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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이해할 수 없는 투자, 제 2의 배틀필드 원하나

▲ 넥슨의 대표적인 M&A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던전앤파이터'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넥슨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는 ‘투자의 귀재’다. 작년에 중국에서 1조 넘는 로열티를 끌어온 ‘던전앤파이터’,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했던 국내 온라인 FPS에서 장기간 1위를 독식했던 ‘서든어택’, 대체할 게임이 없는 온라인 축구 게임 ‘피파 온라인’까지, 시장에 큰 족적을 남긴 게임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넥슨이 회사 규모를 지금 수준으로 키워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흥행작만 쏙쏙 골라잡는 영리한 M&A 전략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넥슨이 보여주는 행보는 기존과 다르다. 전에는 시장에서 큰 한 방을 터트릴 게임을 찾아내는 날카로운 안목이 돋보였다면, 지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넥슨이 올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주요 이슈로 소개한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 스튜디오’다. 상반기를 결산하는 2분기 실적발표의 핵심은 하반기 및 향후 전략인데, 이 자리에서 넥슨은 엠바크 스튜디오 지분 전량을 5년 내에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주요 이슈로 발표했다.

참고로, 엠바크 스튜디오를 설립한 사람은 ‘배틀필드’ 시리즈로 잘 알려진 패트릭 쇠더룬드다. 즉, 서양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써야 할 넥슨 입장에서 제 2의 ‘배틀필드’를 기대하며 투자했으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엠바크 스튜디오에 대한 넥슨의 투자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수두룩하다. 크게 짚어볼 부분은 4가지다.

▲ 넥슨이 올해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주요 이슈로 소개했던 것 중 하나는 향후 5년 내에 엠바크 스튜디오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료출처: 넥슨 IR 페이지)

1. 개발 초기일 뿐인 게임사 지분을 '전량' 매입한다?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은 엠바크 스튜디오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 자체다. 보통 게임업계에서 선제적인 투자는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게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 지분 일부를 사들이는 것도 특이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떠한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엠바크 스튜디오는 작년 11월에 설립됐으며, 넥슨은 이 개발사가 문을 연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개발사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그리고 인수 비중은 날이 갈수록 점점 커졌다. 올해 7월 1일에는 추가 지분을 획득하며 엠바크 스튜디오의 지분 66.1%를 보유했고, 지난 5일에는 지분 전량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것으로 시작해 불과 9개월 후 개발사 지분 전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울러 엠바크 스튜디오를 세운 패트릭 쇠더룬드는 올해 3월에 넥슨 이사회 멤버로 합류하기까지 했다. 

아울러 엠바크 스튜디오가 만들고 있는 신작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도 아니다. 작년 11월에 설립된 엠바크 스튜디오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을 개발 중이며, 올해 초 프로토타입에 대한 사내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개발 초기 프로토타입만 보고 제작사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로 결심한 것인데, 투자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소 모험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넥슨이 최근에 보여준 M&A와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대표 사례는 넷게임즈다. 넥슨은 2015년에 넷게임즈 대표작 ‘히트’를 바탕으로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했고, ‘히트’로 괄목할 성과를 달성한 넥슨은 2016년에 넷게임즈 지분 22.4%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넷게임즈 차기작 ‘오버히트’ 글로벌 판권까지 확보한 넥슨은 작년 5월에 넷게임즈 지분 48.3%를 인수하며, 연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시장 성과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간 넷게임즈와 개발 초기 단계에서 모든 지분을 사들이기로 결정한 엠바크 스튜디오는 그 과정이 상당히 다르다.

▲ 엠바크 스튜디오가 제작 중인 첫 게임 콘셉 아트 (사진출처: 엠바크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2. ‘배틀필드 5’ 참패의 주역, 패트릭 쇠더룬드와의 동침 괜찮은가

앞서 언급한 엠바크 스튜디오 대표 패트릭 쇠더룬드는 ‘배틀필드 5’ 참패의 주역 중 하나다. EA에서 CDO(최고 게임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던 그가 EA에서 마지막으로 맡았던 게임이 바로 ‘배틀필드 5’다. ‘배틀필드 5’는 출시 전부터 여론이 좋지 못했다. 가장 큰 부분은 시리즈 백미로 자리해온 현실적인 고증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게임 공개 후 여론이 좋지 않은 와중에 논란에 불을 붙인 장본인 중 하나가 패트릭 쇠더룬드다.

당시 그는 해외 게임 전문 매체 가마수트라와의 인터뷰에서 고증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 “못 배운 사람(Uneducated)들이다. 이건 게임일 뿐이다”라며 “당신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사상을 받아들이거나, 게임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배틀필드 5’가 반드시 잡아야 할 주요 타깃은 오래 전부터 시리즈를 즐겨온 팬들이다. 이러한 팬들에게 게임을 총괄하는 사람이 언론 인터뷰에서 유저들을 깎아 내리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하지 말라’는 발언을 한 것은 마케팅적으로 크나큰 패착이다.

실제로 패트릭 쇠더룬드의 발언은 ‘배틀필드’ 팬들이 게임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발언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도 “개발자가 자기게임 사지 말라고 하는 정말 사상초유의 사태 아닌지”, “다른 거 다 떠나서 고증 보고 한 게임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 등의 의견을 낸 바 있다. 발매 전부터 팬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든 셈이다.

