘와우저’로서의 시각에 기반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 ‘워크래프트’는 어디까지나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충실히 스크린에 재현하는 게 목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기자도 영화 자체의 담음새보다는 개별 캐릭터와 세계관을 잘 고증해냈는지에 초점을 맞춰 관람했다.


▲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원작 고증하면서도 ‘때깔’은 놓치지 않았다

‘워크래프트’는 원작에서 1차 대전쟁이라고 불리는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원작 세계관에서 1차 대전쟁은 인간과 드워프, 하이엘프 등 다양한 종족이 연합(얼라이언스)를 이루고 살아가는 아제로스 대륙에, 외계 종족인 오크가 쳐들어오면서 발발하는 전쟁을 말한다. 와우저라면 이 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캐릭터가 누군지 줄줄 꿸 수 있을 것이다. 안두인 로서와 메디브, 듀로탄, 워해머, 그리고 굴단까지...

영화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같고 핵심 캐릭터도 그대로 등장하지만, 원작을 영화로 재해석하면서 살짝 설정이 바뀌었다. 양쪽 진영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하프오크 ‘가로나’는 머리스타일이 바뀌었고, 외형도 한층 인간에 가까워졌다. 어떻게 하프오크가 되었는지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던칸 존스 감독이 암시했듯, 가로나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사이에서 연결점 역할을 톡톡히 해 준다. 

서리늑대 부족 족장 ‘듀로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시점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원작에서도 훌륭한 부족장이지만 영화에서는 더욱 멋진 캐릭터로 등장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스랄의 아버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듀로탄은 영화 내내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이 지점에서 듀로탄에 대한 블리자드의 애정이 느껴진다. 영화 개봉에 맞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풀어주는 책 '워크래프트: 듀로탄'도 따로 출간했을 정도다.

‘안두인 로서’도 상당히 회춘했다. 그리고 스톰윈드 국왕 ‘레인 린’, 티리스팔의 수호자 ‘메디브’, 수련생 ‘카드가’도 원작 설정과 비교해보면 조금씩 바뀐 부분들이 있다. 원작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오크 주술사 ‘굴단’으로, 여전히 잔혹한 악의 축을 담당한다.


▲ 트윈테일은 어디가고, 고혹적으로 변한 가로나


▲ 대머리 인남캐 로서님도 회춘...


▲ 그러나 여전히 나쁜 오크 굴단


▲ 듀로탄 너무 멋있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설정파괴 수준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원작과 영화를 대조해가며 봐도 몰입감이 깨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설정이 살짝 바뀌었을지언정 복식과 인상 고증이 철저해, 상당히 흡족한 기분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얼라이언스 진영의 갑옷과 사자 문양, 엄니(오크 치아 가장자리에 난, 뿔을 닮은 어금니)를 기반으로 붉은 진흙을 덕지덕지 묻힌 호드 진영의 외형과 차원문까지 원작 그대로 재현됐다. 심지어 안두인 로서가 허리 갑옷에 차는 망토도, 가장자리에 금 자수를 두르고 끝을 뾰족하게 다듬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천 느낌을 살려냈다. 혹자는 얼라이언스 갑옷에 어깨뽕(...)이 원작보다 줄어들었다지만 그 정도는 좀 더 세련된 비주얼을 위해서였다고 납득할 수 있다.


▲ 어깨뽕이 좀 작지만 얼라이언스 특유의 갑옷 디자인이 돋보인다


▲ 스톰윈드 병사가 요기있네


▲ 신비로운 분위기가 한껏 느껴지는 카라잔


▲ 카라잔 내부에서 조우한 메디브와 로서


▲ 스톰윈드는 정말 웅장하다

원작 속 명소(?)인 스톰윈드와 카라잔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톰윈드는 웅장한 성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인상적이고, 하늘을 뚫을 듯 끊없이 높이 뻗어 있는 카라잔은 내부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아쉽게도 카라잔 내부에서 발생하는 체스 이벤트는 재현되지 않았지만, 영화 말미에 카라잔 주변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 블리자드의 섬세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할 것이다. 그리고 용광로가 부글부글 끓는 드워프들의 보금자리 아이언포지의 모습도 살짝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워크래프트’의 전체적인 비주얼이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게 놀랍다. 원작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초기 시절을 떠올려보면 색 배치나 복식에 세련미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되려 듀로탄이 착용한 액세서리(?)는 센스있어 보이고, 굴단이 뒤집어쓴 후드 망토도 채도가 살짝 낮아져 음험한 캐릭터성을 잘 살려준다.


▲ 오그리마가 보이는 듯


▲ 오크 특유의 건축 양식(?)이 잘 살아있다

후속작이 기대되는 ‘떡밥’의 향연

영화 가득 뿌려져 있는 후속작 떡밥도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워크래프트’ 초입, 듀로탄이 아들 ‘고엘'을 안는 장면에서 와우저들은 백이면 백, 호드의 영웅 ‘스랄’을 떠올릴 것이다. 러닝타임 내내 ‘스랄’이라는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고엘’은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그도 그럴 것이 듀로탄의 아들은 원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영웅이고,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이 심상치 않았기에 원작만큼 무게감을 지닌 캐릭터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바리안 린’과 ‘둠해머’ 등 1차 대전쟁 이후 활약하는 영웅들에 대한 암시도 살짝 깔린다. 사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가벼운 암시로 등장할 뿐,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원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의뭉스러운 부분으로 남을지 모르나, 와우저로서는 매우 반가운 떡밥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으나 둠해머와 듀로탄 옆에서 은근슬쩍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롬 헬스크림’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 아빠 손에 쏙 들어오던 오크 아기는 어마어마한 영웅이 됩니다

‘전쟁닦이’라 부르지 말아다오

‘워크래프트’는 개봉 전부터 평가가 들쭉날쭉했던 영화였다. 항간에서는 ‘전쟁닦이(원작 고증이 충실하지 않고, 완성도 방면에서도 아쉬운 영화를 지칭하는 유행어. 영화 ‘그린랜턴’이 시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와우저에게는 정말 선물과 같은 작품이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밀어두고, 원작을 즐겼던 팬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꽤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난해하고 불친절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워크래프트’는 블리자드의 팬 헌정 타이틀처럼 보인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올라오는 스탭롤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을 듣는 순간, 블리자드는 '원작 팬들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리라는 확신마저 들 정도니까. 선물 치고는 꽤 비싼 비용을 지불했고, 완성도도 나쁘지 않으니, 팬들은 그저 즐겨주기만 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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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 1994. 11. 23
플랫폼
PC
장르
RTS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워크래프트'는 블리자드 최초의 RTS 작품이다. 게임은 판타지 세계 '아제로스'를 무대로, 오크와 인간이 처음으로 충돌하게 되는 1차 대전쟁을 그린다. 특히 각 진영 별로 다른 엔딩을 보여주는 캠페인은 물론,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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