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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계 '메타버스' 열풍은 분명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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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는 최근 몇 개월간 전 세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신조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최근 몇 개월간 전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산업 트렌드이자 신조어가 하나 있다. 바로 '메타버스'다. 처음엔 IT업계를 중심으로 슬금슬금 퍼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광고업계나 교육, 방송, 재계는 물론 정부에서까지 이 단어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이 단어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메타버스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로,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아직까지 뚜렷한 정의가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VR보다 한층 진보되고 넓은 의미를 띄고 있다. 증강현실이나 라이프 로깅처럼 현실을 확장하는 기술 뿐 아니라, 3차원 그래픽을 통해 구현되는 커뮤니티나 가상 세계도 모두 메타버스에 포함된다. 그 안에서 실생활과 비슷한 경제적 활동이나 생산, 문화적 활동이 가능할수록 보다 깊은 의미의 메타버스에 가깝다.

이쯤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느꼈을 텐데, 사실상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메타버스 요소를 띄고 있다. 게임 내에서 가수 콘서트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포트나이트나, 플레이어가 직접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할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 등은 물론 이 범주에 포함된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인게임 커뮤니티 기능이 있거나, 다른 유저와 만남이 가능한 PC/콘솔/모바일/VR게임 모두가 광의적 의미의 메타버스라 할 수 있다.

IT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문화 업계에 있어서 메타버스는 분명 매력적인 신규 아이템일 것이다. 기존 회사업무를 증강현실로 대체한다거나, 지금은 열 수 없는 대학교 축제를 가상 현실을 이용해 여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위에서 말했듯 대부분의 메타버스 요소들은 20년 이상 게임업계가 꾸준히 해오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 비대면 시대에도 콘서트가 가능함을 보여준 포트나이트 (영상출처: 트래비스 스콧 공식 유튜브)

현재 게임계는 메타버스라는 단어에 푹 빠져있다. 아니, 빠져있다기 보다는 합승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난 한 주간 진행된 게임업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는 여기저기서 메타버스라는 설명이 나왔다.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에 메타버스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거나, UCC 회사 투자 건을 메타버스 플랫폼 투자로 소개하는 등이다. 굳이 실적발표 주간이 아니더라도 메타버스가 유행한 이후 줄곧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나 보도자료가 나왔다.

게임계에서 이토록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메타버스란 단어에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산업이 집중받으며 메타버스는 오프라인 모임의 대체재로 떠올랐다. 자연히 일반인과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초반엔 가상현실 하면 바로 떠오르는 VR이나 AR관련 업체들이 주로 관심을 받았으나, 지난 3월 이 분야의 대표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로블록스가 뉴욕증권거래소에 4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으로 데뷔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 좀 더 넓어졌다. 이에 다수 기업들이 메타버스 테마주로 묶이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사 중에도 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득을 본 회사가 여럿 보인다. 수년 전 유행하던 VR이나 AR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몇몇 회사들이 메타버스 테마주라며 주가가 급상승했다. 정부에서 메타버스 관련 연합체를 만들며 본격적으로 해당 분야를 지원하기 시작하자 물살이 더욱 세졌다. 그러자 그 동안 사태를 지켜보던 기업들에서도 너도나도 메타버스라는 단어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물론 본질은 기존 그대로인 상태로 말이다.

게임업계에서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본질은 그대로인 채 메타버스라는 트렌디한 단어만 뒤집어썼다고 회사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굳이 메타버스 광풍에 의지하지 않아도, 게임업계는 여러모로 메타버스라는 트렌드를 선도할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무리해서 기존 게임들을 메타버스라며 포장하기 보다는, 메타버스의 실체를 정확히 마주하고 게임이야말로 메타버스에 잘 어울리는 미디어라는 것을 강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지금처럼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남용하다 보면, 결국엔 거품만 남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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