그리고 우려대로 ‘배틀필드 5’는 성과가 좋지 못했다. EA는 2018년 4분기(회계연도 기준 2019년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배틀필드 5’에 대해 기대보다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년 11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배틀필드 5’는 730만 장 판매됐으며, 이는 EA 예상보다 100만 장 적은 수치다. EA가 ‘배틀필드 5’에 대해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은 마케팅 실패고, 그 중심에는 패트릭 쇠더룬드가 있다.

▲ '배틀필드 5'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게임피아)
▲ '배틀필드 5'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게임피아)

3. 스타 개발자 성공 신화, 믿을 만 한가

‘배틀필드 5’가 참패를 면치 못했지만, 패트릭 쇠더룬드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이며 ‘배틀필드’ 시리즈 외에도 EA 프로스트바이트 엔진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EA 주역이자 스타 개발자로 손꼽히던 주목도 높은 인물이었다. 업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스타 개발자는 투자에 있어서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지만, 기존 사례를 살펴보면 스타 개발자가 성공의 문을 열어주는 만능 키는 아니었다.

실제로 스타 개발자를 중심으로 문을 연 독립 개발사가 기대와 달리 큰 실패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디아블로’의 아버지로 손꼽혔던 빌 로퍼가 독립 후 선보인 첫 작품 ‘헬게이트’는 혹평을 면치 못했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총괄 책임을 역임한 마크 컨도 레드5를 세운 후 ‘파이어폴’을 선보였으나 시장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지금도 엔씨소프트 대표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리차드 개리엇의 ‘타뷸라 라사’도 있었다.

그리고 넥슨은 이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곳 중 하나다. 2017년에 ‘기어즈 오브 워’ 개발자 클리프 블레진스키를 앞세운 FPS 신작 ‘로브레이커즈’로 크나큰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클리프 블레진스키가 설립한 신생 개발사 보스키 프로덕션의 첫 작품이었던 ‘로브레이커즈’는 출시 초기에 원활한 매칭이 어려울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이후에 출시한 배틀로얄 게임 ‘래디컬 하이츠’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보스키 프로덕션은 폐쇄 수순에 접어들었다.

▲ 넥슨은 '로브레이커즈'를 통해 스타 개발자와 협업에서 큰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사진제공: 넥슨)
▲ 넥슨은 '로브레이커즈'를 통해 스타 개발자와 협업에서 큰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사진제공: 넥슨)

물론 스타 개발자와 그 사단을 앞세워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R2’, ‘C9’을 통해 이름을 알린 김대일 의장을 중심으로 ‘검은사막’이라는 흥행작을 낳아서, 이를 바탕으로 상장까지 도달한 펄어비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최근 게임업계에서 AAA 게임은 소수의 스타 개발자보다는 몇 백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이미 2년 전에 스타 개발자와의 협업에서 실패를 맛봤던 넥슨이 또 다시 스타 개발자를 앞세운 게임사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4. 두 대표의 친분 관계에 기대는 투자였나?

마지막으로 석연치 않은 부분은 회사 외적인 부분이다. 넥슨 오웬 마호니 대표와 엠바크 스튜디오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는 가까운 사이다. 오웬 마호니 대표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EA CFO로 근무했으며,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는 EA가 2006년에 인수한 ‘배틀필드’ 개발사 DICE CEO였다. 아울러 DICE가 EA에 인수되기 전부터 대표작 ‘배틀필드’ 시리즈는 2002년부터 꾸준히 EA가 퍼블리싱을 해왔기에 그 이전부터 친분 관계를 이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엠바크 스튜디오 투자 결정 및 패트릭 쇠더룬드 이사회 합류에 대해 오웬 마호니 대표는 “넥슨의 경영진과 이사진 모두 게임산업이 급변하는 지금이 패트릭 쇠더룬드와 같은 유능한 개발자가 넥슨에 합류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넥슨의 이사회에 합류할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를 환영한다”라며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 넥슨(좌)와 엠바크 스튜디오(우) CI (사진제공: 넥슨)

앞서 이야기했듯이 엠바크 스튜디오에 대한 넥슨의 투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제 막 첫 게임 개발에 돌입하는 해외 게임사 지분을 전량 매입하기로 결정했고, 그 개발사를 세운 패트릭 쇠더룬드의 최신작 ‘배틀필드 5’는 본인 스스로의 적절하지 못한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기대 이하의 판매 성과를 기록했다. 아울러 스타 개발자에 기댄 투자에서 넥슨은 ‘로브레이커즈’를 통해 이미 쓴 맛을 봤다.

이 같은 점을 모두 종합해 볼 때, 이번 투자는 다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두 대표의 친분 관계를 배제하고 생각하더라도 엠바크 스튜디오에 대한 넥슨의 전폭적인 투자는 기존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먹히는 게임을 정확하게 짚어내던 넥슨의 날카로운 안목이 이번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넥슨, 그리고 엠바크 스튜디오가 우려를 뒤집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이를 바탕으로 또 하나의 ‘성공적인 M&A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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