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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익숙해 컴퓨터가 낯선 아이들, 코딩 배우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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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열린 넥슨 청소년 코딩 대회 'NYPC'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부터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됐고 내년부터는 초등학교까지 확대된다. 이에 코딩 학원에 아이들이 몰리기도 하고, 서점에 코딩을 공부하는 다양한 책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학원도 보내고, 책을 사서 읽어봐도 ‘코딩’이라는 낯선 분야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한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초등학생 저학년용 코딩 교과서’를 쓴 집필진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어른도 어려워하는 코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것이다. 이에 집필진이 선택한 소재는 ‘게임’이다. 게임과 코딩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배운 다음 본인이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교과서는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목표가 ‘게임 개발’이기에 게임과 게임 개발자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코딩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게임은 무엇이고, 게임 개발자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 게임과 게임 개발자에 대해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다음 장은 코딩에 필요한 기본적인 원리를 공부하는 것이다. 컴퓨터에 순서대로 명령을 내리는 ‘알고리즘’,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행동을 하게 하는 ‘조건문’, 동일한 명령을 반복하게 하는 ‘반복 구조’를 배운다. 복잡한 원리를 글이나 사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놀이와 게임으로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 컴퓨터를 쓰는 것 외에도 일기쓰기처럼 초등학생에게 친숙한 소재로 '알고리즘'에 대해 배울 수 있게 했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은 실전이다. 게임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어떤 게임을 만들지 기획하고, 코딩을 통해 기획한 게임을 구현하고, 버그도 잡고, 친구들이 만든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평가도 해본다. 초등학생들이 만드는 만큼 제작 과정도 간단하고, 앞서 배운 내용으로 모두 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론부터 실전까지, ‘코딩’이 무엇인지 배우고 ‘게임 만들기’를 통해 체험하며 단원이 마무리된다.


▲ 마지막은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코딩 교과서를 이와 같이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서를 집필한 방원중학교 정진환 교사는 게임메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중에는 다양한 코딩 교재가 있고 이 중 상당수가 게임 제작을 다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재에 있는 코드를 따라 하는 것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즉, 나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게임을 만들어보는 과정을 다룬 교재가 부족했다. 따라 하는 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로 만들고 싶어하는 게임을 생각하고, 이를 개발하며 코딩을 배우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 방원중학교 정진환 교사(사진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게임을 만들며 스스로 코딩을 익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교과서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정진환 교사는 “코딩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에게 ‘컴퓨팅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컴퓨팅 사고력’이란 컴퓨터가 할 일을 순서대로 명령을 내리는 알고리즘을 짜는 것처럼 조직적이고, 절차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정진환 교사는 “코딩을 하다 보면 수많은 문제를 직접 만들고 해결하게 된다. 가령 적과 충돌하는 효과를 넣기 위해서는 ‘적과 충돌하면 이 효과가 나온다’라는 식의 ‘조건문’을 주어야 한다”라며 “문제 해결력은 코딩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코딩을 통해 문제를 만들고 이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컴퓨터가 낯선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라

그렇다면 집필진이 ‘코딩 교과서’를 쓰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압축하면 ‘눈높이’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코딩’을 낯설고, 어렵다고 느끼지 않게 쉽게 풀어서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요새 초등학생들은 PC보다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예전에는 학원에 가지 않아도 스스로 배워서 하던 타자를 이제는 학교에서 가르칠 정도다. 정 교사 역시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의 회의를 통해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한 학기 내내 컴퓨터만 쓰는 수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교과서에 PC를 쓰지 않고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즐기는 ‘놀이’를 함께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딩의 원리를 좀 더 친숙하고, 흥미로운 것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정진환 교사는 “2-04 단원의 ‘신나는 댄스 타임을 가져볼까요?’는 학생들이 유튜브에 나오는 댄스 영상을 따라서 춤을 추며 반복되는 동작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 몸을 움직이며 ‘반복 구조’에 대해 파악하고, 그 다음 단원에는 이를 활용한 코드를 짜본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게임’에서 ‘100픽셀 앞으로 간 후 90도로 회전한다’를 ‘4회 반복’으로 짜 넣어 정사각형을 그리는 것이다. 정진환 교사는 “이를 통해 반복 구조를 파악하고 블록코딩(컴퓨터에 내릴 명령을 블록처럼 짜 넣는 것)과 연결해보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 춤을 추며 '반복 구조'에 대해 배운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 춤으로 '반복 구조'에 대해 배운 후 이를 구현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용어도 마찬가지다. 사실 코딩에는 전문용어가 많다. 컴퓨터에 내릴 명령어를 모아놓은 ‘알고리즘’, 짜 놓은 코드 중 잘못된 것을 찾아서 고치는 ‘디버깅’ 등이 있다. 정진환 교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눈높이에서 서술하는 것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 중 하나다”라며 “교과서에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논의를 거쳤고, 그 결과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필요한 용어는 수준에 맞춰 풀어서 쓰자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알고리즘’을 알려주기 위해 교사들이 생각해낸 소재는 ‘로봇’이다. 정진환 교사는 “내 일을 대신 해주는 ‘로봇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 로봇 친구에게 명령을 내리도록 구성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로봇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을 예로 들면 ‘학교 가기 -> 가방 열기 -> 인사하기 -> 자리앉기 -> 책 꺼내기 -> 수업 듣기’처럼 할 일을 순서대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정진환 교수는 “로봇 친구가 오류 없이 일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어를 모은 것이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싶었다.


▲ 알고리즘이라는 낯선 용어를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로봇'을 동원했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교과서에서 컴퓨터를 쓰는 수업은 미국의 모든 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2013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아르지(Code.org)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붓을 순서대로 움직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 게임’이나 배고픈 벌이 꿀을 먹을 수 있도록 꽃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꿀벌 게임’처럼 간단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쓸 수 있고, 게임 개발에 쓸 수 있는 캐릭터나 배경과 같은 무료 리소스도 많다.


▲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은 코드닷오아르지를 통해 진행된다 (사진출처: 코드닷오아르지 공식 홈페이지)

정진환 교사는 “Code.org는 학년별로 수준에 맞게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며 교육 내용이 조직적이고 학습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저학년에게는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이 사이트를 선택했다”라며 “아울러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엔트리’도 학년별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많은 교사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만약 학교에서 사용하기 편한 ‘코딩 교육 사이트’가 많아진다면 더 많은 교사들이 이를 이용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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