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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그 봉인을 함부로 풀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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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지난 18일,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되는 52시간 근무제의 일부 내용이 완화된 보완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개정안의 핵심은 총 세 가지입니다. 내년 시행 이후에도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겠다는 것과 비용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마지막으로 경영상 이유로 행해지는 연장근로를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책에 대한 일부 경영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특히 '경영상 이유'를 연장근로 사유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환영을 받고 있죠.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힘듦을 줄곧 토로하던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혹자는 '크런치 모드'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해석을 하기도 하지요.

그도 그럴 것이 경영상의 이유라는 것은 매우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입니다. 당장 내일 게임을 출시해야 하므로 서버 관리를 위해서 근무를 하는 경우부터 자칫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불필요한 야근까지 모두 경영상 목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용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석에 따라서 얼마든지 크런치 모드가 부활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죠.

게임업계에서 크런치 모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동안 장시간 노동 문제로 인해서 많은 문제가 불거진 바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과로로 인해 응급실에 간 중소 개발사 직원 이야기가 기사화 될 만큼 초과 근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렇기에 노동자들이 이번 고용노동부의 보완대책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독자들의 반응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그냥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 않냐", "이럴 거면 52시간 근무제는 뭐하러 만든 거냐?", "경영상의 이유로 개발자들 새벽에 불러내서 일 시켜도 뭐라 못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이 그것이지요. 한 게이머는 "이 정도면 사실상 법적으로 크런치 모드를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보완대책이라더니 그냥 52시간 근무제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영상의 이유'라는 두루뭉술한 말로 크런치 모드의 부활을 바라는 게임 개발자는 없을 것입니다. '경영상 이유'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는 현재, 정부가 사용자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당 항목을 해석한다면 워라밸을 지키겠다며 계획했던 주 52시간 근무제는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고용노동부의 주의깊고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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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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