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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구독 서비스 "인디게임 다양성 훼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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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중 하나인 넷플릭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중 하나인 넷플릭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구매'가 아니라 '구독'이 대세인 시대가 왔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등 문화 전반에 이어 게임계에도 구독 열풍이 불고 있다. MS는 일찌감치 'Xbox 게임패스'라는 이름의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EA 오리진 엑세스나 유비소프트 유플레이 플러스 등 월정액을 지불하고 제한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구독 시스템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또한 구독형 서비스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제는 모바일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의 '애플 아케이드'가 지난 2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구글 역시 '플레이패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구독형 게임 서비스 모델을 발표했다. 모바일게임, 특히 유료게임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인디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구독형 서비스에 크건 작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연 모바일게임 개발자들은 이 같은 서비스의 등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접근할 생각일까? 이에 대해 다수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구독형 서비스의 접근성은 환영하지만 인디게임 특유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나왔다.

뛰어난 접근성이 가장 큰 장점

일단 구독형 서비스의 장점이라 하면, 싼값에 많은 양질의 유료게임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 아케이드의 경우는 월 6,500원(미국 4.99 달러)이면 추가 금액 없이 계속해서 새롭게 출시되는 유료게임들을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100개 이상의 신작들이 준비돼 있고, 주기적으로 다수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구글 플레이패스 또한 월 4.99달러에 이용이 가능하며, 350개가 넘는 기존 유료게임과 유틸리티 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구글 플레이패스도 공식 가격은 애플 아케이드와 동일한 4.99 달러다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패스 공식 트레일러 갈무리)

게임메카를 통해 의견을 전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이 부분이 모바일 구독형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 개발자는 "요즘엔 힘들게 게임을 제작해 출시해도 대형 개발사 작품이나 무료게임에 밀려 소개조차 안 되고 묻히기 일쑤다"라며 "유료게임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구독형 서비스를 통해 더욱 안정적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패키지나 유료게임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은 인디게임 특성 상, 온라인게임이나 무료게임에 비해 많은 유저층을 확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구독 시스템에 입점할 경우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유료로 판매할 때보다 많은 유저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당연히 수익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오리와 눈먼 숲'처럼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오는 고퀄리티 게임은 패키지 판매형식보다도 구독형 서비스일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독성과 오랜 플레이 타임에만 집중하게 될 우려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주목한 두 번째 요소는 수익 모델이다. 애플과 구글 서비스를 비교하면 미니멈 개런티 여부와 상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유저가 게임을 즐겼고, 얼마나 오랜 시간 플레이했는지에 따라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의 수입 배분 구조를 취하고 있다.

▲ 다소 두루뭉실하게 적혀있지만, 결국 '소비된 시간'에 따라서 로열티가 지급된다는 내용의 구글 플레이패스 안내서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패스 안내서)

이에 대해 대다수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특정 장르나 특성을 지닌 게임만 빛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평했다. 로열티가 플레이 시간 대비로 지급되기에, 플레이 시간이 길거나 다회차 플레이에 유리한 게임들만 성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 깨고 나면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퍼즐게임이나 어드벤처 게임에게는 극히 불리한 방식이며, 다회차 플레이나 엔드 콘텐츠가 풍부한 게임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개발자는 "소위 하이퍼 캐주얼이라고 하는 중독성 게임을 빠르게 출시해 나가는 개발사에게 유리한 과금 방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드 콘텐츠를 제작하기 힘든 스토리 위주 게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 번 경험한 스토리를 두 번 세 번에 걸쳐서 반복 플레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임 내 숨겨둔 요소가 많거나 더 높은 난이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회차 플레이를 조장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완벽한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게임일수록 더욱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토리 위주 어드벤처 게임을 제작 중인 한 개발자는 게임메카를 통해 "현재 제작하고 있는 게임의 경우 엔드 콘텐츠가 스토리의 감동을 헤칠 수 있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나 엔드 콘텐츠를 계속 제공하는 방식은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특별한 오락실이 아니라 뻔하고 똑같은 게임만 있는 오락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애플 아케이드 공식 홈페이지)
▲ 특별한 오락실이 아니라 뻔하고 똑같은 게임만 있는 오락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사진출처: 애플 아케이드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게임 방식을 일원화시키는 구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되는 분야는 역설적이게도 인디게임이다. 인디게임은 개발 시간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제약이 있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플레이타임을 무한히 늘릴 만한 콘텐츠를 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게이머들이 인디게임에 기대하는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게임보다는 반복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플레이타임이 수익으로 직결된다면 게임성보다는 플레이타임에 집중하는 개발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인디게임 시장은 게임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업계인데, 시간 비례 로열티 지급구조가 장기화 될 시 플레이타임이 긴 게임들로 정형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 자칫 게임은 많은데 할 게임은 없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 애플 아케이드 공식 홈페이지)

입점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이런저런 걱정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구독 시스템 입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모바일게임계를 점령한 F2P 방식이나 기존에 존재하던 유료게임 방식에 비해, 신설된 구독형 서비스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라는 것이다. 한 개발사는 "이미 시중에는 수많은 유료게임과 F2P 게임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 같은 환경에서는 신설된 구독형 서비스를 노려보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섣불리 입점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이미 개발 중인 게임이 F2P를 상정하고 만든 경우라면 당장 구독형 서비스에 맞춰서 게임을 새로 제작하기는 힘들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자는 "최대한 다양한 마켓에 입점해야 하는 입장에서, 구독형 서비스가 접근성이 높은 마켓인 건 맞다"며 "하지만, 동일 빌드로 양쪽에 서비스 할 수 있다면 모르되 구독형 마켓을 위해 또 다른 빌드를 준비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인 만큼 현시점에선 관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낸 곳도 있었다. 

▲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어찌됐건 입점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바일게임 구독형 서비스는 아직 서비스 시작 단계에 있는 상황이다. 어느 플랫폼이나 초기에 그렇듯, 선점효과를 누려 큰 수익을 올리거나 남다른 유명세를 얻는 게임이 연이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유료 인디게임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고 유저 입장에서도 더욱 넓은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디게임 시장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흘려 들을만한 것이 아니다. 과연, 애플과 구글 주도 하에 시작된 모바일게임 구독형 서비스가 인디게임계 전반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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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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